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비키니를 멋지게 입어줘서 고맙다고 해변에서 내게 말한 여성에게

  • 김도훈
  • 입력 2017.09.12 13:28
  • 수정 2017.09.12 13:29

당신이 해변에서 내게 다가오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힘들어하는 편이다. 하지만 당신이 내게 자신있게 다가왔기 때문에, 우리 사이에 자신감 때문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신감 있는 척을 하고 다녀야 한다. 당신은 내 진짜 모습을 보았다. 나는 눈 속의 공포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겁먹은 여자 아이였다.

그래서 당신이 내게 다가왔는지는 모르지만, 당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만성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병 때문에 외모가 크게 달라질 경우 더욱 힘들어진다. 옷을 입고 있으면 아무도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없지만, 해변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변에선 모두 몸을 드러내지만, 나는 내 몸에 달린 모든 것을 전부 다 드러내야 한다. 나는 회장루 형성술을 받아서 배에 튜브 두 개를 꽂고 있다. 흔히 보게 되는 모습은 아니다. 나는 익숙해졌다. 내게 있어서는 정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SF 영화에서 나올 만한 모습이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인간으로 보았다. 내 장비를 빤히 바라보지 않고 내 눈을 보았다. 그리고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당신이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서 징그럽다고 말하거나 “정말 그걸 하고 풀에 들어갈 거예요?”라고 물어본 적은 있었다. 당신이 다가올 때 나는 최악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의 말에 나는 지금도 놀라고 있다. 당신은 비키니를 멋지게 입어줘서 고맙다고 하고, 당신도 예전에 회장루 형성술을 받았고 지금은 대장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큰 격려가 된다고 말해주었다. 당신의 솔직함이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 나는 어떤 수영복을 가져갈지 몇 시간 동안 고민했다.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영복을 다 챙겼고, 새것을 살 돈도 준비했다. 모든 걸 다 가릴 수 있는 수영복이 없는 것 같아서였다. 그날 아침, 나는 내 배에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것처럼 그냥 비키니를 입자고 마지막 순간에 결정했다. 나는 너무나 불안했다. 십대 소녀라면 누구나 신체 이미지 문제로 고민할 수 있고, 내가 받은 수술 때문에 내 고민은 남들의 100배는 될 것이다. 당신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해변에 정말 오랜만에 나온 것이었고, 난 곧 불편해졌다. 모두가 내 배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신과 몇 분 동안 이야기하자, 내 모든 걱정이 다 사라졌다. 그 순간에 내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뒤로 남은 휴가 기간 동안, 수영복과 관련된 유일한 문제는 필요하지도 않은 수영복을 너무 많이 가져왔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고맙다. 사람들의 선함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 주어 고맙다. 내 모습 그대로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준 자신감 덕택에 나는 휴가를 최대한 즐길 수 있었다. 고맙다.

허핑턴포스트US의 To The Woman On The Beach Who Thanked Me For Rocking A Bikini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질병 #건강 #여성 #비키니 #크론병 #미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