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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잡혀서 더 낸 통신비 4조원, 통신기자의 ‘호갱 탈출법'

“어서 오세요.” 지난달 25일 오후 에스케이텔레콤(SKT) 영등포지점을 찾았다. 직원에게 “가입 요금제가 적정한지, 혹시 약정이 끝나 요금할인을 못받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고 싶어 왔다”고 하자 담당 상담원에게 안내했다.

상담원은 전화번호와 신분증으로 가입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더니 “밴드데이터29 요금제를 쓰고 계시네요. 음성통화를 많이 하

는데 데이터 이용은 많지 않네요. 와이파이를 많이 이용하나봐요. 지금대로라면 이 요금제가 가장 적정해요”라고 알려줬다. 이어 “지난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올라갔고, 남은 약정기간이 6개월 이내일 때는 위약금 없이 전환할 수 있어요. 대상인지 볼게요”라더니 “고객님은 지난해 12월에 1년 기한으로 선택약정할인 약정을 맺어 위약금 없이 갈아탈 수 있어요. 기존 약정을 해지하고 재약정해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잠깐 짬을 낸 덕분에 새로 1년 약정을 맺기는 했지만, 요금 5%를 추가 할인 받게 됐다.

우리 가족은 모두 같은 통신사를 이용한다. 2014년 11월 지점에 들러 이용량에 맞는 요금제로 바꾸고, 약정기간 만료로 혜택을 못받던 각종 요금할인을 받는 등 월 5만원대 통신요금을 2만원대로 낮추는 ‘대박’ 경험을 했다. 당시 아내와 아이들도 이통사 고객센터(휴대전화에서 국번없이 114)로 전화해 상담 뒤 통신요금을 각각 월 5천~2만여원씩 아꼈다. 어쩌면 그때까지 우리 가족은 ‘호갱’(호구 고객이라는 뜻)이었던 셈이다.

이후 6개월~1년 단위로 지점을 찾아가 상담 받고 있다. 5~10분 짬을 내 상담받을 때마다 이용량 변화에 맞춰 요금제를 조정하고, 약정기간 만료를 뒤늦게 알게 돼 재약정을 맺는 것 등 통신요금 부담을 낮췄다. 이번에도 큰 기대를 안했는데, 선택약정할인을 25%로 5%포인트 높이고, 가족 한명의 선택약정할인 만료를 파악해 재약정을 맺어 월 2만여원씩을 아낄 수 있었다.

‘통신 호갱’ 벗어나기 위한 5가지 질문

① 현재 가입한 요금제는 적정한가?

② 선택약정할인 대상인데 혜택을 못 받고 있나?

③ 언제부터 위약금 없이 25% 할인으로 갈아탈 수 있나?

(기존 선택약정할인 이용자)

④ 통신요금 감면을 제대로 받고 있나?

(사회취약계층)

⑤ 요금을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는 방법은?

■ 귀찮다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정부와 이통사들의 ‘생색’과 ‘엄살’과 달리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동통신 요금인하는 많이 쓰이는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폐지하거나 가입비·통화료·기본료 등을 내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모든 가입자들이 가만히 있어도 요금인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찔끔’ 수준인 경우가 많았지만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분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통사들이 요금인하 요구에 ‘인하’ 대신 ‘할인’으로 대응하면서 정부와 이통사가 주장하는 ‘요금인하 효과’와 이용자가 체감하는 ‘통신비 부담 완화’ 사이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양한 명목의 요금할인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중복할인 금지’와 ‘망신주기’ 절차 같은 장치를 만들어 수혜자를 최소화하고,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할인율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야금야금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고 있어서다. 요금제가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정부와 이통사들은 자꾸 요금을 내린다는데도 가계통신비 부담은 줄지 않는 상황이 심화하고, 안내도 되는 요금을 내는 ‘호갱’이 양산되고 있다. 이는 이통사 원가보상율(요금을 원가로 나눈 값)과 영업이익이 해마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실제 이용량보다 비싼 정액요금제에 가입해 다달이 꼬박꼬박 사용하지도 않은 요금을 내는 것이다.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월 정액을 내면 일정량의 음성통화·데이터·문자메시지를 기본 제공하는 형태의 요금제에 가입돼 있다. 이런 요금제는 대부분 초과 사용량에 대한 요금이 비싸게 책정돼, 가입자의 실제 이용량보다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갑자기 음성통화나 데이터 사용이 늘 경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안전하게 한단계 높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유통점 쪽에서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킬 수록 이통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장려금)가 커진다. 이통 3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입자들이 실제 사용량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더 내고 있는 요금이 연간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취약계층이 신청하지 않아 요금감면을 못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사회취약계층이 요금 감면을 받으려면 구청이나 동·면사무소에서 사회취약계층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를 발급받아 이통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매년 해야만 한다. 이때문에 ‘망신주기’ 절차를 만들어 감면 신청을 줄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이통사 임원은 “고객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지만, 이로 인해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혜택을 못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단말기 교체 이후 약속한 1년 혹은 2년의 선택약정할인 기간이 끝났는데도 이를 몰라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 고객지원센터 5분 방문이면 요금 할인

이통사 호갱에서 탈출하는 지름길은 정기적으로 가입한 이통사의 고객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받는 것이다.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는 ‘지점’, 케이티(KT)는 ‘플라자’, 엘지유플러스(LGU+)는 ‘직영대리점’을 방문하는 게 좋다. 방문할 때 신분증을 꼭 챙겨가야 한다.

요즘은 ‘음성통화량과 데이터 이용량 등을 감안할 때 현재 가입한 요금제가 적정한가?’, ‘선택약정할인 대상인데 신청을 안해 혜택을 못받고 있지 않은가?’, ‘(선택약정할인을 받고 있으면) 언제부터 위약금 없이 25% 할인으로 갈아탈 수 있는가?’, ‘미처 못챙기고 있는 다른 할인은 없는가?’, ‘(사회취약계층인 경우) 요금감면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등을 물어보면 된다.

이통사 콜센터를 통해서도 상담할 수 있다. 대면 상담이 아니라서 내용을 잘 모르면 추가 질문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가까운 지점·플라자·직영대리점을 소개받은 뒤 직접 찾아가 상담받는 것도 방법이다.

상담시간은 5~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잘 하면 다달이 고급 피자 한판 내지 커피 몇 잔 값만큼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가족 여럿이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영등포지점 상담원은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권리를 챙기는 겁니다. 3~6개월마다 와서 점검을 받으세요”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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