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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대통령이 주인공인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 강병진
  • 입력 2017.09.11 06:31
  • 수정 2017.09.11 06:33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거나, 선고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의 경우는 1심에서 블랙리스트를 집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다만,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 8월 2일 항소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만 작성한 게 아니라, 직접 영화제작에 뛰어들려했던 움직임이 포착됐다. 감독 섭외 및 장르 선정, 그리고 투자 기획등의 큰 그림을 그린 건, 국가정보원이었다.

9월 11일, ‘한겨레21’과 ‘씨네21’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영화감독과 투자배급사 관계자등을 만나 영화계 동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국뽕영화’ 제작을 유도했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만들고 싶어한 영화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주인공 캐릭터 : 대통령

보도에 따르면, 중견감독 ㄱ씨는 2013년 말~2014년 초 만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할리우드에는 대통령이 주인공인 안보 의식을 고취하는 영화가 많고 흥행도 한다. 대통령이 직접 액션도 하는 히어로물을 만들면 영화로도 안보를 할 수 있다. 국내 영화인들은 그런 인식이 없다”

지금까지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국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은 로맨스의 대상이거나, 사생활에서는 평범한 인간인 대통령을 묘사했다. 하지만 아마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그런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장르 : 액션 블록버스터

보도에 따르면, 이 국정원 직원이 예로 든 영화는 바로 ‘에어포스원’이다. ‘사선에서’, ‘아웃브레이크’의 볼프강 피터젠 감독이 연출하고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러시아를 방문한 후, 가족과 함께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에 잠입한 테러리스트를 맞닥뜨리고, 그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혀 미국의 평화를 지킨다는 이야기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스스로 매우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실제로 대통령이 되기 전, 자신의 전용기를 ‘트럼프 포스 원’이라고 불렀었다.

제작비 규모 : 100억원 이상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대통령을 주연으로 한 액션영화를 만들면 30억원 정도는 대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영화계의 제작 규모를 모르는 국정원 직원이었다면 정말 30억원 정도로 그런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1999년에 나온 ‘쉬리’의 제작비가 30억원 정도였다.) 이 국정원 직원이 대줄 수 있다고 말한 ‘30억원’은 제작비의 일부로 보인다. 보도에 등장한 영화 투자 관계자도 “보수정부 들어 이른바 현장에서 멀리 떠나 있던 ‘휴면 영화인’들이 건전 애국영화, 전쟁영화를 만들겠다며 수차례 투자를 요구해온 바 있다”며 “투자 결정은 ‘투자금 회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메인 투자’를 잡아오라 말하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의 제안은 대형 투자사들이 (영화의 메인투자자로)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소 30억원 이상의 메인 투자사가 붙는다고 가정했을때, 여기에 부분투자사들이 붙고 제작 이후 마케팅비용까지 더했을때 사실상 전체 제작비는 100억원을 넘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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