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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로 출근하는 이명박근혜 국정원 사람들

‘블랙박스 전원 차단’, ‘창문 내리고 출입증 제시’.

11일 이른 아침, 내비게이션에도 위치가 나오지 않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산기슭. 삼엄한 경고문이 붙은 철제 바리케이드가 빗방울 듣는 도로를 가로막았다.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국가정보대학원이다. 차단기가 올라갈 때마다 멈춰 섰던 승용차들이 자욱한 산안개 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가정보대학원 입구.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9월 초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주도한 불법 행위 등을 지시하거나 연루된 1~3급 직원 40여명이 이곳 국가정보대학원으로 ‘출근’한다.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TF)가 본격 가동된 뒤 이뤄진 인사에서 아무런 보직을 받지 못한 1급 직원 10여명과 2~3급 30여명이다. 이 가운데 1급들은 아무런 교육도 없이 하루 종일 ‘대기’만 하다가 시간이 되면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기한 대기’라고 한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부역’을 한 1급들은 계급정년이 짧다 보니 이곳에서 몇 개월 또는 1년 정도 있다가 퇴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교육이 진행 중인 2~3급 직원들 중에서도 일부만 보직을 받고 ‘구제’된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검찰 조사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국가정보대학원은 원래 신입직원 입소 교육과 함께 승진자 보수 교육, 고위직 안보관리과정 등을 맡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이런 역할에 더해 ‘전 정권 부역자’ 재교육 기능이 추가됐다. 원 전 원장에게 밉보인 이들이 국가정보대학원에서 수개월씩 교육을 받았는데, 50대 직원들도 혹독한 체력훈련 등을 받아야 하는 탓에 직원들 사이에선 ‘삼청교육대’로 불렸다. 이를 못 견디고 스스로 퇴직하거나 재교육 중 계급정년을 맞아 옷을 벗기도 했다.

최근 서훈 국정원장이 국내정보 수집국과 분석국을 전면 폐지하면서, 600여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소속 직원들 역시 국가정보대학원에서 보직 전환 교육을 받아야 할 처지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북한정보나 해외정보 파트, 대테러·방첩 파트 등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국정원 특정 부서가 통째로 폐지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보직 전환 교육프로그램 자체가 없다. 이를 준비할 때까지는 각자 기존 사무실에서 대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지시를 이행한 하급 직원들도 많은데, 천막을 쳐서라도 모두 수용한 뒤 교육시키라는 말도 나온다”며 내부의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서에서 받아준다고 해도 정보기관 특성상 서자 취급 받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간 국내정보 파트가 내부에서 ‘갑’으로 군림해온 탓에 감정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첫 정권교체였던 김대중 정부 때는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퇴직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불법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그런 반발이 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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