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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인물들이 'MB 정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유

  • 김현유
  • 입력 2017.09.13 12:24
  • 수정 2017.09.13 12:39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82명의 구체적인 명단이 공개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밝힌 내용에 더해, 연합뉴스가 추가 취재로 12일 이를 보도했다. 추가로 밝혀진 인물들 중 배우, 방송인, 가수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굵은 글씨가 새로 드러난 명단이다.

◇배우(8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

◇방송인(8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노정렬, 오종록, 박미선, 배칠수, 황현희

◇가수(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안치환, 윤민석, 양희은, 이하늘, 이수

언론이 분석한 포함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다. 바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는가" 여부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고 하기엔 대체 왜 인물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애매한 이름들이 있다.

명단이 공개된 후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궁금증을 토로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DC인사이드 '엠씨더맥스 갤러리'

MLB파크

82쿡

우선 배우부터 살펴보면, 권해효와 문소리는 이전부터 정치적 발언을 해 온 편이다. 그러나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이 포함된 이유는 좀 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준기와 김가연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인 '화려한 휴가'에 출연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것이 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준기의 경우에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벌어졌을 때 미니홈피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김가연 역시 "청와대 점심메뉴로 미국산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뼈가 들어간 갈비탕을 추천한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유준상은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철거 당시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겼다.

방송인 황현희는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에서 정부 풍자 개그를 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김구라와 박미선, 이하늘은 2008년 MBC 시사 예능 '명랑 히어로'에 함께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등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도 다뤘다.

그러나 김구라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들은 지난 5월 온라인 시사토크쇼 '맘마이스'에서 방송인 김용민이 한 말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방송에서 김용민은 "MB 정권때 김구라도 KBS를 다 잘렸다. 과거 이명박 (서울) 시장 시절 이명박 욕을 살짝 했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등재가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은 가수 이수였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대체 이수는 왜 등재된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수가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는 블랙리스트 등재 조건인 'MB 정부 비판'과는 거리가 있다.

이수는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애도의 글과 함께, 애도의 내용을 담은 프로필을 게시했다. 이전부터 노 전 대통령 지지 행보를 보여왔던 탓(?)에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당시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등재 기준'은 매우 1차원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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