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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 세탁기 수입 탓 피해"...한해 1조원 대미 수출 비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해 연간 약 1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세탁기의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제품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압박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미 국제무역위는 이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엘지전자 등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전세계 세탁기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정했다. 미 국제무역위는 지난 6월 5일부터 미국시장에 수입되는 전세계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벌여왔다. 다만 미 국제무역위는 삼성과 엘지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가운데 글로벌 현지진출 공장이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된 ‘한국산’ 제품은 세이프가드 조처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조5항은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부과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산업에 피해를 주었는지 여부를 따로 따져본 뒤에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대부분을 베트남·멕시코 등 해외공장에서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산 면제’ 혜택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업피해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세이프가드는 앞으로 청문회 등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에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세이프가드는 수출가격덤핑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최근에 갑자기 뚜렷하고 현저하게 급증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긴급제한하는 조처다. 긴급수입제한 조처로는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인상 △수입수량(쿼터)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한 수입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 등이 있다. 미 국제무역위는 오는 19일 ‘구제조처’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에 구제조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은 주로 삼성과 엘지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이다. 이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전자(16%), 엘지전자(13%) 순이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 이른다. 삼성과 엘지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월풀은 두 회사가 미국시장에 정상적인 시장판매가격보다 훨씬 싸게 팔 경우 제재당하는 ‘반덤핑’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라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월풀의 청원 이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석 등을 통해 세이프가드를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미 국제무역위의 ‘피해’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엘지도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미 국제무역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요청 안건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2일에는 한국·중국·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에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처를 받아들이면,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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