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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여전히 힘들고 고된 12명의 이야기 (제보 모음)

  • 박수진
  • 입력 2017.10.03 12:16
  • 수정 2017.10.03 12:29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독자 여러분에게 제보받은 '명절 경험담'을 공개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지만, 명절이 아직도 많이 고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첫 번째 기사, '조금은 다르게' 추석을 보내는 며느리들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조금은 다르게' 추석을 보내는 한국 며느리 11명의 이야기(제보 모음)

1.

저는 종가집 종손의 집에서 자란 딸입니다. 일 년에 열 번도 넘는 제사에 명절은 명절이 되기 이틀 삼일 전부터 준비를 해서 어릴 때 제 기억은 주말은 항상 할머니댁 가는 날인 걸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저희 엄마는 제가 명절날 놀러간다고 하면 '명절에 문 여는 곳이 어딨어?'라고 합니다. 한번도 놀고 쉬어본 적이 없어서요... 저는 나중에 커서 제사 안 지내는 남자랑 결혼해야지 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저의 시가는 제사는 딱 한 번이고 명절이면 시부모님은 여행가는 걸 훨씬 선호하세요. 그래서 명절에 같이 자주 여행을 갔었고, 명절이나 제사 음식을 하더라도 신랑이랑 아버님이 더 많이 하시고 며느리는 일을 많이 안 합니다. 오히려 저희 친정 엄마 혼자 일손이 부족해 도와주러 가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 추석도 어머님 아버님은 여행을 가셨고 저는 추석 전날 명절 음식을 하러 친정에 갑니다... 신랑은 항상 어머님이랑 전 부치고 나물하고 했었어서 제가 친정에 음식하러 가는데 도와주러 가겠다고 나서요. -Jungyun Moon

2.

대학은? 취직은? 결혼은? 등의 불편해지는 질문하면 벌금 5만원- 그래서 작년에 큰아버지가 얼굴 보자마자 10만원 주시고 애인은? 결혼은? 이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자연

3.

본의 아니게 명절 차례상 단독으로 준비하면서 두 번 쓰러졌더니 작년 추석 명절부터는 3형제 합의하여 차례 안 지내고 성묘만 다녀와서 즐겁게 놉니다. 결혼한 지 14년만의 일입니다. -남현주

4.

결혼 14년차인데 남편이 장남이라 시댁 식구들이 저희 집에 와서 며칠씩 명절을 보내요. 명절 몇 주 전부터 손님 이불 빨래부터 대청소하느라 기운을 다 빼고도 명절 땐 음식이랑 수많은 설거지를 했고 식구들이 돌아간 다음 또 며칠에 걸쳐 뒷정리를 하던 것의 반복이었는데 이번에 남편이 어머님께 어머님 돌아가시면 제사를 안 지내겠다 말하자 어머님이 그러면 유산은 없다고 해서 남편과 어머님이 싸우고 이번 명절은 어찌될 지 아직 안개 속입니다. -정혜경

5.

저는 가족모임에 환멸을 느껴서, 현재 독립하고 가족모임(엄청 많음)에는 참여하지 않고, 연락 안 하고 안 보고 산지 대략 3년째입니다. 개인적인 시간과, 제 자신한테 투자할 수 있는 편안함에 감사하고 있죠. -(이메일 제보)

6.

저희 집도 항상 명절때 제사를 지내는데요. 항상 할머니, 엄마, 작은 엄마 셋이서만 음식하시고 아빠, 작은 아빠들은 그냥 얘기하고 노세요. ㅠㅠ 설거지도 여자들이 해요. 밥도 남자들이 큰 상에서 먹고 여자들은 작은 상에서 먹어요... ㅠㅠ 제 친구들도 기독교 아니면 다들 이러던데 너무 기형적인 문화인거같아요.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가되면 이런 건 좀 사라지길 기원합니다... -원아율

7.

저희 집은 아직도 여자들이 요리하고 상차리고 설거지하고 남자는 절만 합니다. 그리고 벌초 다녀오면 큰일한 것 마냥 드러누워 퍼자다가 먹고 티비보고 하죠. 조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여자 남자 밥도 따로 먹었답니다. -이순구

8.

명절 때 여자들은 사람 하나 누울 정도로 작은 방에 모여서 남은 밥 먹었음. 해외 살고 난 이제 안 간다. -Eunboram Sim

9.

어릴 적에 친가가 멀어서 명절 때마다 고생하며 내려갔는데, 매년 친할머니가 제 어머니에게 왜 남자애가 아닌 여자애들을 낳았냐며 구박했어요. 여자애에겐 무관심하면서 남자애를 편애하는 것도 눈에 많이 보였구요. 시험 기간이 명절이랑 겹쳐서 낮에 공부라도 하고 있으면 여자가 공부해서 뭐하냐며 시집 잘 가고, 내조 잘 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할 줄 알아야 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하시고, 제 어머니한테도 이런저런 상처주는 말을 많이 하셨었나 봅니다. 듣다못한 어머니가 울면서 뛰쳐나갈 정도였으니까요. 그 다음부터 저도 그나마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서 안 내려갔습니다. 요즘은 외가를 가는데 정이 넘치는 분들이라 훨씬 편안하고 즐겁게 명절을 보내는 편입니다. -김예슬

10.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는 외가로, 아빠는 친가로 각자 부모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저하고 동생들은 강제로 친조부모집에서 살게 됐어요. "손녀 하나 있는 게 네네 할 줄 모른다", "설거지도 못 하고 요리도 못 하는 게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욕 먹고, 맞으면서 고작 12살인 저한테 여자로서의 도리 같은 걸 강요해서... 그러고 6년 살다가 지금은 나와서 2년째 엄마하고 외할머니하고 살고 있어요. 아직 동생들이 그 집에 살지만 밖에서 만나지 절대 그 집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외가 친척들도 사촌들이라면 모를까 만나기 싫어요. 외할머니는 아들인 삼촌들만 자기 자식이라고 인정하고 있어요. 설날에 외숙모집에 외할머니, 엄마랑 갔는데 외숙모가 ''왜 박가家네에 진가家가 왔니''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싸우고 싶었지만 그냥 하하 웃어넘기고 말았어요.

명절.. 신정, 설날, 추석, 팥죽 먹는 날 다 남들은 집 가는 날이거나 좋은 날이지만 저한테는 해당이 안 되는 외계인 같은 날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울면서 달력에 있는 빨간색 날짜들을 검정색 매직으로 칠해버린 기억도 있어요. 이번 추석은 다행인 건지 서비스직이라서 이틀 정도만 쉬고 나머지는 계속 출근하는데 집 같이 느껴지는 곳이 어차피 없으니까 '직장이라도 가서 사람 만나야겠다, 그게 다행이네' 생각합니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2017년 추석을 보니까 다들 행복한가봐요. 11만명이나 여행도 가고, 가족 만나러 가고, 아니면 집에서 쉬고. -(트위터 제보)

11.

19년째 전 부치고 청소해드리고 다음날 일찍 제사 지내고 납골당 다녀와서 저녁 지어 먹입니다... 세상에 명절이 제일 싫습니다. 몸은 너무 싫은데 맏아들이라, 홀어머니라 가야 하는 상황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서 어깨결림 설사 구토 밤새하고 명절날 터덜터덜 갑니다. 당신 아들이 설거지라도 도우려 주방에 오면 남자는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화내십니다. 다 포기하고 그냥 제가 합니다. 뭐 그래봤자 어머님이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10년 정도만 더 참으면 저도 명절날 여행 다닐 수 있겠죠? .... -이찬현

12.

아빠가 외동아들이라 며느리가 엄마 밖에 없어서 늘 엄마 혼자 너무 고생해서 안타까워요. ㅠㅠ 시골 갈 때마다 '살쪘다', '못생겼다' 소리 매번 듣긴 하는데 엄마 혼자 고생할까봐 안 갈 수가 없네요... 또르륵... -송가지

*이미지: 웹툰 '며느라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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