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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이 3조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근본적으로 다른" 전기자동차를 개발한다

  • 허완
  • 입력 2017.09.27 09:06
NEW YORK, NY - SEPTEMBER 14:  Dyson founder and chief engineer Sir James Dyson speaks onstage during the Dyson Supersonic Hair Dryer launch event at Center548 on September 14, 2016 in New York City.  (Photo by Jason Kempin/Getty Images for Dyson)
NEW YORK, NY - SEPTEMBER 14: Dyson founder and chief engineer Sir James Dyson speaks onstage during the Dyson Supersonic Hair Dryer launch event at Center548 on September 14, 2016 in New York City. (Photo by Jason Kempin/Getty Images for Dyson) ⓒJason Kempin via Getty Images

독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청소기와 헤어 드라이어, 가습기, 공기청정기 같은 소형 생활 가전제품을 '남다르게' 만들어 온 다이슨이 전기자동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블룸버그리코드 등에 따르면, 다이슨 설립자 제임스 다이슨은 26일(현지시간) 10억 파운드(약 1조5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전기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슨은 같은 금액을 투입해 고체 배터리도 자체 개발한다. 모두 20억 파운드(약 3조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지난 5년 동안 투자한 금액(약 2조85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근본적으로 다른" 전기자동차

사진은 2002년 9월, 영국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제임스 다이슨.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다이슨 전기차'는 꽤 특별하고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슨은 이 전기차가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만든 자동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만드는 것과 똑같은 걸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 또 그는 "스포츠카는 아니고, 저렴한 자동차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슨은 이미 2년6개월 전부터 400여명의 엔지니어가 이 프로젝트에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영국에 근무하는 직원 4000여명 중 10%에 달하는 규모다. 다이슨은 그동안 테슬라, 애스턴마틴 등 자동차 업체 출신 핵심 인력들을 공격적으로 채용해왔다.

다이슨은 이 전기차가 앞으로 출시될 '다이슨 전기차' 라인의 첫 번째 모델이 될 것이며, 몇 년 내 전기차가 회사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이다. '모델3'로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테슬라는 물론, 제너럴모터스, 벤츠, 볼보, 아우디, 재규어, 포르쉐 등 거의 모든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자동차는 커녕 바퀴 달린 운송수단이라고는 만들어 본 경험이 전무한 다이슨에게, 전기자동차는 분명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체 배터리

다이슨이 '특별한 전기차'를 말할 때, 그가 의미한 건 '디자인이 특별한 전기차'도, '가격이 특별한 전기차'도 아닐지 모른다. 문제는 배터리다.

전기차의 핵심 기술은 바로 배터리다. 청소기 필터부터 헤어 드라이어 모터까지 막대한 돈을 들여 모두 직접 개발해 온 다이슨이 배터리를 그냥 둘 리 없다.

다이슨이 새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2016년 3월 우연히 알려진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15년 10월, 다이슨은 미국 미시간대학이 설립한 벤처기업 '삭티3'를 인수했다.

이 기업은 고체 배터리 개발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주장했던 곳이다. 고체 배터리는 전기차나 스마트폰 등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용량, 충전 용이성, 재활용성, 안전성 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상용화 된 이래 혁신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꿈의 배터리 기술'을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배터리 연구자들은 중대한 기술 진전을 이뤄냈다는 '삭티3'의 주장을 반박했다. 쿼츠는 2015년 장문의 기사에서 이 회사 전현직 관계자들을 인용해 삭티3의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고체 배터리는 미래가 촉망받는 기술이지만 여전히 많은 기술적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직 누구도 고체 배터리 기술 상용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 중에서는 토요타가 2020년을 목표로 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다이슨은 이 회사를 인수한 지 불과 2년이 채 되기 전인 지난 4월, 삭티3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포기했다. 매년 20만 달러에 달하는 특허 사용 계약을 파기한 것. 다만 이 회사는 여전히 다이슨 소유다.

다이슨은 삭티3의 연구진은 물론, 이와는 별도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팀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다이슨의 배터리 연구에 1600만 파운드(약 245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이슨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몇 년 전, 자동차 업체들이 (내연 기관에 의존하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것을 보고 저는 새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전기로 구동되는 운송수단이 차량 매연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다이슨은 혁신을 계속했습니다. 최신 디지털 모터 및 에너지 저장 기술은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와 무선 청소기 라인에 활용됐습니다. 우리는 선풍기, 히터, 가습기를 위한 유체역학과 냉난방 및 환기장치(HVAC) 개발에 집요하게 매달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모든 기술을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배기가스 파이프에서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대신, 우리는 이제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역량을 갖게 됐습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에게 이 소식을 직접 알리고 싶었습니다. 다이슨은 2020년 출시될 배터리 전기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환경

사진은 영국 윌트셔 맘즈버리에 위치한 다이슨 본사 전경. 2016년 10월5일.

다이슨은 왜 전기차를 개발하려고 하는 걸까? 약간의 힌트는 다이슨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찾을 수 있다.

1988년, 저는 디젤 엔진 배기가스와 실험실 쥐들의 조기 사망의 연관성을 언급한 미국 국립산업안전건강연구소(NIOSH)의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1990년 3월, 다이슨 연구팀은 자동차 배기관에 장착돼 미립자로 된 오염물질을 모아두는 싸이클론 필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93년이 되자, 우리는 몇 가지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영국 TV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 초기 적용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훨씬 더 복잡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누구도 우리의 디젤 배기가스 집진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모아진 매연을 '처리'하는 게 큰 문제라고 했습니다! 들이마시는 게 낫다?

그 시기 이후, 전 세계 정부는 모순적이게도 지원금과 보조금을 동원해 '클린 디젤'을 채택할 것을 독려해왔습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대기오염 규제를 피했거나, 속였습니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은 트럭과 버스 등 스모그를 내뿜는 자동차들로 가득찼습니다. 모두가 이 문제를 외면해왔습니다.

대기 오염이라는 전 세계적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는 것은 언제나 저의 포부였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나는 전기차 (분야의) 풋내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건 1998년 이래 내 포부였다. 더러운 자동차들을 기꺼이 만들어 온 업계에서는 (내 아이디어를) 거부했고, 정부는 (그런 자동차를 만들도록) 허용해왔다."

그는 전기차에 들어갈 전기모터는 이미 완성됐으며, 현재 개발 중인 두 종류의 배터리는 이미 기존 전기차의 효율성을 뛰어 넘었다고 말했다.

아직 '다이슨 전기차'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다이슨은 "(자동차) 뼈대도 없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이 과연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 전기차를 만들어 낼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이슨 전기차' 프로젝트의 연구 개발은 영국 윌트셔 맘즈버리에 위치한 본사 인근에 건설 중인 새 공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 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활용됐던 영국 공군 비행장이 있던 곳이다. 전기차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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