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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의외의 추석 선물

‘오곡이 익어가는 계절’ 추석하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게 선물이다. 없는 살림에도 정성을 꾹꾹 담는 마음은 똑같지만, 내용물은 시대상을 닮아 크게 변해 왔다.

■ 1950년대, 식료품이 대세

한국전쟁 직후 사회 복구가 한창이던 1950∼1960년대에서는 명절 선물세트 같은 상품은 없었다. 그래도 단품 위주의 선물들을 주고받으며 추석 명절을 보냈다. 밀가루·쌀·계란 등 식료품 선물이나 세탁비누 같은 생필품 선물이 주를 이뤘다. 설탕이나 조미료 같은 선물은 물량이 동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63년 조미료 광고

1970년대에는 공업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공산품이 추석 선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선물세트라는 개념도 이때부터 생겨났다. 1973년 한 신문 광고를 보면, 추석을 앞두고 신세계백화점은 와이셔츠, 내복, 비누, 완구 등 공산품부터 화장품, 주류, 커피 등 기호품까지 골고루 추석 선물로 제시했다. 커피 선물도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한 신문은 백화점 선물 매출로 설탕과 조미료에 이어 커피 세트가 3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경제가 급성장한 시기인 1980년대, 선물은 고급스러워졌다. 백화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굴비·전복·한우 등 고급 식재료가 추석 선물로 등장했다. 1984년 9월3일 <경향신문>은 “최근 백화점마다 사과, 갈비, 선어 등 각종 고가 식품 선물세트가 눈길을 끈다”며 “예술품처럼 포장이 잘 되어있으나 내용물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은 게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 1990년대, 상품권이 최고

1990년대에는 백화점 상품권이 가장 받고 싶은 명절 선물로 떠올랐다. 받는 사람이 선물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 1995년 8월20일 <한겨레>는 신세계백화점의 ‘추석 선물 선호도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가장 주고받고픈 선물은 ’상품권’”이라고 전했다. 다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1999년 9월21일자 <한겨레>는 당시 기업 관계자들이 “눈에 띄지 않게 고가 선물로 둔갑시킬 수 있어 명절 선물로 상품권을 애용한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홍삼, 수삼 등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가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부모님 건강을 위한 ‘실버보험‘이 선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공연 관람권, 모바일 상품권까지 명절 선물로 주목받으면서 선물 품목의 경계가 사라졌다.

■ 김영란법 이후 첫 추석, 선물은?

그렇다면 요즘 추석 선물 트랜드는 어떨까.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실속형이 인기”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5만원 이상 선물 제공=불법’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비싸지 않지만 실속있는 선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최근 1인 가구(500만명) 증가에 따른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 이른바 ‘셀프선물’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김아무개(39)씨는 부모님께 드릴 추석 선물로 5만원짜리 굴비 세트를 샀다. 김씨는 “부피는 작아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굴비 몇 마리 선물 드리는 게 실속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올 추석에는 5만원대 이하 작은 선물세트를 30% 확대했다”며 “’혼추족’이 늘어나는 최근 추세에 대비한 판매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렴한 상품군을 판매하는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의 명절 선물세트 판매량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2017년도 설에 베이커리의 롤케이크나 전병 등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며 “이번 추석에도 반응이 좋다. 10% 정도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과거 소비자들이 보여주기식으로 포장이 화려한 선물을 선호했다면 이제 젊은 소비자들은 실속을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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