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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비결, 패배주의가 당연한 한국군

더 이상한 것은 세계 6위권의 국방비에다가 63만의 대군을 거느린 한국군 수뇌부가 "작전 통제할 능력이 없다", "작전통제를 할 조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우리 군이 작전을 통제하면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주장을 하거나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군인이라면 마땅히 "작전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주장하는 게 군인의 본성일 터인데, 이 나라에서는 정 반대의 주장이 군인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news1

만일 외국의 군사 전문가가 어제(16일) 국회 국방위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를 지켜보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군사주권, 작전권 문제에서 그렇습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에 대한민국의 작전권은 전시와 평시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것부터가 이해가 안 됩니다. 작전권이면 그냥 작전권이지 전시와 평시의 작전권이 분리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이걸 가장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 월드컵 대표팀이 예선전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다가 본선에 나가면 히딩크 감독이 지휘한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 아닙니까? 이런 의문에다가 작전지휘권과 작전통제권이 또 구별된다고 하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일반인으로서는 이미 이해의 영역을 초월해버렸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군인들조차 이게 어떤 상황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런 폐단은 2010년에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미군의 허락 없이 전투기로 북한 도발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놓고 합참의 장군들이 찬반으로 양분되어 일주일 동안 옥신각신했습니다. 저강도 분쟁은 합참이 하면 되지만 고강도 분쟁은 미군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현 국방체제에서, 전투기 출격이 저강도 대응에 해당되는지, 고강도 분쟁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세계 6위권의 국방비에다가 63만의 대군을 거느린 한국군 수뇌부가 "작전 통제할 능력이 없다", "작전통제를 할 조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우리 군이 작전을 통제하면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주장을 하거나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군인이라면 마땅히 "작전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주장하는 게 군인의 본성일 터인데, 이 나라에서는 정 반대의 주장이 군인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이미 무장이 해제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과거 일본처럼 부전(不戰)의 맹세를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스스로 작전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건 싸우지 않겠다, 오직 미국의 명령을 따를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많은 국방비를 쓰고도 스스로 강해질 것을 두려워하는지, 패배주의와 체념적 정서가 깊이 뿌리박힌 군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1990년에 합참이 창설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노태우 대통령이 "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겠다"며 작전권을 환수 받는 주체로 합참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27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환수 받지 못했다면 이 합참은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어제 저는 "이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7년째 재수생활을 하는 것과 같은 처지"라고 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비정상이 없습니다.

비정상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안보가 최선이라고 우기는 분들. 견고한 군사주권을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니까 미국도 한국을 무시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 국방장관이 북한에 대한 군사계획을 보고했다는 데 우리 군 수뇌부는 아직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미국에 의존하고자 하지만 미국은 자기 이익대로 행동하고, 나중에 한국에 통보만 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제대로 된 안보라고 하겠습니까?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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