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400명 노쇼 고깃집 사건의 진상과 9천3백억원 수주 경쟁의 드라마

  • 박세회
  • 입력 2017.10.17 13:40
  • 수정 2017.10.17 13:54

지난 15일부터 온라인에는 한 고깃집의 슬픈 사진이 떠돌았다.

식당 주인으로 추정되는 최초 게시자는 "400명 노쇼"라며 "같은 회사에 3번째"라는 내용과 함께 테이블에 술과 식기가 세팅되어있으나 손님 한 명 없이 텅 빈 가게의 사진을 올렸다.

노쇼(No Show)는 손님이 좌석을 예약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를 뜻한다.

최근엔 사진 하나로 누군가를 낚는 일이 비일비재한 터라 사진을 본 게시판 사용자들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조작'이라며 의심했고, 몇몇 사용자들은 수사를 시작했다.

사건의 개요가 조금씩 드러났다. "15일이면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 발표가 있는 날인데, 여기서 패하고 노쇼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실제로 한 네티즌은 "과천 식당 어디쯤 갔더니 상 차린 거 그대로 치우고 있던데…."라며 "신반포 한신4지구 XX 건설 승리"라는 플랫카드가 걸린 한 식당의 사진을 올렸다.

이 정도면 정보는 충분했다. GS건설은 지난 15일 공사비 1조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날 조합원 투표결과 GS건설은 총 1359표를 얻어 1218표를 얻은 롯데건설을 제치고 승리했다.

조선일보는 "확인 결과 이 식당 ‘노쇼’ 주범은 롯데건설이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롯데 건설 측에서 “예약한 사람 수가 400명이 아닌 300명이고 300인분을 예약하면서 60만원을 보증금으로 걸었다"며 "수주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못 갈 수도 있으니 고기는 준비하지 말고 수저와 반찬 등 기본 세팅만 준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주 실패가 노쇼의 원인인 것 역시 확인됐다.

더팩트는 롯데건설이 현장 투표가 있었던 양재동에서 차량으로 이동이 편한 경기도 과천의 'ㅇ' 고깃집을 자축 파티 장소로 낙점했으나, 수주 실패로 '물 건너 갔다'고 전했다.

다만 사후 처리에서는 최초 작성자의 의견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더팩트는 롯데건설 관계자가 "60만 원을 먼저 개런티로 걸어놨다. 수주 실패 후 '못 가게 됐다'고 주인에게 말했더니 개런티 이외에 40만 원을 더 달라고 해 더 줬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롯데건설관계자는 더팩트에 "17일 중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해당 사진의 원 글은 게시판에서 이미 삭제되었으나 캡처 상태로 15일부터 수많은 게시판에 올라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낸 바 있다.

더팩트는 롯데건설이 놓친 한신4지구는 신반포 8~11·17차에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공동주택 7곳과 상가 두 곳을 통합 재건축하는 9350억 원짜리 사업으로, 이 발표가 나던 날인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 모인 롯데건설 관계자들은 허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며 이날의 참담한 분위기를 전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노쇼사건 #고깃집 노쇼 #사회 #건축회사 #재개발 수주 경쟁 #재개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