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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생활이다

정치를 사전에 쳐보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나오더라. 나라를 다스라는 일이라니, 너무 멀게 느껴지지 않나? 간호사들의 목소리, 학생들의 목소리 같은 게 모여 나오는 목소리가 정치적 목소리이다. 생활의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정치와 밀접한데, 우리는 그걸 정치와 연관 지을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치가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민원을 넣고 감시하는 일, 그리고 정치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정치와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지난 9월 1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비례민주주의연대 작은 강의실에서 선거제도 개혁 강사단 양성 교육이 열렸다. 부천, 고양,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모인 활동가들로 강의실이 가득 찼다. 이날,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부천의 활동가도 자리했다. 부천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부천시민연합 남수지 간사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한 마음에 급작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선거제도 개혁 강사단 양성 교육 현장 ⓒ비례민주주의연대

급작스러운 인터뷰에 응해주어 고맙다.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부천시민연합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남수지다. 부천시민연합은 지속가능하고 상생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풀뿌리민주단체이다. 지역 현안은 물론이고 사회적 현안에도 연대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배워갈 게 많은 정치 입문생이다.

어떤 고민과 관심으로 오늘 교육에 오게 되었는가?

오늘은 단체에서 보내서 왔다(웃음). 개인적으로도 물론 관심이 있고. 올 2월 바꿈에서 기획한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 정책배틀>에 시민배심원으로 참가했었다. 박근혜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겨루는 자리였는데, 정치개혁 편에 패널로 참여한 최태욱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의제를 처음 들었다. 그때 비례민주주의연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선거법 개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당시 1, 2차 모두 선거제도 개혁에 투표했다.

정치와 선거제도, 이것만 알면 누구나 설명할 수 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부천시민연합에서도 선거법 개혁을 주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나?

그렇다. 아쉽지만 아직 교육 사업으로 실행하진 못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선거제도 개혁 의제를 알리기 위해 카드뉴스를 세 차례 정도 만들어 배포했다. (부천시민연합 페이스북 참고) 지금 시기엔 알려내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본다. 내가 잘 알아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함께해주셔서 든든하다. 선거 이야기를 해보자.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를 느낀 경험이 있었나?

당시 최태욱 교수님 강연을 듣고 "내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한 표의 가치가 너무나 다른 나라에 살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현행 선거제도에선 소신투표를 하기 힘들다.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하면 "떨어질 건데 왜 찍어?"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특히 총선에선 소신투표가 더 힘든데, 이렇게 사표(死票)론에 부딪힌 경험이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요즘엔 비례성이 보장되지 않는 선거제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지역에서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할 때도 '어떤 정책에 투표하고 싶냐'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선거제도 이야기를 꺼낸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의회 구성이 달라지고 정치 문화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정책이 들어서는 길이 열리고, 우리 삶의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교육에 초집중하고 있는 남수지 님 ⓒ비례민주주의연대

지방선거는 비례대표 할당이 10%밖에 안 되어있고 불비례성도 정말 심각하지 않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민이 많을 텐데, 지역에선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나.

정치가 정말 중앙집권적이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지만, 중앙이 메인이라는 걸 절감할 때가 많다. 지방의회의 현황에 대해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의 권한에 대해서도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 지역에 애정이 있고 바꿔보겠다는 열정을 가진 시민들이 정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부천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당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소개할 때 본인을 '정치 입문생'이라 소개했는데, 정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나?

고등학교 때 동네가 너무 지저분해서 친구들과 팀을 짜서 청소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친언니가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겠지만, 정치를 통해선 본질적인 걸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 정말 정치를 통해서 다양한 삶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내 요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그래서 지금 선거법 문제가 와 닿는다. 가장 기본적인 선거법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민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되기 어렵다. 선거법을 바꾸면 우리가 목소리 낼 수 있는 통로가 자리 잡힐 거라고 기대한다.

100인 인터뷰의 13번째 외침 ⓒ비례민주주의연대

동네가 지저분하니 직접 청소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대단하다(웃음). 생활 속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한 점도 인상적이다. 비례민주주의연대 인터뷰 공식 질문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생활이다. 정치를 사전에 쳐보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나오더라. 나라를 다스라는 일이라니, 너무 멀게 느껴지지 않나? 작은 집단의 대표성을 가진 목소리가 모여 정치적 목소리가 된다고 본다. 간호사들의 목소리, 학생들의 목소리 같은 게 모여 나오는 목소리가 정치적 목소리이다. 생활의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정치와 밀접한데, 우리는 그걸 정치와 연관 지을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치가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민원을 넣고 감시하는 일, 그리고 정치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과 정치를 함께 가져가야 하므로 '정치는 생활'이라고 표현했다. 생활 속에서 정치와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오늘 교육 강연을 들은 소감과 활동계획이 있다면?

여기 오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난 뭘 이렇게 모르고 살아왔나 싶다. 참여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며 선거제도 개혁에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이젠 지역으로 돌아가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한 사람에게라도 더 많이 알릴 것이다.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에게 한 사람에게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가져올 변화를 알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우리가 요구하는 게 정치권에 전달되고 삶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는 걸 알리고 함께하고자 한다.

진행·속기·재구성|김푸른(비례민주의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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