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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엔진은 재생가능에너지로 돌아간다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심장이라 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를 외면한 채 2세기 전의 에너지원 석탄과 한 세기 전의 에너지원 원자력을 기반으로 미래 경제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토대 위에 구축된 경제는 쉽게 허물어지고 말 것입니다.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낡은 꿈일 뿐입니다.

이제는 너무 자주 들어 새롭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지만, 2016년 1월 스위스 세계 경제포럼(일명 다보스 포럼)의 메인 테마로 등장한 이래, '4차 산업혁명'은 미래 경제 키워드가 됐습니다.

ICT 강국 한국, '4차 산업혁명'을 뜨겁게 준비중

ICT 강국을 자부해온 한국도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학계 언론 등이 새로운 성장 전략 및 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경쟁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4차 산업혁명이 검색된 비율을 보면 놀라울 정도죠. 압도적으로 한국어 검색이 많기 때문입니다.

<구글트렌드에서 4차 산업혁명과 4th Industrial Revolution을 검색한 결과>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전망에 대한 문제제기도 상당부분 있긴 하지만, 검색되는 온라인 뉴스들의 대부분은 그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국 반도체산업의 우위 등을 근거로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11일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국가 정책과 제도, 혁신 성장의 방안을 모색하는 핵심 참모본부가 가동된 것입니다.

과연 한국은 성공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을까요? 에너지 전환을 선언하고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를 보면 희망적이지만,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를 보면 미래를 낙관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로 향하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그뤠잇!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 참석,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에너지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 파리 기후협정 등 국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애플도 태양광 전기 판매를 시작했고 구글도 '구글 에너지'를 설립하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입니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안됩니다."

<2017년 10월 11일 4차 산업혁명위원회 발족식 현장 / 이미지출처: 효자동사진관>

문 대통령은 9월 21일 뉴욕 금융 경제인단 만남에서도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지능정보화사회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 시스템 등을 통해 전통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한편,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성장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전환이 함께 맞물려 추진되는 것은, 새로운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이 될 에너지가 재생가능에너지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정작 산업계는 엉뚱하게도 원전이 4차 산업혁명의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합니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반도체 등 국내 전자제조업이 앞장서야 하는 이 시점에 원전을 포기하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국가 경제도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하려면 전력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어불성설이다...'라는 논리입니다.

원전이 4차 산업혁명의 필수조건이라고? 스튜핏!

지난 9월 4일 한국과 독일 공학한림원이 '4차 산업혁명-미래산업을 만들다'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김기남 사장은 그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전세계에 유통되는 데이터 양은 2020년까지 60제타바이트에 이르며, 그 정보를 처리하려면 67만개의 데이터센터가 950TWh의 전력을 소비해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결론은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약 40기를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리 1호기 영구 폐쇄에 맞춰 벽면에 투사된 "대한민국 탈핵시작!" 메시지>

삼성전자뿐일까요, 경제지 등 다수의 국내 언론도 그 입장에 동조했습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할 정부가 산업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과 정치를 분리하고 올바른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4차 산업혁명 전력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감추는 중요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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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원전 더 짓지 않아도 충분한 전력공급 가능하다.

현재 작성 중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1년 최대전력수요가 100.5기가와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7월 전망치 101.9기가와트, 9월 최종 전망치 100.5기가와트이다). 지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할 때, 12.7기가와트가 줄었습니다. 정부가 과다 예측을 인정하고 전력소비 전망치를 줄인 것만으로도 신고리 5·6호기 포함 원전 9기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11기를 폐쇄하고, 19기의 노후 및 신규 석탄발전을 취소해도 2030년 발전설비는 총 164기가와트가 될 전망입니다.

팩트.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화가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해서 전력 수요가 하루 아침에 폭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지능형전력망, 자동화기술과 스마트제조와 같은 IT기술의 발전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는 정확한 전력 수요의 예측과 효율적인 전력사용으로 에너지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핵심으로 합니다. 게다가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와 재생가능에너지 활용만으로도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없이 앞으로 늘어나게 될 전력수요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린피스는 <에너지 [혁명]> 보고서에서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입증하듯 세계 에너지 시장은 ESS 등 배터리 저장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팩트.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무엇보다 세계 유수의 많은 IT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경제성도 떨어지고 안전하지도 않은 원전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무려 18GW의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원전 약 18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미국에서만 2012년부터 2017년 9월19일까지 9GW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 IT기업을 선두로 시작된 업계의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은 불과 6년 만에 약 20여 개 IT기업의 동참을 이끌었고, 세계적으로는 111개 기업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선언했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 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인 BMW, Tata 모터스 등도 그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계약 현황/ 출처: Rocky Mountain Institute>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이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재생가능에너지 기반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애플, BMW등 기업들은 부품 협력업체에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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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직면해 어떻게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기후변화에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곧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심장이라 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를 외면한 채 2세기 전의 에너지원 석탄과 한 세기 전의 에너지원 원자력을 기반으로 미래 경제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토대 위에 구축된 경제는 쉽게 허물어지고 말 것입니다.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낡은 꿈일 뿐입니다.

한국의 산업, 특히 IT기기 및 부품제조사들은 원전이 부족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태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높은 원전 의존도 때문에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걱정해야 합니다.

한국 산업계, 새로운 경제에 걸맞은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때!

수많은 미래 전망 보고서들이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의 변화가 기술적 동인과 사회·경제적 동인으로 시작되고 촉진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단적인 예로 세계경제포럼은 보고서 「The Future of Jobs(WEF, 2016)」에서 사회·경제적 측면의 주요 변화동인으로 '기후변화와 천연자원'을 꼽았고, 과학기술적 동인으로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 공급 및 기술'을 들었습니다.

<The Future of Jobs(WEF, 2016)가 전망한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변화동인/ 출처: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 모색, 원출처: The Future of Jobs (WEF, 2016) 재구성>

한국이라고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굴뚝 산업의 시대가 저물며 지난 20년 새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이 전자통신 및 금융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왔습니다. 국내 100대 기업 전체 매출액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3.8%로 10년새 거의 두 배로 불었습니다.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화웨이 같은 글로벌 IT기업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 LG, SK하이닉스 등이고 이들 기업의 반도체와 패널이 세계 시장점유율 1, 2위를 앞다투고 있습니다. 이들 한국 IT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가동하는 공장은, 아시다시피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거대한 물결에 이들이 언제까지 저항할 수 있을까요? 협력업체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길 요구하고 있는 애플이 만일 이들에게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면, 과연 한국의 IT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원전이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에너지 정책을 앞장서 요구해야 할 주체는 오히려 기업입니다. 뒤늦게나마 에너지 전환에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에 딴죽을 걸 때가 아니라 이제라도 시작된 정책적 변화를 계기 삼아 기업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경제 동력,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합시다!

그린피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2010년부터 IT기업들에게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으로 운영하라는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지난해부터는 IT 제조 및 생산 방식의 혁신을 요구하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요구할때 긍정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에너지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 우리 시민은 정부와 산업계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원전 추가 건설 중단이야말로 한국 산업의 체질 혁신과 기업 경쟁력 강화의 첫 단추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산업이 도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에게 풍요롭고 안전한 미래를 위해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합시다.

글: 이인성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IT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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