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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시인(?) 노영민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카드 단말기까지 의원실에 갖다 놓고 팔았던 이가 이제 북경의 "시인" 노영민이 될 판이라니, 역시나 마르크스가 헤겔을 빌어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얘기한 대로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되는 모양인가 싶어 쓴웃음마저 난다.

  • 바베르크
  • 입력 2017.09.29 10:30
  • 수정 2017.09.29 10:36

노영민 전 의원이 끝내 주중(駐中) 대사로 부임하게 될 모양이다. 사드 문제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양국 수교 이래 최악인 상황에서 전문 외교관이 아닌 대통령의 측근인 노 전 의원이 주중 대사로 가는 것도 입맛이 쓰다. 물론 대사라는 자리가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반드시 전문 외교관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임명되는 경우가 있었다. 주일 미국 대사를 지낸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나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같은 경우가 우리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쩌면 요즘처럼 한중관계가 미묘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제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알려진 노영민 전 의원 같은 이가 주중 대사로 근무하는 것에 장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필자가 노영민 전 의원이 중국 대사로 가게 된 것이 가장 뜨악했던 이유는 그의 "시인"으로서의 경력 때문이다.

노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2015년 10월 30일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에서 자신이 낸 "시집"인 『하늘 아래 딱 한송이』의 '북 콘서트'를 연다. 시판되지도 않았던 나름 희귀본(?)인 노 전 의원의 이 "시집"은 통상적인 시집의 판매부수가 훨씬 넘는 무려 8,000권이나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북 콘서트'에서 노영민 "시인"의 이 시집은 무려 5,000권(!)이나 팔려 나간다. 노 "시인"의 시집에는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들이 실려 있었길래 그렇게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갔던 것일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위 '북 콘서트'에서 노영민 "시인"의 시집을 사간 것은 당시 그가 상임위원장으로 있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산하기관 5-6곳이었으며 노영민 당시 의원의 의원실에서는 나중에 노 의원 측이 갖다 놓은 카드단말기를 통해서 아예 한 곳의 기관의 책값을 결제해 주기도 하였다. 시집 판매 마진을 50%로만 계산하여도 노 전 의원은 2,5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셈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희한불금의 마케팅 능력을 과시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 막강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이 산하 기관들에게 이렇게 수상쩍게 자신의 "시집"을 "판매"한 일이 그 당시 다행스럽게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으니, 여론의 팥다발 같은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당시 노영민 의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윤리심판원은 작년 1월 25일 그를 당원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에 처해서 그 징계가 확정되면 공천을 받을 수 없게끔 하였고, 결국 노 전 의원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노영민 "시인"이 이제 대통령으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은 덕분인지 다시금 정치적으로 부활하여 이른바 4강 대사 중의 하나인 중국 대사로 곧 일하게 될 모양이다. 유엔 총회까지 가서 촛불 민심으로 대통령이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던 문재인 대통령이 한 인사라서 더욱 당혹스럽고,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광화문 광장에 머릿수라도 채워 드리고 싶어 열 번 정도 나갔던 필자도 내가 이런 꼬락서니를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 싶어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일본 작가 마쓰모토 세이쵸는 남북한의 이념 대립 속에 월북하였다가 김일성의 남로당 계열 숙청시에 미제(美帝) 간첩으로 몰려 죽은 시인 임화의 비극적 생애를 그린 『북의 시인 임화』라는 소설을 썼다고 하던데,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카드 단말기까지 의원실에 갖다 놓고 팔았던 이가 이제 북경의 "시인" 노영민이 될 판이라니, 역시나 마르크스가 헤겔을 빌어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얘기한 대로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되는 모양인가 싶어 쓴웃음마저 난다. 무엇보다도 중국인들이 저런 갑질 퇴물 정치인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대사로 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를 가뜩이나 더 업수이 여기지 않을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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