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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생리대를 쓰는 내 몸이 말한다. 지난 20년을 후회한다고

생각보다 세탁이 간편하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생리혈에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관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리컵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많아서 시도를 안하고 있는 지경이니 말 다했다. 진짜 생리통 없어지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없어졌다. 생리기간에 늘 있던 아랫배에 통증이 거짓말처럼 싹 없어졌다. 가끔씩 데굴데굴 구르는 일도 사라졌다. 피부가 짓무르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내 몸을 혐오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내 자궁이 뱉어낸 피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내 몸이 가지고 있는 패턴을 익혔다는 것이다.

  • 수진배
  • 입력 2017.09.06 09:41
  • 수정 2017.09.06 09:53
ⓒhannahpad

요 며칠 내 페이스북 피드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로 뒤덮여 있다. 나는 2년 넘게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는지라 그 민감한 이슈에서 떨어져 있다. 남편이 "이제 당신에겐 남의 일이 되었네?"라고 말하면 "응 그렇지"라고 대꾸한다. 그런데 과연 내게 해당이 없는 문제일까. 내가 면생리대를 사용한 기간은 고작 2년 반이다. 지난 20년간 나 역시도 화학생리대를 사용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언론에 발표된 생리대는 나에게도 익숙한 제품이다.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면생리대를 쓰고 있는 내 몸이 말한다. 지난 20년을 후회한다고. 너는 나쁜 물질에 자궁을 노출시켜왔다고. 며칠간 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마음, 같은 분노로 기사를 읽고 대안을 찾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면생리대와 생리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리하고 간편한 화학 생리대를 두고 이 귀찮고 불편한 면생리대를 찾고 있는 상황에 우선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본론을 이야기한다. 면생리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면생리대를 쓰기 전의 나는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생리를 시작하고 끝날 때쯤에 아랫배에 가해지는 묵직한 통증이 있었지만 그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두어 달에 한 번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데굴데굴 구르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그 역시도 생리를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오히려 생리기간 동안에 매일 매일 움직이지 못할 통증으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주변에 널렸다. 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아이였다. 화학 생리대가 몸에 안 좋을 거 같다는 의심은 늘 있었지만 내 자궁은 고통에 둔감한 편이어서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겨왔다. 그러던 중에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면생리대를 권했다. 빨아서 쓸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서 바로 거절했는데 남편이 물러서질 않는 거다. 어디서 들었는지 면생리대의 장점을 늘어 놓았는데 그 중에 딱 하나에 마음이 동해서 시작했다. 그건 바로 '생리대는 썩지도 않는다'라는 소리였다. 어릴 적부터 환경운동연합에 기웃거리고, 어쩌다 일회용품을 쓸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는 내게 남편은 죄의식을 심어주었다. 니가 20년 넘게 써 왔던 생리대가 일회용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밤에 잠도 안 왔다. 불편하지만 시작해보고 싶었다. 꽃무늬의 촌스러운 면생리대를 손에 처음 쥐고도 자신이 없었다. 그 때마다 남편이 반복해서 내게 말했다.

"생리혈은 더러운 게 아니야. 그냥 피일 뿐이야."

"당신의 몸에서 나온 피야. 이걸 징그럽게 보는 게 더 이상한 거야."

그 말에 힘을 얻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세탁이 간편한 것이다. 결국 면생리대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생리혈에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관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리컵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많아서 시도를 안하고 있는 지경이니 말 다했다. 진짜 생리통 없어지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없어졌다. 생리기간에 늘 있던 아랫배에 통증이 거짓말처럼 싹 없어졌다. 가끔씩 데굴데굴 구르는 일도 사라졌다. 피부가 짓무르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내 몸을 혐오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내 자궁이 뱉어낸 피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내 몸이 가지고 있는 패턴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2년을 넘게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화학생리대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간편하고 편리한 화학 생리대를 두고 면생리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마치 예쁜 기성복 대신에 투박한 개량한복 입으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화학생리대를 쓸 수는 없는데. 나는 조사결과가 잘못됐을 거라 믿는 대신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면생리대의 세탁방법을 이곳에 적으며 글을 마치겠다. 부디 모든 여성이 걱정없이 생리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빈다.

[면생리대 빠는 법]

면생리대를 빨기 전에 확실히 알아두세요. 생리혈은 더러운 것이 아닙니다. 혐오스럽지도 않습니다. 무서운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내 몸에서 빠져나온 자연스러운 피일 뿐입니다. 이 당연한 개념에 불필요한 관념을 덧붙이지 마세요. 그럼 면생리대를 빨아보겠습니다.

준비물: 빨간 양동이 (가장 작은 사이즈)

1. 생리 첫날입니다. 면 생리대가 묵직하게 피를 흡수했습니다. 샤워기로 찬물을 틀어 면생리대에 쏩니다. 피가 죽죽 빠집니다. 다 뺄 필요 없습니다. 대충만 빼고 빨간 양동이에 생리대를 투척하세요. 그리고 양동이에 찬물을 채운 후 뚜껑을 닫아주세요.

2. 생리대가 또 나왔습니다. 또 샤워기로 대충 헹궈줍니다. 양동이를 열어보니 핏물이 가득입니다. 물을 갈아주고 피 뺀 생리대를 투척하세요. (자주 안 갈아주시면 물에서 썩은 내 나니까 하루에 한 번은 꼭 갈아주세요)

3. 생리 끝날 때까지 그렇게 합니다. 그때 그때 빠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때 그때 귀찮아서 못하겠습니다.

4. 생리가 끝났습니다. 양동이에는 생리기간 동안 쓴 면생리대가 물에 퉁퉁 불어있습니다. 피는 거의 다 빠지고 얼룩만 남아있습니다. 물을 버리고 생리대에 세제를 바릅니다. 친환경 세제도 좋고 빨래비누도 좋고 뭐 맘대로 비누칠을 두툼하게 하세요. 그리곤 촥촥 접어서 양동이에 투척하고 하루나 이틀 묵힙니다. (비누칠 하는 시간 대략 3분 소요)

5. 손으로 조물조물 빨고 헹궈냅니다. 촥촥펴서 말립니다. 빨래 끗 (대략 15분 소요)

6. 5번이 귀찮으면 그냥 4번이 된 면생리대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립니다. 빨래 끗.

^_________^

저는 대충 이렇게 빨아쓰고 있습니다. 2년 넘게 쓰니까 얼룩이 좀 남긴 하는데 뭐 어떻습니까. 그래봤자 제 피의 얼룩인데.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외로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한 달에 20분) 간단해요. 그리고 이건 저도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한 방법인데, 듣기로는 과탄산수소가 핏물 빼는 데는 최고라고 합니다. 비누칠 할 필요도 없이 통에 과탄산수소 한 스푼 넣으면 된다는데, 이번 달에 당장 해보려고요. 참고로 저는 콸콸콸 타입이 아니라서 면생리대가 잘 맞는 케이스예요. 며칠 내내 양이 많으신 분들은 생리컵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럼 우리 모두 즐생 ❤️

[요약]

1. 생리기간 동안 핏물 빼서 모아놓고

2. 한꺼번에 비누칠해서 며칠 묵힌 후에

3. 조물조물 헹궈서 빨래 끗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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