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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은 사회복지사 꿈도 꾸지 말라고?

현재 '정신질환'을 결격사유로 규정한 법령은 약사법, 공중위생관리법, 국민영양관리법,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모자보건법, 의료법, 장애인복지법 등 120여 개에 이른다. 카미 등은 "'장애'를 이유로 직업에서 애초부터 배제하는 법률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므로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개정되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정신질환자의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가로막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정신장애계는 법안이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통과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사회복지사 및 사회복지법인 임원 자격 구체화 및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신설된 제11조의 2 제5호에서는 사회복지사의 결격사유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 다만, 전문의가 사회복지사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아래 카미) 등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제1회 정신건강의 날'인 10일, 기념행사가 열리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안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권나현 씨(왼쪽)와 권오용 카미 사무총장(오른쪽)

이들 단체는 이 법안이 "장애인차별금지법뿐만 아니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반드시 철폐되어야 할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신질환'을 결격사유로 규정한 법령은 약사법, 공중위생관리법, 국민영양관리법,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모자보건법, 의료법, 장애인복지법 등 120여 개에 이른다. 카미 등은 "'장애'를 이유로 직업에서 애초부터 배제하는 법률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므로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개정되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한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의 중대한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미 등은 이러한 조항이 "일본 법제를 무분별하게 따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에도 도입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일본에서는 이미 결격조항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성 때문에 2001년도에 63개 법률의 결격조항을 정비했고, 영국 역시 2013년에 개정한 정신건강(차별금지)법을 통해 정신질환자도 상, 하원 의원을 비롯해 주요 공직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적극적 규정을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자 당사자이자 현재 사회복지는 공부하고 있는 당사자 권나현 카미 활동가는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일이 하고 싶어 일찌감치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고 걸어왔는데, 느닷없이 등장한 법률로 인해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라며 씁쓸함을 표했다. 권 씨는 특히 "나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전문의의 인정'에 달려있다는 점이 가장 화나는 부분"이라며 "의료인의 경우 정신질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정적 상태에 있는 환자'라는 인식 때문에 당사자를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꿈이라도 꿀 수 있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라고 토로했다.

카미 등은 △28일 자 사회복지사업법 개악 전면 철폐 △'장애'를 이유로 각종 직업에서 배제되는 결격사유 조항 모두 폐지 △정신질환자 고용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와 합리적 편의 제공 △정신질환자의 고용과 사회참여 차별을 없애고 평등을 확대하기 위한 모든 조치 확보 등을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의 목소리는 '제1회 정신건강의 날' 행사장 내에서도 울렸다. 장애와인권파도손은 행사가 열린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 입구 앞에서 '사회복지사업법 정신장애인 배제 규탄한다!' '정신장애인 교육기회와 취업기회 박탈하는 보건복지부는 각성하라' 등의 손피켓을 들고 이번 개정안에 대한 항의 의사를 밝혔다.

파도손 측은 "굉장히 많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사회복지사의 꿈을 안고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법안 몇 줄로 이렇게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라고 밝혔다. 파도손은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 사회복지사업법 뿐만 아니라 약사법에도 정신질환을 사유로 복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라며 "복지부, 국회, 사회복지사협회 등에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추진된 과정을 파악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제1회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교보 컨벤션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파도손 회원들. (사진출처 : 이정하 파도손 대표 페이스북)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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