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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스스로 키워온 '다스 실소유주 의혹'의 간략한 역사

  • 허완
  • 입력 2017.10.21 11:09
South Korea's Grand National Party (GNP) presidential candidate Lee Myung-Bak gestures his party's number (#2)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Seoul, 18 December 2007.  The race's 12 candidates were making their final pitches to South Korean voters before the presidential election 19 December, with frontrunner Lee Myung-Bak facing a damaging fraud probe even if he wins the poll.         AFP PHOTO / LEE JONG-SEUNG (Photo credit should read LEE JONG-SEUNG/AFP/Getty Images)
South Korea's Grand National Party (GNP) presidential candidate Lee Myung-Bak gestures his party's number (#2)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Seoul, 18 December 2007. The race's 12 candidates were making their final pitches to South Korean voters before the presidential election 19 December, with frontrunner Lee Myung-Bak facing a damaging fraud probe even if he wins the poll. AFP PHOTO / LEE JONG-SEUNG (Photo credit should read LEE JONG-SEUNG/AFP/Getty Images) ⓒAFP via Getty Images

▶ 경북 경주에 본사를 둔 자동차 시트 제조회사인 ㈜다스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회사의 실제 주인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최근 에스엔에스(SNS)에서는 “#다스는 누구꺼”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은 10년 전에 불거진 이후 검찰과 특검에서 그동안 네차례나 조사했던 사안이다. 이번에는 왜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2007년부터 제기됐던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10년 만에 재점화된 직접적 계기는 두가지다. 하나는 비비케이(BBK) 피해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일이며, 다른 하나는 다스 내부의 여러 변화에 대한 언론 보도이다. 장용훈 옵셔널캐피탈(옵셔널벤처스 후신)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지검에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에 배당했다. 앞서 지난달부터 <시사인>과 <제이티비시>(JTBC) 등 여러 언론에서 각각 ‘다스가 140억원을 김경준씨한테 돌려받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의혹과 ‘다스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중국 자회사 4곳의 대표가 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일단 별개의 사인이지만,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는 의문으로 귀결되고 있다.

다스 의혹은 2007년 여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대선후보 경선 때 유력 후보였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이하 호칭 생략)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불거졌다. 이때는 주로 서울 도곡동 땅 문제였다. 김재정·이상은은 1985년 15억여원을 모아서 도곡동 땅 1000여평을 이명박이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현대건설 등한테 샀다가 10년 뒤인 1995년 포스코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16살 차이가 나는 사돈 관계인 두 사람은 1987년에는 다스(원래 이름은 대부기공)도 함께 설립했다.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였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부품회사 설립을 권했다는 증언이 나온데다가 포스코 매각대금 중 일부가 다스로 흘러간 점 등으로 인해 도곡동 땅이 이명박의 차명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검찰은 2007년 8월 “이상은 지분은 제3자의 것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는 근거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다스 비자금 덮은 정호영 특검

다스 의혹은 그 후 2007년 대선 본선 경쟁 때 또 제기됐다. 이번에는 비비케이 사건이 핵심이었다. 투자자문회사인 비비케이는 재미동포 김경준이 1999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회사였다. 2000년 초 김경준은 누나 에리카 김의 소개로 만난 이명박과 함께 30억원씩을 투자해 사이버 종합금융회사인 엘케이이(LKe)뱅크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엘케이이뱅크 공동대표로 사업을 함께 했다. 이때 비비케이는 투자자들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다스는 2000년 3월에서 12월까지 모두 190억원을 투자했다. 김경준이 펀드 운용 보고서 등을 위조 또는 변조한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적발해(2001년 3월) 비비케이 등록을 취소했고, 이에 이명박은 “이때부터 발을 뺐다”고 당시 여러차례 말했다. 김경준은 이즈음 작은 회사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로 이름을 바꿔 주가를 올린 뒤 자금 384억원을 빼내 그해 12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다스는 50억원만 돌려받고 140억원을 못 받았다. 옵셔널벤처스의 다른 투자자들도 김경준의 주가 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명박은 당시 자신도 김경준에게 사기당했다고 말했으며, 김경준은 이명박이 비비케이의 소유주라고 주장했다. 대선 전 김경준이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가 다시 이뤄졌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5일에 나온 검찰 수사 발표는 “비비케이는 이명박 소유가 아니며,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사건에도 이명박이 공모한 증거가 없다” “다스를 이명박 소유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비케이 의혹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결국 이명박이 당선자 시절인 2008년 초 비비케이 특검(정호영)이 출범했다. 취임 직전에 나온 수사 결론은 앞의 두번 검찰 수사보다 더 이명박에게 유리했다. 정호영 특검은 “도곡동 땅은 김재정·이상은 공동 소유”이며 “다스 주식을 이명박이 차명 소유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2년에 구성된 내곡동 사저 특검(이광범) 때도 다스를 들여다봤다. 내곡동 사저 의혹은 이명박이 퇴임 뒤에 거주할 목적으로 2011년 초에 서울 내곡동의 땅을 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 땅을 아들 이시형과 청와대 경호처가 나눠 샀는데 이시형이 분담할 돈은 적게 하고 경호처는 훨씬 많게 해서 국가에 피해를 입힌 혐의였다. 이때 아무런 재산이 없는 이시형이 분담한 12억원의 출처가 문제가 됐다. 6억원은 이명박의 부인 김윤옥이 삼성동 이명박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6억원은 출처가 모호했다. 이시형은 큰아버지 이상은이 집안 장롱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 6억원을 빌려줬다고 진술했지만, 다스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침 ‘다스의 비자금 130억~150억원을 2008년 정호영 특검이 찾고도 덮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광범 특검은 청와대 등의 비협조로 6억원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검찰 두번, 특검 두번 등 모두 네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다스가 이명박의 것이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5월31일 강경호 다스 대표이사(앞줄 왼쪽 넷째) 등 임원 10여명이 경주시 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급식 봉사를 한 뒤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재무책임자인 이시형 전무(둘째 줄 오른쪽 둘째)의 모습도 보인다. ㈜다스 누리집

첫째 이유는 소유 지분의 변동이다. 원래 이명박 처남인 김재정이 1대 주주(48.99%)였지만, 2010년 2월 그가 사망하면서 상속인인 부인 권영미는 지분 5%를 이명박이 만든 청계재단에 내놓았다. 이로써 2대 주주였던 이상은(46.85%)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권영미는 또 상속세를 현물인 주식(19.73%)으로 냈다. 주식 액면가대로 계산하기에 현물 납부는 엄청난 손해였다. 김재정은 말만 1대 주주였지 생존 당시에도 감사로 이름만 올려놓았을 뿐 경영이나 내부 의사 결정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준재벌이 된 회사의 1대 창업주가 후계자도 세우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다시피 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오너 아들’ 대표 자리 차지한 엠비 아들

둘째, 이명박의 아들 이시형이 다스의 핵심 실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시형은 그의 매형이 대표인 한국타이어에서 잠깐 근무(2008.7~2009.11)한 경력을 내세워 2010년 8월 해외영업팀의 과장으로 다스에 입사했다. 이것도 특혜였지만, 그는 7개월 만인 이듬해 3월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핵심 직책인 본사 기획팀장을 맡았다. 2013년 경영기획실장 겸 상무이사 진입에 이어 입사 4년여 만인 2015년 1월에는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 2월에는 다스 본사의 회계·재무책임자(CFO)가 됨으로써 다스의 돈줄을 쥐었다. 그는 올해 39살이다.

이뿐만 아니다. 다스 지분이 전혀 없는 이시형이 핵심 자회사 대표 또는 이사로 등극했다. 이시형은 중국의 다스 사업장 9곳 가운데 한국 다스 지분이 100%인 북경 다스, 닝보 다스, 문등 다스, 강소 다스 등 4곳에서 법정 대표가 됐다. 특히 강소 다스는 지난 3월 이상은에게서, 문등 다스는 지난해 12월 이상은의 장남 이동형에게서 대표 자리를 넘겨받았다. 이들 4개 중국 법인의 매출만 5460억원이다. 이시형은 또 다스와 중국의 합작회사인 베이징비에이아이(BAI) 다스의 이사로도 선임돼 있다. 앞서 이시형은 2013년 8월 미국 다스 법인에도 강경호(다스 시이오), 이동형과 함께 이사가 됐다.

또 이시형은 2015년 4월 경주시 천북면에 자본금 1억원으로 다스 협력업체인 ‘에스엠’이란 회사를 직접 설립했다.(일요신문 2017.10.14) 이 회사의 지분은 이시형 75%, 김진(이명박 매제) 25%이며, 대표는 김진이 맡고 있다. 에스엠은 지난해 다스의 다른 협력업체인 다온(옛 혜암)을 인수했다.

이시형이 회사를 장악해 나가는 것과 반대로 최대 주주(이상은)의 장남인 이동형의 지위는 오히려 약해졌다. 이동형은 지난해 10월 총괄부사장에서 부사장으로 사실상 강등되면서 아산 공장으로 밀려났다. 이동형보다 이시형이 다스에서 더 잘나가는 것이야말로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셋째, 다스의 대표와 감사 등 주요 인물들이 확실한 이명박 사람들로 바뀌었다. 이상은과 함께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강경호는 철저한 엠비(MB)맨이다. 2009년 7월부터 9년째 공동대표로 있는 그는 이명박이 서울시장 할 때 서울지하철공사와 그 후신인 서울메트로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 코레일 사장도 지냈으며, 이때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강경호에 앞선 1년은 이명박 여동생의 남편인 김진이 공동대표를 했다. 2008년부터는 이명박 측근들에 의해 다스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7월부터 감사를 맡고 있는 신학수도 오래된 이명박 사람이다. 신학수 이전에는 이상은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문성(2008.4~2015.7)이 있던 자리였다. 이명박의 고향(경북 포항) 후배인 신학수는 1993년부터 국회의원 지구당 총무부장으로 인연을 맺은 뒤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민정1비서관 등 지금까지 줄곧 이명박 곁을 지켜왔다.

초창기부터 3대 주주(4.16%)로 다스에 참여한 김창대도 이명박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명박과 중·고 동기동창의 막역한 친구로, 2007년 대선 때는 후원회인 명사랑의 대표를 맡았다. 그는 지금 청계재단의 감사로 있다. 이처럼 다스와 청계재단이 이명박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140억원 반환의 비밀이 열쇠

넷째, 다스가 김경준한테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384억원을 빼돌려 미국으로 도망간 김경준은 미국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인 2003년 1500만달러를 스위스의 크레디스위스은행에 예치했다. 이 돈의 소유권을 놓고 다스와 옵셔널벤처스의 주주, 김경준 3자가 미국에서 소송을 벌였다. 복잡하게 전개된 소송에서 다스는 한때 옵셔널벤처스에 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2월1일 김경준은 도리어 스위스 계좌에 있던 돈 중 140억원을 다스에 송금했다. 돈이 송금되고 난 직후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은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는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또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시사인>은 최근 보도에서 이와 관련해 2008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스 관계자와 당시 엘에이 총영사였던 김재수가 참여해 다스의 140억 소송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한 자료 등을 공개하면서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수 뒤에는 이명박 청와대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옵셔널캐피탈이 고발한 것도 이 지점이다.

이처럼 다스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다스는 묵묵부답이다. 다스 본사의 한 관계자는 20일 전화 통화에서 “여러 보도에 대해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시형 전무 등 경영진은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쪽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측근은 19일 통화에서 “개인 자산의 흐름을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재산을 숨겨놓은 것처럼 누군가 언론에 흘리는 것은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을 목표로 삼는 것 같은데 이런 식이라면 우리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시 내지는 음모론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명박이 사실상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다스의 경영 구조가 변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다섯번째인 검찰 수사에서는 다스 의혹이 풀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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