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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국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알고도 모른 척 했다

  • 허완
  • 입력 2017.10.16 16:34
  • 수정 2017.10.16 16:39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attends the 17th ASEAN-Republic of Korea Summit at the 27th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summit in Kuala Lumpur, Malaysia, November 22, 2015. REUTERS/Jorge Silva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attends the 17th ASEAN-Republic of Korea Summit at the 27th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summit in Kuala Lumpur, Malaysia, November 22, 2015. REUTERS/Jorge Silva ⓒJorge Silva / Reuters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씨 등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동향을 감찰 대상인 우 전 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순실씨 국정농단, ‘문고리 3인방’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오히려 관련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좌천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16일 오후 ‘국정원 간부의 청와대 비선보고’ 등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추명호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은 물론 안봉근 청와대 전 비서관에게도 ‘비선보고’를 한 정황이 드러난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우 전 수석이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관련 의혹 등으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받게 되자, 부하 직원을 시켜 이 전 감찰관의 개인 동향 등을 수집한 뒤 이를 2차례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관련 보고 내용은 이 전 감찰관과 법조 출신 야당 의원의 친분 관계, 이 전 수석의 동선, 특별감찰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이다. 특히 이 전 수석이 “철저한 동선 보안유지”를 하고 있다며, 국정원 직원으로 하여금 ‘미행’까지 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또 민정수석 관할인 경찰청에 “(특별감찰 관련) 자료를 선별 지원해 ‘조사 비협조’ 오해가 불거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필요시 특별감찰관 조사 기간을 연장, 시간 벌기를 통해 야당의 공세 타이밍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2016년 2월 추 전 국장을 국정원 2차장으로 추천할 정도로 밀착 관계였다”며 “하지만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12월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우병우-추명호-최순실’ 사이에 이권을 둘러싼 3각 관계 정황도 드러났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6월 말 소속 처장에게 ‘우리은행장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원 6명이 동원돼 이광구 은행장 관련 첩보를 수집해, 2차례 추 전 국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만들어진 종합보고서에는 △정치권 줄대기 △불투명한 공금 집행 △특혜 지원 등 미검증된 내용이 담겼고, 이런 내용은 같은 해 8월 우 전 수석에게 보고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이나 비리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았는데도,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토록 지시한 배경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최순실씨 연관성을 거론했다. 박영수 특검팀 조사 결과, 2016년 7월 최순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관련 문건(정아무개씨 이력서에 ‘우리은행장 추천 중’ 메모)이 발견됐는데, 이에 비춰 볼 때 최씨 등이 새로운 행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할 명분을 추 전 국장을 시켜 수집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추 전 국장은 2014년 8월 부임 직후부터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관련 첩보를 수집했지만, 관련 첩보들은 추 전 국장의 책상 서랍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관련 첩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들은 지방으로 전출됐다. 국정원 개혁위 조사 결과를 보면, 추 전 국장은 △청와대 비선 논란 관련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진짜 실세는 정윤회의 전처 최순실이라는 설 확산(2014년 12월) △윤전추 행정관은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으로 행정관에 임명,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감에서 윤 행정관을 옹호한 것도 이 때문임(2014년 12월) △BH 경제수석실은 K-스포츠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문수석실로 하여금 문체부가 재단설립을 신속 지원토록 요청(2016년 1월) △전경련·재계는 미르재단에 이어 K-스포츠에 300억 출연 관련, 계속되는 공익재단 출범 자금을 기업에 요구하다 보니 불만 여론이 상당(2016년 1월) 등 2016년 9월 <한겨레> 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관련 의혹들을 계속 수집하고 있었다.

추 전 국장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검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병우 수석이 최순실ㆍ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있음(2016년 9월) △삼성전자는 2015. 9-10월간 우리은행 삼성타운지점에서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 최순실 관련 계좌(코레스포츠)로 280만유로(한화 약 35억원)를 송금(2016년 11월) △삼성은 대한승마협회를 경유하지 않고 최순실 모녀 소유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를 지원한 것과 관련, 그룹내 책임소재를 두고 신경전 고조(2016년 11월) 등 관련 첩보들을 계속 생산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농단 단초가 되는 첩보가 다수 수집되었는데도, 추 전 국장이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 등에 정식 보고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의 유착 의혹도 불거졌다. 국정원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안봉근의 경찰 인사 관여 첩보를 보고한 직원을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며 질책하고 지부로 발령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던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안 전 비서관을 두 차례(2015년 6월, 12월) 이상 만난 사실이 있다고 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우병우 전 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 등에게 비선 보고를 했는지 여부는 통화내역 조회 권한이 없고, 추 전 국장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추 전 국장의 지시로 관련 직원들의 컴퓨터가 포맷되고 첩보 작성에 사용된 노트북이 파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날 민간인 및 공무원 사찰 지시 등의 혐의(국가정보원의 직권남용 금지 위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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