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싼 게 비지떡, IP 카메라

"IP 카메라"가 또 털렸다. 혼란 와중에 "이때다!" 달려드는 장사치들이 있다. 그리고 엉뚱한 말로 겁주며 뭘 자꾸 사라고 한다. 물론 헛소리다. 이번 사건 경위와 1도 관계 없다. 왜들 이러나, 이 시장은 왜 이리 혼탁한가, 뭘 어떻게 해야 깔끔해질까, 어지럽다. 이번에 터진 사건은 "해킹"이라 할 만한 짓도 아니다.

  • 박지훈
  • 입력 2017.09.25 08:19
  • 수정 2017.09.26 10:30

"IP 카메라"가 또 털렸다. 그쪽 컴컴한 세계와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흔한 대학생과 직장인 몇이서 지난 6개월 동안 일반가정 및 의류매장에 설치된 카메라 1,400여 대의 영상을 녹화하고 배포하다가 적발된 것. 비밀번호 따고 들어간 흔한 '디폴트 패스워드' 사건이다. 그럼에도 이리 뜨거운 화제가 된 건, 털린 곳이 집이기 때문. 노랫말처럼,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을 거야"

그래, 집이란 그런 곳이다.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곳, 사생활의 집대성이자 마지막 보루. 그런 무조건 은밀해야 할 곳이 털렸으니 이번 사건의 여파가 이리 큰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 논란엔 지나침이 없다. 엄청 요란하게 호들갑 떨어 온통 어수선하더라도 꼭 바로잡아야만 할 일이다. 집이란 곳은 그래야만 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혼란 와중에 "이때다!" 달려드는 장사치들이 있다. 그리고 엉뚱한 말로 겁주며 뭘 자꾸 사라고 한다. 물론 헛소리다. 이번 사건 경위와 1도 관계 없다. 왜들 이러나, 이 시장은 왜 이리 혼탁한가, 뭘 어떻게 해야 깔끔해질까, 어지럽다. 우선,

용어부터 정리해야

일부 보도에서 "가정용 CCTV"란 말을 쓰던데, 잘못이다. CC란 Closed-Circuit, 즉 일반 TV의 개방회로와 달리 특정 대상에게만 한정 제공되는 '폐쇄회로'란 뜻이다. 반면 IP란 Internet Protocol, 즉 인터넷으로 연결되었다는 뜻이니 CCTV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걸 자꾸 CCTV라고 부르니 그렇잖아도 헷갈리는데 더 헷갈리게 만드는 꼴. 근데 IP란 말도 어째 좀 어렵다 싶으니 대충 '인터넷 카메라' 정도로 부르면 어떨까.

그리고 CCTV란 말의 뜻도 세월 변화 따라 퇴색해버려 요즘은 뜻하는 바가 보다 명확한 '감시카메라' 또는 '방범카메라'라 부르는 추세다. 게다가 CCTV 그러면 중국중앙방송(China Central TV)으로 통하니 이래저래 그 말은 안 쓰는 게 낫겠다.

그리고 이번에 터진 사건은 "해킹"이라 할 만한 짓도 아니다.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 공장 비번 1111 아니면 1234 아무거나 막 눌러 본 거라, 그런 짓까지 해킹이라 한다면, 해커들 섭섭하지,, 이렇듯 용어의 정의와 개념을 혼동하면 이후 대화는 아예 의미가 없어지니 조심할 일이다. 그렇잖아도 안전 의식이 문제라면서 의식의 틀인 용어부터 어지러우니 더욱 노답.

아무튼, 그래서, 구글서 'ip c'까지만 쳐도 자동완성 'ip camera korea' 뜬다,,

까다로우신 고객님들

당연한 질문이 떠오른다. "공장 비번을 일정 수준의 안전도 확보한 패스워드로 변경하지 않으면 카메라가 아예 작동 안 되게 만드는 등의 조치를 미리 취했어야지!?" 그렇다. "보안은 신경도 안 쓰고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거냐!" 그만 아니다. 그러나,

공장 입장도 참 난처한 게 제작 공정 추가는 즉 돈인데, 소비자님들께서 '가성비'를 그리들 따지시니 싸게 무조건 싸게 단가를 맞춰야 하는데, 뭐든 그냥 싸질 수는 없는 법이니 공정을 뺀다. 무조건 싸게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빼되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안 관련 공정부터 뺀다. 사고 터지지 않는 한 누가 보안 따위 신경 쓰겠어. 그리고,

적절한 보안 조치 적용해 물건을 만들었다 쳐도 까다로운 소비자님들께서는 이번엔 또 "아니, 이게 왜 안 돼? 그냥 꽂기만 하면 대충 돌아가게 만들지, 왜 이리 고객을 귀찮게 하고 그래!?" 따지신다. "왜 이리 비싸? 저기 저 물건은 싼데!" 화도 내신다. 그러니,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업보다,,

보안은 일이고, 일은 돈이 든다

인터넷 카메라, 아니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물건에 적용해야 하는 보안 조치는 정말 많다. '이딴 초간단한 물건에?' 싶겠지만, 제아무리 간단해 보이더라도 인터넷에 연결되기만 하면 무조건 꼭 필요한 조치다. 왜냐면,

생활형 IoT 기기들은 표면적으로 하드웨어일 뿐 일종의 앱으로 봐야 하고 앱은 웹으로 연결되니, 보안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웹이 앱보다 위험하니 필요한 보안은 겉보기 짐작보다 훨씬 더 많다. 그리고 IoT는 IoT만의 보안이 따로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건 IoT 기술의 이해 아닌가 싶다. (링크 붙이다 보니 어째 잡지 PPL 느낌,,)

당장 필요한 보안 조치들을 떠오르는 대로 쭉 나열해 봐도, 시큐어코딩 취약점제거 물리보안 정기적보안업데이트 정보위변조확인 무결성검증 기기인증 사용자인증 웹어플리케이션보안 전구간데이터암호화 등, 아주 많다. 이게 모두 다 공정이요, 따라서 돈이다. 그럼, 비싸진다. 그런데 비싸면, 안 산다,, 이번에 털린 물건들도 모두 다 중국산 저가품이다.

요즘은 그게 뭐든 제품 관련 문제들의 원인은 모두 다 '가성비'란 말로 수렴되지 않나 싶다.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비율.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진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뭐든 싸게 사면 좋지, 까닭 없이 괜히 비싼 걸 누가 사겠어. 그러나,

보안도 성능이다

그것도 꼭 필요한 성능이다. '안전'이 그러하듯. 당연히 가성비 필수요소로서 따져야.

탈탈 털려 보면 안다. 뭣이 더 중헌지.

--------------------

* 이 글은 IT&보안 잡지 'decodr'에도 올렸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뉴스 #경제테크 #IT·과학 #보안 #박지훈 #펜타시큐리티 #decodr #IP카메라 #IoT #해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