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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투표에 무기력을 느끼는 이유

영남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어느 국회의원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돌연 자유한국당이나 혹은 바른정당 소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개개인이 정당 소속을 바꾼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정치 성향을 바꾸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실상 정치엘리트들의 정치 독점으로 인해 정치 권력을 자기들끼리 나누는 문제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책방 주인, 혹은 출판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을까. 지금의 정치 및 선거제도 하에서는 출판계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업군이 배제되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등도 마찬가지이다.

책방 '이음'의 조진석 대표는 이렇듯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작금의 현실을 지적했다. 대학로 동네 책방 '이음'을 수년째 운영해옴과 동시에 시민단체 '나와우리'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는 어쩌다가 기존의 정치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갖게 되었을까. 그러한 물음을 가지고서 9월 7일, 책방 '이음'에서 그를 만났다.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는 책방 '이음' ⓒ비례민주주의연대

시민단체 겸 책방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먼저 시민단체 '나와우리'는 어떤 단체이고,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현재 시민단체 '나와우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나와우리'는 외국인 노동자, 일본군'위안부', 장애인과 '우리 사회'속에서 더불어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이며, 설립된 지 20년 즈음 지났다. 그런데 최근에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논란을 보면,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더불어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책방 '이음'은 어떤 공간인가. 어떤 계기로 책방의 지기를 맡게 되었는가.

민주주의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많은 이들이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옳은 결정'을 제대로 내리고 있는가. 오히려 표를 얻기 위한 정책들, 군사비 과다지출이나 저복지 정책 등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동시에 정치에서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목소리를 못 내고, 결국 정치가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게 돼 오늘날의 헬조선이 되어버렸다고 본다. 그러한 이유로, 정치를 위한 올바른 지식의 재생산을 위해 책을 팔고 있다.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책방 '이음'으로 내려가는 입구 ⓒ비례민주주의연대

그렇다면 책을 직접 선정하나

대부분 책을 직접 선정한다. 물론 일반 대중의 욕구를 적절히 반영해서 책을 고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무엇보다도 세법이 어떻게 되느냐,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를 피부로 느낀다. 예를 들면 카드 정책. 수수료가 1% 인상되느냐 인하되느냐에 따라 순수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장사를 계속할지 말지에 대한 전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정책 및 정당에 대한 선호도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피부로 체감하기 때문에 정치와 투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 혹은 정치제도에 대해 가진 불만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영남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어느 국회의원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돌연 자유한국당이나 혹은 바른정당 소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개개인이 정당 소속을 바꾼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정치 성향을 바꾸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실상 정치엘리트들의 정치 독점으로 인해 정치 권력을 자기들끼리 나누는 문제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는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국의 제도권 정치에서 책방 운영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표된 적 있었는가. 직업별, 직능별 대표 등이 따로 없는 현재의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 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방주인은 대부분의 경우 정치 주체가 아닌 정책 시혜의 대상일 뿐이었다.

책방 '이음'을 운영하고 있는 조진석 님 ⓒ비례민주주의연대

그렇다면 이의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 때문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현재의 정치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그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 엘리트, 그리고 정치 기득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은 어떤 집단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사회의 국회의원이나 주요 정치인들을 보면 50대 남성에 고학력자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자신들끼리 정치를 독점하니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정치로 귀결됐고, 더 나아가 정치 혐오로까지 이어졌다. 그 때문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는데 기존의 정치권 및 정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할뿐더러, 그들 자체가 이미 기득권이기 때문에 외부적인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레대표제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느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사람들이 왜 투표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다가 결국 투표에 대한 무기력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1등만이 아닌 여러 당선자가 나오기 때문에 다당제가 되고, 더 나아가 정치에의 이해관계 대표가 더 잘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편협하게 대표되고 정치독점이 이루어지니 지역주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비례대표제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낀 최근의 경험은 사드 배치로 한창 논란 중인 성주 주민들에 관한 것이다. '당신들이 박근혜를 뽑고 자유한국당을 뽑지 않았느냐, 그런 당신들이 사드를 반대한다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으냐'라고 사람들이 오해한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승자독식제도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현재의 대표제도 하에서는 이견이나 반대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정치에 제대로 반영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런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 비제도적인 해석을 하는 것이다.

결국, 오류가 없는 해석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목적, 즉 민주주의와 모순되는 제도,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책방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비례민주주의연대의 소책자 ⓒ비례민주주의연대

사람들의 투표 및 정치에 대한 불신, 정치 독점, 왜곡된 이해관계 대표 및 의사 반영 등을 현재 한국 정치의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제 확대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이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가.

현재 국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50대를 넘지 않는가. 또 여성은 몇 퍼센트나 되는가. 당선되는 정치인들이 연령별로 혹은 직능별로, 혹은 계층 및 계급, 성별, 직업 등에 있어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일부 성별, 연령대, 출신학교 등이 과다 대표되고 있다. 이렇듯 대표 반영성이 크게 왜곡된 상황에서 하나만 변해도 물꼬가 트이며 큰 변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특히나 보통선거권은 대중들의 공감대 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1948년에 '부여받은 것'이다. 치열한 논의나 투쟁의 과정을 통해 획득된 것이 아니기에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없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정치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정치 및 정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례대표제 확대는 중요한 문제다.

비례대표제 확대 외에 기존의 정치권 및 정치제도에 바라는 점은?

제도뿐만 아니라 예비 정치인을 훈련하는 과정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본다. 치자와 피치자가 동일한 것, 즉 누구나 대표나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이런 훈련이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

현재 비례대표제, 혹은 비례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또한 매우 적지 않은가.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는 집단이나 제도를 개혁하는 집단이나 50대 명문대 출신 남성이 주류로 연령대, 출신 학력이나 배경도 비슷하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 결국 선거제도 등에 관한 이야기도 어린 시절부터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을 통한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진행|복코(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재구성|신승현(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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