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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임대주택도 ‘NO'...갈수록 심화되는 ‘님비현상'

ⓒGetty Images/iStockphoto

지난 9월2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 이별식이 끝나가고 있을 때 작은 소동이 일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야기하게 해 달라며 이별식장을 찾아온 20명 남짓한 사람들과 이를 막아선 시청 직원들 사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청년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관악구 신림동 주민들로 서울시청 앞 모든 공식행사에 나타나 청년임대주택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보다 앞서 9월20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서 열린 ‘송파실버케어센터 건립 관련 주민 설명회’도 소통보단 소동으로 끝났다. “공무원 설명을 계속 들으시렵니까. 들으면 동의하는 게 됩니다.” 한 주민이 외쳤다. 서울시가 지역 주민 의견수렴·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 지역에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와 마련된 자리였지만 “추진”과 “절대 불가”라는 주장이 충돌해 어떤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 장애인 학생 특수학교 건립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지만, 특수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곳곳에서 공공·복지시설들이 이를 ‘기피시설’로 보는 지역 주민과 갈등하고 있다.

서울시 청년주택 예정지 45곳 중 주민과 합의를 이룬 곳은 3~4곳에 불과하다. 마포구 창전1구역 지역개발조합 쪽은 “청년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서울시 정책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짓는다면) 일조권, 조망권 피해는 물론 초등학생 등하굣길 안전문제나 교통사고, 주차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시청 앞에서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다른 예정 지역 주민들도 “청년들은 시끄럽고 아무 데나 침을 뱉는데다 연애하는 모습이 자녀 교육에 좋지 못하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또 중증 질환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눈길도 팽배해 있다. 송파실버케어센터 예정지 근처 아파트의 입주예정자 인터넷 게시판엔 “치매 노인들은 위험하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망치로 때린단다. 그런 곳에선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온다. 송파구에서만도 치매 노인은 14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현재 송파구 안 요양시설 수용 가능 인원은 600명 정도다.

용산구 한강로2가 옛 북한강치안센터 자리는 반려견 복지시설로 진통 중이다. 서울시는 동물권보호단체 카라의 제안으로 이 자리에 취약계층의 반려견이나 재개발로 버려지는 동물들을 중성화하는 ‘반려동물 중성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아직 설계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갈등조정 중점관리 대상’ 중 ‘기피시설’ 관련 갈등은 1년에 31건으로 전체 공공갈등의 30% 정도다.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 협력관은 “과거엔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같은 유해시설들이 기피시설이었다면 이제는 장애인·어린이집·청년주택·노인요양시설 등 거의 모든 공공·복지시설이 기피시설”이라고 했다.

질 높은 주거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이런 움직임이 공공·복지시설 혐오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카라 전진경 이사는 “위험하고 시끄럽고 냄새난다며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을 반대하는 논리는 노숙인, 장애인, 치매 노인 등을 혐오하는 논리와 닮아 있다”며 “소수자를 분리·배제해온 취약한 복지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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