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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물어봐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질문

  • 김태우
  • 입력 2017.10.17 10:06
  • 수정 2017.10.17 10:12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당신이 어떤 것을 묻든 기쁜 마음으로 답해줄 것이다. 심지어 그를 일약 스타로 키워준 바로 그 마법 같은 영화(*'해리포터')에 대한 질문까지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 절대 물어봐서는 안 되는 질문이 딱 하나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은 지난주 래드클리프와의 인터뷰에서 이 질문이 뭔지 알아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배우 생활이 얼마나 힘드냐'고 절대 묻지 마시라.

중요한 건, 우리는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직접 언급했다.

래드클리프는 곧 개봉할 영화 '정글'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에 대한 질문에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는 배우들의 말은 아무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영화 '정글'은 아마존에 3주간 고립됐다가 기적적으로 탈출한 여행가 요시 긴즈버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래드클리프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긴즈버그 역을 맡았다.

그는 자기만족에 빠진 배우들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배역을 위해 어떤 변화를 거쳤냐는 질문에도 배우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래드클리프는 이번 배역을 위해 거의 '도비'의 몸무게만큼을 감량한 바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배역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세세히 털어놓는 배우들이 싫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복싱에 관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그들은 복싱 영화를 위해 얼마나 힘든 훈련을 했는지 말하곤 하지만, 복싱 선수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복싱을 정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라고 래드클리프는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없다. (우리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조심하고 싶다. 나는 촬영을 마치고 호텔에서 잤다. 근데 요시 긴즈버그는 정말 정글에서 살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그래, 정말 힘들었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버넌트'에 대해 말하는 동영상은 보여주지 말자.)

"책에서는 가장 쉬워 보였던 장면이 내 생애 가장 힘든 연기 중 하나로 등극했다."

비록 래드클리프는 연기 활동의 고단함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콜롬비아와 호주에서의 촬영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밤새 내린 비에 세트장이 완전히 잠겨 촬영이 일주일이나 미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카메라 감독들이 급류 옆의 작은 바위 위에 다 같이 서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래드클리프는 "모두 몸에 밧줄을 묶고 강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모두가 하나의 거미줄에 엮여 있는 것 같았다. 정말 큰 도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만들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성취감을 안겼다"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영화 '정글'에 대한 여러 질문에 답했다.

영화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요시가 넘어져 나뭇가지에 항문을 찔리는 그런 장면 말이다.

머리에서 무언가를 잘라내야 하는 장면 등 긴장되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머릿속의 벌레를 잘라내는 장면도 있었다. 정말 끔찍한 순간이었다. 요시도 직접 겪었던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는 하나가 아니라 무려 18마리를 빼냈다고 한다. 근데 우리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참아낼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볼 때마다 얼마만큼이 사실인지 의심된다. 대본을 보고 요시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야 요시가 실제로 겪은 일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영화가 편집했는지 알게 됐다. 많은 부분을 편집해야 관객들이 더 믿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실제로 저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다 영화 속 장면들이 실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그런 감정을 들게 한 장면이 바로 엉덩이에 나뭇가지가 꽂히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도대체 그걸 어떻게 보여주지? 그걸 어떻게 하지? 너무 잔인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야기는 어떻게 끌고 가지?'라고 고민했다.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끔찍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장면이 너무 지나치게 끔찍하고 잔인해 오히려 웃음이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 관객들을 이야기 속에 잡아놓아야 하는데 요시에게는 영화로 보기에 지나치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내가 만약 관객이었다면, 실화임을 알더라도 또 한 번 의심할 것 같았다.

촬영 전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알지만, 당신의 신체 변화는 엄청났다.

나는 메쏘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다. 내가 만약 매일 집에 가서 스테이크와 감자를 먹었다면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덜 먹기로 했다. 촬영 2~3주 전부터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까지, 나는 매일 생선이나 닭가슴살 요리와 프로틴바를 먹었다. 그리고 촬영 2~3일 전에는 먹는 것을 멈췄다. 겉모습도 달라지게 했지만, 정말 피곤한 듯 보이게 했다. 다리를 피로하게 했고, 피곤함 자체가 연기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찍을 당시 촬영장이 완전히 물에 잠겼을 때는 정말 마음이 찢어졌다. 촬영 후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큰 초콜릿을 넣어놓았기 때문이다. 화요일 밤, 집에 가서 큰 초콜릿 하나를 다 먹을 예정이었다. 그러다 촬영이 일주일 뒤로 밀렸다. 그래서 '그래, 이 짓을 일주일이나 더 해야겠군.'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또 실존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면, 어떤 역을 맡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반 정도 답변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이 두 이야기 모두 나를 기절할 정도로 놀라게 했다. 제임스 배리라는 여성 의사의 이야기다. 배리는 남성인 척을 하며 일생을 보냈고, 결국 영국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크림 전쟁에도 나갔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당시 배리에게 살면서 가장 큰 호통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최초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의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평생 남자인 척을 하고 살았다는 사실은 그가 사망하고 나서야 알려졌다. 배리는 죽기 전, 책상 위에 사망 후 따라야 할 절차를 설명한 편지를 남겨뒀다. 자신의 시체에서 옷을 벗겨서는 안 되고, 옷을 입은 채로 묻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나중에서야 '당신, 남자가 아니었군!'이라며 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말 멋진 이야기다.

그리고 얼마 전, 켄 번즈의 '루즈벨트가' 시리즈를 봤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에 대한 좋은 영화는 여태껏 없었다. 그런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 '정글'은 현재 북미 전역의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허프포스트US의 'The One Question You Don’t Want To Ask Daniel Radcliff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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