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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에서 일했던 전 일본인 UN 직원이 쓴 '소말리아 테러에서 배워야 할 점'

  • 박세회
  • 입력 2017.10.18 12:02
  • 수정 2017.10.18 12:21

전 UN 직원으로 소말리아 난민들이 거주하는 '다답 캠프'에서 근무했던 쿠로이와 요코(黒岩揺光) 씨가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소말리아 사건을 통해 북한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에서 '아이 업고 등산하는 아빠'로 유명한 요코 씨는 자신의 허프포스트JP 블로그에 '300명이 폭탄으로 살해당해도 NHK의 전국 뉴스로 다루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6일 일본의 공영 방송 NHK의 7시 뉴스는 '소말리아의 소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의 5배의 희생자 수를 낸 아프리카 최악의 테러일지도 모르는 이 사건에 일본 언론의 관심이 부족한 데 놀랐다'며 '북한의 위협이 현실이 된 지금, 소말리아처럼 강제적으로 분쟁에 휩싸인 나라의 목소리를 듣는 건 중요하다'고 밝혔다.

14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선 폭탄을 장착한 트럭 2대가 인근에서 폭발하고 무장 괴한들이 호텔 출입문에서 폭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했다.

해외 언론이 이 소식을 전한 15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300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거의 같은 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테러 중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쿠로이와 요코 씨는 이 사건을 설명하며 "나는 폭탄 사건이 있었던 모가디슈에서 약 700km 떨어진 케냐의 다답 난민 캠프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근무한 적이 있다"며 "그곳에는 소말리아의 내전을 피한 30만 명의 난민이 살고 있는데, 도시로 치자면 소말리아의 도시 중 3번째 규모"라고 밝혔다.

그가 근무했던 다답 난민 캠프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발발로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캠프로 하나의 거대한 인공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요코 씨는 "캠프에는 레스토랑, 호텔, 인터넷 카페, 상점 등 5000개 이상의 사업체가 있으며 대부분 (이 캠프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며 난민들을 매일 접하면서 "사람을 과격하게 몰아가는 것은 일방적인 군사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1년 소말리아를 케냐가 침공한 군사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소말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던 케냐는 자국의 여성 2명이 납치되자 배후로 소말리아의 무장 세력 알-샤바브를 지목하고 국경을 넘어 소탕 작전에 나선 바 있다.

요코 씨는 "소말리아 난민을 끌어안고 있던 케냐의 입장에서는 자국 여성이 납치까지 되고 생명선인 관광산업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케냐인이 침공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침공으로 난민 캠프의 치안이 달라졌다. 요코 씨는 "우선 케냐 경찰 차량을 겨냥한 폭탄 사건이 10건 이상 일어났으며 난민으로 구성된 캠프 운영위원회의 간부들이 사살되는 사건이 잇따랐다"고 밝혔다.

섣부른 군사 행동이 이후의 사태를 오히려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요코는 이어 현재 일본과 북한이 처한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베 총리의 '압력으로 북한이 정책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은 자신이 북한보다 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라며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일본의 지도자가 역사 인식을 바꾸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라고 반문했다.

요코 씨는 "아소 부총리가 북한에 대해 '불법 난민'이나 '무장 난민'이라며 편견으로 가득 찬 코멘트를 반복해도 (일본 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편견은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76)은 지난 달에도 북한 비상사태시 대량난민 유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찰이 대응해 불법입국으로 체포할 지, 자위대가 방위출동해 사살할 지,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요코 씨는 "아베를 지지하지 않는 일본의 국민을 포함해, 우리는 북한의 일상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라며 "나 역시 소말리아에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은 나라'라는 이미지밖에 없었다"며 북한에 대한 이해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지지하는 일본은 군사 행동도 옵션에 들어 있다고 한다"며 "더는 북한이 무장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다시 한번 우리 안에 있는 무지와 편견을 생각하고 군사 행동이 정말 평화에 기여하는지 생각해볼 때"라고 밝혔다.

전 UN 직원 쿠로이와 요코 씨는 지난해 요르단 현지 병원에서 첫아들을 얻은 지 하루 만에 한국인 아내 형수진 씨를 잃었다.

이후 수진 씨가 남긴 아들 '세오'와 일본으로 돌아간 요코 씨는 민박집을 열고 아기를 업은 채 다니며 가이드 일을 하고 있어 우리 언론에서 '아기를 업고 등산을 하는 남자'로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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