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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이 100년 넘게 잠자고 있는 백두산 깨울까

[UNVERIFIED CONTENT] Soldier on Mount Paektu North Korea overlooking Lake Chon.
[UNVERIFIED CONTENT] Soldier on Mount Paektu North Korea overlooking Lake Chon. ⓒRaymond Cunningham via Getty Images

23일 오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근처에서 규모 2.6과 규모 3.2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 핵실험→지진→백두산 분화’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상청은 24일 “두 지진은 6차 북한 핵실험 장소에서 북북서쪽으로 약 6㎞ 지점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6차 핵실험에 의한 붕괴 등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이 어떤 형태로든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치거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이번 지진과 관련해 “6차 핵실험으로 인해 유발된 강력한 지진동이 이 지역에 그동안 쌓여 있던 지구조 응력을 배출하는 효과를 가져와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도 지진 발생 가능성과 방사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지역이 연이은 지진으로 붕괴되면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이 지상으로 방출되어 대기가 오염되거나 지하수층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며 “안보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국제공조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지진 발생에 그치지 않고 100년 넘게 잠자고 있는 백두산 분화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머리 위에서 핵실험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여기에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백두산 및 핵실험장 인근 지역에서 지진이 활성화되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남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이를 조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지난 2010년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자신의 발언을 인용하며 “당시 백두산에서 지진, 화산 분화의 전조일 수도 있는 수천마리의 뱀떼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최근 백두산 인근에서 지진이 다발하고 있기 때문에 백두산 화산 폭발이 예상되며, 따라서 화산 분화로 인한 지진 및 화산재, 용암 피해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고 했다. 백두산 근처에서 자연 지진이 발생하는 등 화산 분화 전조로 의심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데, 북한의 핵실험이 화산 폭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전문가들은 백두산 화산이 분화하면 2010년 아이슬랜드 화산 분화의 1000배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까지 거대한 용암 분출, 화산재 피해, 수증기로 인한 홍수 피해로 끔찍한 재앙을 맞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실제 지난해 2월 홍태경 교수 연구팀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화산의 지진동과 동적 응력변화 예측’ 논문에서 앞으로 북한이 규모가 더 큰 핵실험을 진행하면 백두산 화산이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북한이 2006년, 2009년, 2013년 실시한 3차례 핵실험 때 실측 자료를 이용했다.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에서 백두산까지 거리는 114㎞다.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 분화를 했는데, 2000년 들어 백두산 천지 주변에선 매달 10~15차례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진파 측정 결과 백두산 밑에는 거대한 마그마 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 발생과 화산 폭발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북한 핵실험 등과 관련한 깊이있는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6차 핵실험 직전인 지난달 28일 ‘절대 사라지지 않는 신화:풍계리 핵실험은 백두산 폭발의 방아쇠가 될 것인가?’라는 짧은 논평을 냈다.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원(LANL) 출신으로 45년 경력의 핵실험·지리공간 전문가인 프랭크 파비안은 '38노스'에 쓴 글에서 '포브스', CNN 등을 거론하며 “일부 매체가 북한의 지하 핵실험이 백두산의 파멸적 폭발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헤드라인을 달고 있지만, 과거 미국 사례를 볼 때 핵실험이 화산 폭발을 유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1년 11월6일 주변 90㎞ 안에 3개의 성층화산이 있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핵실험 사례들을 거론했다. 특히 최대 5메가톤(티엔티 5000킬로톤)짜리 핵실험(실체파 규모 6.9)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에 있는 62개 활화산·휴화산 중 어떤 화산도 분화하지 않았고 지진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 6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티엔티 50~150킬로톤 정도로 추정된다.

파비안은 앞서 지난 5월에도 '38노스'에 ‘화산 공포 파헤치기’라는 글을 썼다. 미국 네바다 핵실험장(NTS)에서는 미국이 지하에서 터뜨린 핵실험 1021건 가운데 무려 921건이 실시됐다. 네바다 핵실험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화산 칼데라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롱 밸리 칼데라 끝자락에서 289㎞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파비안은 “네바다 핵실험장에서는 1메가톤(티엔티 1000킬로톤)을 초과하는 핵실험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북한의 1~5차 핵실험 가운데 최대치는 20킬로톤이었다”며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1969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하핵실험이 캘리포니아를 흔드는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지 조사했지만 명백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파비안은 지질조사국 자료를 인용하며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지하 핵폭발로 인한 일시적 압력은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단층 파열을 일으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이론적 계산과 맞아 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래도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과 화산 폭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블랙 스완’이 나타나면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세계는 한번에 뒤집힌다. 그런 탓인지 파비안도 ‘화산 폭발 신화’의 논평을 이렇게 끝맺었다.

“바라건대 화산 공포가 신화로 남기를.”(Hopefully this volcanic panic is one myth that can be put to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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