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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SBS 엠넷에도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압박했다

  • 원성윤
  • 입력 2017.09.19 05:28
  • 수정 2017.09.19 05:31
ⓒ뉴스1

이명박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에 이어 <에스비에스>(SBS)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 등을 ‘좌파’로 낙인찍어 활동을 못 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의 ‘구체적 지침’은 대부분 고스란히 현실화됐고,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들은 사실상 정상적인 방송 활동이 불가능했다.

18일 <한겨레>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티에프(TF)’는 에스비에스에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든 연예인의 활동 배제를 요청했다. 2010년 3월 국정원 티에프는 에스비에스 쪽에 ‘배우 김민선씨의 출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고를 수뇌부에 했다.

당시 티에프는 “허○○ 드라마국장과 김○○ 총괄기획 시피(CP)가 캐스팅 배제를 약속했다”는 조처 결과를 윗선에 보고했다. 김민선씨는 2008년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올린 뒤 이명박 정권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사회를 본 권해효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1월 티에프는 “허○○ 드라마국장과 김○○ 총괄기획 시피를 통해 드라마 <제중원> 배역 축소와 새로운 드라마 편성 시 사전 배제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는 지난 11일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조실장이 ‘좌파 연예인 대응 티에프’를 만들어 정부 비판 연예인을 프로그램에서 배제·퇴출하고 소속사 세무조사 등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케이블방송 <엠넷>에도 압력을 행사했다. 티에프는 2010년 “엠넷에 김제동쇼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김씨의 소속사는 그해 6월 “지난 4월21일 첫 녹화를 마친 김제동쇼가 5월6일 첫 방송 될 예정이었지만,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속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자진하차했다.

MBC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김현철 PD

한국방송, 문화방송에 대한 추가 압력도 있었다. 국정원은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과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을 작성(<한겨레> 9월18일치 1·3면)한 데 이어 비슷한 시기인 2010년 3월 “<아마존의 눈물>을 제작한 문화방송의 정성후 시피와 김진만 피디가 좌편향”이라며 ‘2010년 방송대상’ 수상작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청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 왜곡 의혹 등을 제기해 2010년에는 탈락했으나, 이듬해인 ‘2011년 방송대상’을 받았다. 김제동씨가 진행하는 문화방송의 <환상의 짝꿍>은 국정원이 2010년 4월 폐지를 요청한 지 3개월 뒤에 실제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같은 해 4월 국정원은 ‘좌파’라는 이유로 한국방송 민일홍, 김영한 피디 등 5명의 지방 전보 조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민 피디는 지역으로, 김 피디는 편성본부로 전보됐다.

국정원의 인사·심사 개입 등 또 다른 불법 활동도 파악됐다. 2010년 1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력 차기 위원장 후보인 차아무개씨가 참여정부 대표 좌파 영화제작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배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노근리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지원 심사목록에서 제외되도록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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