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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극우 득세는 유럽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준다

  • 김도훈
  • 입력 2017.10.17 13:34
  • 수정 2017.10.17 13:35

새 총리로 확실시되는 국민당 대표 제바스티안 쿠르츠

2000년에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당 자유당이 인민당과의 연정으로 정권을 잡았을 때 국제적 반발이 일었다. 오스트리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도 거친 경고를 날렸다. EU는 오스트리아에 몇 달 동안 제재를 가했고, 이스라엘은 항의의 의미로 대사관을 소환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대놓고 외국인 혐오를 하는, 1950년대에 나치 SS 장교 출신이 만들었고 국수주의 시각을 포용하는 정당은 집단적으로 고립시키고 억눌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후 극우에 대한 유럽의 시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반이민, 반이슬람을 내세우는 자유당은 오스트리아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해 다시 한 번 연정에 끼게 되었다. 그러나 EU는 예전처럼 경고를 보내지 않고 있다.

“유럽과 세계가 이런 정당들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들의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고까지 보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바너드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셰리 버먼의 말이다. “이 정당들이 얼마나 커졌고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구체적 예이며, 지난 10~15년 동안 그들이 어젠다 설정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당의 대표인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케

자유당(FPO)은 10월 15일에 있었던 오스트리아 선거에서 20% 정도를 득표했다. 1위를 차지한 전통적 중도 우파 인민당과 연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자유당의 선거 운동 주제는 주로 이민, 오스트리아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 오스트리아는 난민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15년에 수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여 거센 반발을 겪었다. 난민의 숫자는 오스트리아 인구의 1%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올해 유럽 다른 국가들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극우는 이민과 반 난민 정서에 기대 지지율을 높였으며 정치적 서사를 점유했다. 자유당은 다른 극우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지원 활동을 통해 반 유대 이미지를 깨려 했다. 자유당의 대표인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케가 한때 네오 나치 청년 활동가였다는 사실 때문에 이는 복잡해졌다.

오스트리아 정치에 오래 전부터 극우 세력이 존재해왔던 것이 자유당의 성공에 도움이 되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근까지 극우 정당들을 거부해왔던 이웃 국가 독일에 비해 오스트리아는 극우당에 대한 사회적 터부도 적은 편이다.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던 요르크 하이더가 1990년대에 자유당을 이끌며 인기를 높였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연정에도 참여했다. 그 이후 스캔들과 내부 갈등이 터져 지지도가 낮아졌지만, 지역적으로는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자유당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반 정치에 스며들어감에 따라 주류에 합류했고 자신의 시각을 주류로 만들었다.” 버먼의 말이다.

최근 선거 유세 중 자유당은 이민과 오스트리아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며 인기를 높였다. 다른 정당들도 극우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었다. 보수당인 인민당과 31세 대표 세바스티안 쿠르츠는 상당히 우경화된 선거 공약을 내세웠다. 떠오르는 포퓰리스트 운동의 압박에 맞서는 기존 보수 정당들이 흔히 쓰는 전략이다.

올해 선거를 치룬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의 주류 보수 정당들은 극우의 정책과 수사를 가져다 표를 되찾아 오려다 모두 실패했다. 한편 좌파 기존 정당들은 현 상태에 대한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패배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쿠르츠는 이민에 강경 노선을 취하고 이슬람의 역할을 제한하겠다고 내세웠다. 이는 자유당의 수사를 따라한 것이며, 자유당이 공약을 베꼈다고 비난했을 정도였다. 쿠르츠는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의 ‘평행 지역 사회’를 규제하겠으며 난민 유입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인민당은 선거에서 승리했고, 쿠르츠는 연정 파트너를 정하는 순간 세계 최연소 국가 지도자가 된다.

인민당과 자유당이 연정을 이룰 경우, 폴란드의 법과 정의,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의 피데스당과 같은 국수주의 정부가 오스트리아에도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과 반 난민 입장으로 EU의 규탄을 받았다.

EU는 이 중부 유럽 국가들이 EU 정책에 따르도록 압력을 넣을 방법을 찾아왔으나 제재 위협, 투표권 몰수 등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이들을 간섭하기 좋아하는 EU에 맞서 국가의 이익을 용감히 지키는 지도자로 보이게 만들어 주었을 뿐이었다.

극우의 성장과 유럽 전체에서의 득세에 대해 기존 정당들은 아직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스트리아 선거 결과를 보면, 이들 정당을 정부에 통합시키거나 그들의 사상을 가져오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장기적 결과가 어떨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정당들을 통합시키는 게 어떤 의미가 될지 100% 확신하지 못한다. 이민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일까, 이민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일까?” 버먼의 말이다.

“혹은 외국인 혐오를 향한 근본적인 후퇴일까, 국가의 일부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다 제한적으로 보게 되는 것일까?”

허핑턴포스트US의 The Success Of Austria’s Far Right Shows How Much Europe Has Chang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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