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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살수차 조작' 경찰이 마침내 유족에게 사과했다

  • 원성윤
  • 입력 2017.09.26 14:13
  • 수정 2017.09.26 14:19
ⓒ한겨레

경찰 물대포로 숨진 백남기 농민에 대해 당시 살수차를 조종했던 경찰 2명이 "유족의 용서를 구한다"며 자신들의 죄를 인정했다. 고 백남기 농민과 유족들이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청구인낙서 제출은 피고(경찰 측)가 원고(백남기 농민 측)의 청구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경향신문 9월26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경찰관 한모·최모 경장 측으로부터 청구인낙서를 제출받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이상 더 이상 유족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이를 모두 수용하고자 한다.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사고 이후 유족들을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려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으나 경찰의 최고 말단 직원으로서 조직의 뜻과 별개로 나서는 데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저희가 속한 조직이 야속했다."

"명령에 따라 배치된 곳에서 성실하게 근무를 하던 중 급히 지시에 따라 사고현장으로 배치된 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복된 명령에 따라 그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이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실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 수반됐고 그 고통의 한 순간에 저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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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비겁한 변명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유족들의 아픔에 대하여 국가가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저희 스스로 용기를 내어 사죄드리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양심의 소리에 따라 결단하게 됐다."

"저희가 사고 이후 겪어온 고통이 유족들이 감내한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저희가 속한 경찰청의 의사와 무관하게 힘겨운 결단을 내리게 됐다. 어떠한 형태로라도 이 사건의 청구인낙과는 별개로 유족들을 직접 찾아뵙고 진신어린 용서를 구하고 싶다." (경향신문, 9월26일)

앞서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각종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사망 원인을 놓고서도 '외인사'가 아닌 '자연사'로 명시해 논란이 일었으나, 정권이 바뀐 뒤 서울대병원이 백선하 교수의 잘못을 인정하고 '외인사'로 정정했다. 또 일간베스트를 비롯한 극우 커뮤니티를 통해 물 대포가 아닌, 빨간 우의 가격설 등이 나오며 죽음을 둘러싼 조롱이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19일 "정부를 대표해 백남기 농민과 그 가족, 국민에게 정부의 과오에 대해 사과한다"고 한 데 이어 이철성 경찰청장도 9월25일 "백 농민과 가족분들께 심심한 애도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또 당시 살수차를 운영했던 경찰 2명까지 사과를 함에 따라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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