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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이 어찌 '정치보복'과 같은 말일 수 있는가?

국민통합이나 화해니 하는 그럴싸한 말로 "이젠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됩니다. MB와 빅근혜는 자신들의 세력이 천년 만년 집권할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겁니다. 앞으로는 어느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이 임기 중에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는 확실한 단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본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느 누구도 감히 민주적 정치질서에 도전하는 무모한 짓을 감히 꿈도 꿀 수 없게 될 테니까요.

  • 이준구
  • 입력 2017.09.15 06:44
  • 수정 2017.09.15 07:33
ⓒ한겨레

요즈음 국정원의 적폐청산 TF가 공개하고 있는 MB정권 시절의 온갖 적폐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국민 통합을 위해 몸 바쳐야 할 사람들이 멀쩡한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 분열을 획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숱하게 일어났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정보기관이 단지 자기네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량한 국민을 적으로 만든 걸 보면서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되었나."라는 장탄식이 나옵니다.

최근 공개된 MB판 블랙리스트를 보면 법적 심판의 대상이 된 박근혜판 블랙리스트보다 더 악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좌파 문화예술인이라는 낙인을 찍어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줄 것인지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의 낯 뜨거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시킴으로써 인격살인을 시도한 것은 3류 코미디 축에도 끼지 못할 저질스런 작태입니다.

박근혜판 블랙리스트에만 법의 단죄가 이루어지고 MB판 블랙리스트는 그냥 넘겨 버린다면 이 땅의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그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해 추상 같은 단죄를 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 동안 보수정권이 9년 동안 집권하면서 자기네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많은 문건들을 폐기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지금까지 밝혀진 이명박근혜 정권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MB의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동원하는 수법 등을 통해 정치에 개입한 것도 민주헌정질서를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2012년의 대선 때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거의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경찰 그리고 검찰이 짬짜미를 해 축소, 은폐를 시도하는 걸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제 정권 교체와 더불어 모처럼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후련하고 통쾌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비리는 거의 국기문란의 수준에 해당하는 심각한 적폐입니다.

모든 진실을 밝혀 책임 있는 자들을 철저히 응징하는 것은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일 뿐입니다.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청와대 모르게 국정원 단독으로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수사의 칼끝은 당연히 최고책임자인 MB에게 향해져야 마땅한 일입니다.

MB든 누구든 불법행위의 의혹이 있는 사람이라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는 데 한 점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이와 같은 당연한 적폐청산의 노력을 정치보복으로 몰아가 흠집을 내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예만 보더라도 그들의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뻔히 드러납니다.

아래의 글은 조선일보 인터넷판의 톱 기사 제목입니다.

"文국정원, 盧 수사한 MB 잡으러 직접 나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사의 주체를 하필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원"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도대체 뭔지 궁금하네요.

또한 MB를 조사한다고 하면 그만일 텐데, 구태여 "노무현 대동령을 수사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또 뭘까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조사활동을 정치보복으로 몰아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히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까?

만의 하나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는 정치보복 행위를 하고 있다면 그 구체적 증거를 밝혀 비판하면 됩니다.

이 기사 어디에도 그런 구체적 증거는 손톱만큼도 제시된 게 없습니다.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것이야 말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산처럼 쌓였던 적폐가 모두 낱낱이 밝혀지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통합이나 화해니 하는 그럴싸한 말로 "이젠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도 친일청산이라든가 독재청산의 문제에서 그런 어줍지 않은 논리로 어물쩡 넘어가는 바람에 철저한 청산의 기회를 놓쳐버린 적이 있지 않습니까?

철저한 적폐청산 없이는 결코 민주정치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결국 MB와 빅근혜는 자신들의 세력이 천년 만년 집권할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겁니다.

앞으로는 어느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이 임기 중에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는 확실한 단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본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느 누구도 감히 민주적 정치질서에 도전하는 무모한 짓을 감히 꿈도 꿀 수 없게 될 테니까요.

박근혜 정권을 탄핵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계기는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의 분노였습니다.

국정 농단의 정도가 너무나 심한 나머지 나라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정도로 망가진 데 대한 국민의 분노가 추위를 무릅쓰고 촛불을 들게 만든 근본동력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진실은 그와 같은 국정 농단이 이미 MB정권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국정원의 정치개입만 놓고 본다면 그 정도에서 박근혜정권을 훨씬 능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그 동안 그 진실이 철저하게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명박근혜 정권이 왜 언론장악에 그렇게 목을 매고 있었는지 환히 이해가 됩니다.

밝혀지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짓을 수도 없이 저질렀기 때문에 한사코 그 진실을 은폐하려고 발버둥칠 수밖에 없었을 것 아닙니까?

만약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무엇을 은폐하고 무엇을 왜곡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결코 같은 말일 수 없습니다.

철저한 적폐청산이야 말로 민주적 정치질서 재건의 전제조건입니다.

어느 누구도 어떤 구실로 이와 같은 적폐청산 작업에 딴죽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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