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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이용마 MBC 해직 기자 "김장겸 사장,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제대로 알라"

  • 원성윤
  • 입력 2017.09.05 13:38
  • 수정 2017.09.05 15:57

그는 기자다. 또 정치학 박사다. 늘 학구적이다. 뭐든 설명하기 좋아한다. 분석적이고, 치밀하다. 2012년 MBC 170일 파업 이후 노조 집행부 가운데 가장 먼저 해고됐다. 해고된 시간도 허투루보내지 않았다. 전공을 살려 강단에도 섰고, 국민TV에서 '이용마의 한국정치'라는 대담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MBC 한 기자는 그를 가리켜 "배우 현빈과 이미지와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앵커감이라는 거다. 이제 그의 일정은 잠시 멈췄다. 많이 아파서다. 5년 만에 만난 그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탁자에 앉았다. 자택에 갖춘 오존 기계를 가리켰다. "저게 참 좋아. O3로 씻으면 과일을 껍질째 먹을 수 있게 해주거든. 사람들이 이걸 잘 몰라" 조곤조곤 설명하는 통에 하마터면 어디서 파냐고 물어볼 뻔했다. 그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은 기자다. 그러나 일상의 화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MBC 문제로 넘어왔다.

- MBC 총파업이 오늘(9월4일)부터 시작됩니다. 5년 만의 파업입니다.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였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이번 파업은 찬성률, 투표율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전무후무할겁니다. 총파업 출정식 참여인원도 역대 최고 수준이고요. 조합원들의 참여 열기가 굉장히 높거든요. 대단한 거죠. 조합원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할 수밖에 없어요. 불과 몇달 전만 해도 '과연, 우리가 파업을 할 수 있을까'하는 패배의식이 짙었어요. 그런 우려를 불식하고 사상 최대의 파업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하고 감격하고 있어요. 사실상 이번 싸움은 2010년 39일 파업, 2012년 170일 파업, 그리고 2017년의 파업인데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봐요. 2010년 김재철의 낙하산 투입 반대에 시작해서 현재까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9월5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한 김장겸 MBC 사장

- 김장겸 사장이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 MBC에서는 '언론탄압'이라고 합니다. 자유한국당도 동조하며 김 사장 지키기에 나서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공영방송 사장과 제1야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 하! 한마디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친일파들이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시절에 축적한 재산이 상당히 많잖아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다음에 그 재산이 여전히 자기 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일제 식민지 기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엄청나게 억압받고 탄압받았고, 친일파들은 일제 총독에 빌붙어서 작위와 많은 돈과 땅, 재산을 축적했죠. 이 부당하게 축적된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도둑들이 이 재산은 내 것이고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지금 김장겸 사장이 공영방송 손대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작년부터 대한민국 1800만 명의 국민이 나서서 촛불 항쟁을 해서 박근혜 정부가 무너졌단 말이에요. 촛불 항쟁의 열망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열망도 담겨있거든요. 그런 국민을 향해서 지금이 정상이니까 내버려 두라는 거랑 똑같아요. 적반하장이죠.

김재철 전 MBC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 등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처벌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장겸 현 사장은 "취임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장"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는데요. 노동법, 방송법 등 실정법의 처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 당연히 실정법으로 처벌받을 대상들이죠. 김장겸, 안광한, 그 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 사실상 권언유착 관계였거든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 사람들을 MBC 사장으로 임명해주고, 이 사람들은 정권을 대신해서 그동안 MBC 구성원들에 대해서 많은 탄압을 해왔단 말이에요. 불법적이고 부당한 일을 저질러왔고, 정권은 그걸 용납해왔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무리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정권이 비호를 해줬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보호를 받았던 거든요. 하지만 법대로 처리만 이뤄진다면 이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해요. 법이 '인제 와서야' 제대로 집행이 되려고 하는 겁니다. 그걸 가지고 말이 안 된다고 앞을 가리는 거 자체가 웃긴 일이라는 거죠.

- 보도국 기자 시절 김장겸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 김장겸 사장이 제 기억에는 그렇게 남아 있지 않아요. 제가 1996년에 입사했는데요, 김장겸 사장은 당시 보도국에서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었어요. 김장겸 선배가 런던 특파원을 했죠. 어떤 능력으로 런던 특파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노태우에서 YS로 이어지는 영남 정권이다 보니까 수혜를 입어서 특파원을 나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입사한 이후에는 김장겸이라는 존재는 눈에 띄지 않았어요. 1987년도 입사한 동기들의 경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잘 나갔던 선배들이 많거든요. 영남 출신임에도 중요한 출입처 보직들을 맡으면서 잘 나간 선배들이 많아요. 그런데 김장겸 선배는 부장도 못 했던 걸로 알거든요. MBC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든지 앞장서서 외치는 그런 사람도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주요 직책이라는 측면에서 잘 나간 것도 아니고 반정부나 반체제 성향을 보이고 눈에 띄지도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느닷없이 이명박, 박근혜 체제에서 잘나가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 왜 과거에 이 사람이 사내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느냐.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김장겸 선배는 그 당시에도 이미 편향적이었다는 거에요. 그 시각이 좀 심했다는 거예요. 같은 보수적인 선배들끼리도 대화가 잘 안 통하는 거죠. 요즘 식으로 얘기하자면 '일베' 적이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동기들이나 사내에서 대우를 받지 못했죠.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 우리 사회가 '일베화'가 돼 가잖아요? 극우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직책을 차지한다든지, 오죽하면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이 방문진 이사장을 하고 있잖아요. 김기춘 같은 공안검사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고. 이런 식으로 사회 체제가 바뀌면서 김장겸 같은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거죠. 그러면서 김장겸이라는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정치부장이 됐죠. 정치부장도 MBC 역사상 가장 오래 하지 않았을까. 2년 정도 했어요. 군사정부 이래로 그렇게 오랫동안 정치부장을 한 사람이 없어요. 보도국장도 오래했고, 그 다음에 보도본부장, 사장까지 수직 상승을 했어요. 이건 그만큼 김장겸이라고하는 존재가 일베 성향의 정치 체제와 맞물리면서 한순간에 올라가는 거라고 봐야 하거든요.

그렇게 취재를 열심히 했던 기자가 아니에요. 취재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면 선후배들의 눈에 띄었겠죠. 기자가 취재하지 않았다는 건 좋은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이야기에요. 그런 상태에서 정치적인 의식조차도 편향적이었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자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거죠.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하면서도 기사를 보는 시각이나 관점, 기사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 일반적인 상식적인 논리에서 많이 벗어난 결정들이 나오지 않나 싶어요.

- 김재철 사장 이후 MBC는 신뢰도를 비롯해 물론 브랜드 파워 등 각종 지표에서 곤두박질쳤습니다.

= 김재철 체제가 등장한 이후에 김장겸 뿐만 아니라 제2의 김장겸, 제3의 김장겸들이 등장했어요. 보수-진보 정권을 떠나 대체로 사내에서 평가해주는 게 있잖아요? 저 사람은 성향으로는 보수적이라도 취재도 제대로 하고, 일을 열심히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은 성향은 진보적이라도 일은 제대로 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정권 아래에서도 평가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김재철 사장이 등장한 이후에 소위 '보직 부장'을 달며 승진을 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MBC를 장악하고 있어요. MBC에서 일을 잘했던 기자, PD들은 다 현업에서 쫓겨났잖아요. 대표적으로 황우석 사건을 밝혀냈던 한학수 PD도 쫓겨났죠, 기자로서 많은 활약을 했던 박성제 기자 등 대부분의 일 잘하는 사람들은 다 쫓겨났어요. 이런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했던 사람들이 과거에 자기들이 대우를 잘 못 받은 것인 양, 억지를 부리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MBC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죠. 김장겸, 고영주가 주장하는 대로 현재 MBC를 그대로 둔다고 하면 MBC 경쟁력 자체가 너무 떨어져서 그대로 놔둬도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 조직에서 '인사'(人事)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데 지난 정권을 돌아보면 이런 식의 인사가 눈에 띈다. 원세훈 국정원장 같은 경우도 서울시 공무원들 가운데서는 혼자서 식사를 하고 눈에 띄지 않아 '원따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는데 MB에게 발탁돼 국정원장을 지냈죠. 김재철 전 사장 같은 경우도 MBC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사장에 발탁됐고 그러고 한 일은 구성원들이 이해하지 못할 인사였습니다. 결국 '조인트 까이고 좌파 청소'했다는 인터뷰 기사가 나왔습니다.

= 하나의 조직이 잘 굴러가려고 하면,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일 잘하는 사람을 일하는 능력에 따라 평가해주는 조직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걸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서 그냥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 나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인사를 했을 경우에 사실은 그 조직이 그런 식으로 해서 망가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방금 얘기한 원세훈 원장 같은 경우도 조직 내에서는 왕따를 당했던 사람인데, 이명박 당시 시장의 눈에 띄어서 나온 거예요. 이 사람은 이명박 시장한테 올곧게 충성한 거 아니에요? 자기한테 충성을 잘한다는 그 하나로 대통령이 되면서 행자부 장관을 시키고, 국정원장을 시켰죠. 아무 비판 없이 충실하게 따른 거 아니에요? 조직은 망가졌잖아요.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망가졌어요. 관권선거 운동이라는 건요, 군사정부 이래로 찾아보기 어려운 거예요. 국정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조직을 국가가 동원을 해서 선거운동을 한 거거든요. 이건 굉장히 엄하게 처벌을 받아야 할 사안이죠. 징역 4년, 저거는 얘기 안 된다고 봅니다. 굉장히 엄중하게 처벌을 받아야 할 사안이고 저건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사건이거든요. 이런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잖아요. 그래서 인사가 중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 2012년 파업과 2017년 파업을 대하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은 훨씬 더 절박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청자들의 시선도 예전보다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JTBC와 같은 종편의 약진과 시청환경의 변화가 더 MBC를 기대하게 하지 못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이 더 절박하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지금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이 절박할 수밖에 없어요.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에 MBC는 완전히 망가졌어요. 지금 수많은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그동안 피를 토하는 인터뷰를 많이 했잖아요? 그동안 스케이트 관리를 하러 쫓겨났던 사람들,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회사를 그만둬버려야 했던 아나운서들, 마이크 한번 잡아보지 못한 기자들, 지금 엄청나게 많잖아요. 이 사람들이 인터뷰도 못 할 정도로 억압적인 체제를 지내왔거든요.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고 보세요. 그럼 MBC에서 남아있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나운서들 10여명, PD들 떠난 게 문제가 아니에요. 이 체제가 지속한다고 하면 지금 MBC 구성원들 대부분이 회사를 떠날 겁니다. MBC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던 건요 '언젠가는 우리 일터를 되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남아있었던 거에요. 아니었으면 진작 떠났을 겁니다.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죠. 이 많은 사람이 배제된 동안에 얼마나 MBC가 망가졌어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채널에서 지워버리잖아요. 'MBC 그런 게 있었냐'고 묻는 사람조차 있잖아요. 그런 정도로 MBC 존재감이 약화했고, MBC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어요.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터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연 MBC가 예전의 명성,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겠느냐. 설령 그 정도는 아니라도 지상파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거예요. 우리가 170일 파업을 하고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만큼 우리가 MBC를 사랑했기 때문이거든요. 'MBC를 살려야 한다'는 극한의 심정 때문에 업무로 복귀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 싸움에서 패한다고 생각해보세요. MBC는 이제 기사회생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박한 겁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정상화'를 표방했습니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치가 미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 우리 심정이야 당장에라도 바꿨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우리 사회잖아요? 법과 제도적인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그런 것들을 최대한 준수를 하면서 나갈 수밖에 없죠. 그것이 우리가 추구했던 사회잖아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김장겸 나가라, 고영주 나가라 할 순 없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지키자고 우리가 하는 거기 때문에 그 정도 인내는 필요하다고 봐요.

- 지난 2월 MBC 사장 면접 과정에서 파업 참가자들을 배제할 방안을 묻고 답하는 방문진 속기록도 나왔고,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도 나왔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정황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이 사람들은요 법에 대한 관념이 전혀 없어요. 지금 밝혀진 거 말고도 경력직 사원을 뽑는데 '지난 2012년 파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입사하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이냐'는 등의 질문을 해요. 이건 부당노동행위로 법에서 금지된 항목들이거든요. 이 사람들은 개념 자체가 없는 거예요. 개념이 없는지, 이런 불법을 저질러도 지금 정권 아래에서는 다 두둔해줄 거니까 문제가 없다는 생각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일상적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진행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장 후보 면접 자리에서도 이런 자들을 어떻게 해야 쫓아낼 수 있지 하는 걸 공공연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심각한 거죠. 그런 의식을 가진 자들이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중요한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거죠. 쉽게 말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점령하고자 하는 그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 이게 대한민국에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들이라고 봐야죠.

- 김장겸 사장이 내일(9월5일) 노동청에 출석한다고 하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

= 조사 잘 받겠죠. 한편의 코미디인데, 그냥 서부고용지청에 가서 조사받으면 될 일이에요. 거기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가서 조사받고 나오면 될 일을 '나는 MBC 사장인데, 내가 왜 가서 조사받아야 돼' 이런 오만, 이런 것들의 발로 아니에요? 괜히 안 나간다고 버티다가 체포영장이 날아온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야 3번 이상 나오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게 당연한 거거든요. 법에 그렇게 돼 있어요. MBC 노조가 파업할 때요, 경찰에서 출두서를 보냅니다. 우리도 3번까지는 안 나가면 체포영장이 청구되기 때문에 3번째에 출두명령서가 나올 때 출두를 했습니다. 누구나 다 밟아야 할 절차에요. 오만불손한 거죠. 이 사람들이 법 위에서 놀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 해프닝을 벌이다가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이제 정권이 바뀌었구나' 뒤늦게 깨달은 거죠. 이제 법대로 집행이 되네? 그 전에는 이 정도 버텨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법대로 집행이 되니까 뜨끔한 거죠. 버티려고 봤더니 이제는 구속영장이 날아온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출두하겠다고 하는 거죠. 그런 태도를 봐도 그렇고 이 사람들이 얼마나 대한민국 실정법을 얼마나 무시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인가를 알 수 있어요. 김장겸 사장, 이제 세상 바뀌었다는 더 제대로 알고 이제 법 절차에 따라서 순응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에 조사 좀 제대로 받고요. 고용지청 조사를 받으면 검찰에서 또 조사할 거에요. 괜히 또 이번처럼 고집부리고 안 나가다가 고생하지 말고 얌전히 법대로 나갔으면 해요. 더 MBC 구성원들 망신살 뻗치게 안 했으면 좋겠어요.

- 새 방문진 이사가 꾸려지고 새 사장이 들어오고, MBC 구성원들이 그토록 바라던 'MBC 정상화'가 되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요?

= 하하. MBC가 정상화되면?(웃음) 글쎄 지금은, 병가를 내야 할 거 같은데? 하하하. 그 얘기는 많이 해요. 사회적 약자를 둘러보는 방송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요. 우리가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초점을 많이 맞춰왔다면 이제는 그 이면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둘러보는 방송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회적 약자로 많이 지냈잖아요. 우리가 170일 파업을 하더라도 주류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번 파업 때는 다르더라고요. 포털에도 MBC 파업 소식 많이 올라가고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아무리 우리 내부에서 아우성을 쳐도 언론에서 안 써주니까 사람들이 모르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너희 지금까지 뭐하다가 정권 바뀌니까 지금에 와서 파업한다고 악악대나'고. 영화 '공범자들' 통해서 많이 드러났잖아요.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싸워왔는지, 주류 언론을 통해서 안 드러나니까 사람들이 모르는 거거든요. 마찬가지죠. 우리 사회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회적 약자가 많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과연 얼마나 반영을 했냐, 이 사람들에게는 언론이라는 게 목 매일 정도로 그리웠을 텐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줬나, 이런 부분들을 MBC 구성원들이 그동안에 뼈저리게 느꼈을 거예요. 그런 만큼 MBC가 정상화된다고 하면 사회적 약자들을 돌아보는 방송을 많이 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김민식 PD가 2012년 170일 파업 중단을 놓고 이용마 기자와 격한 논쟁을 벌였던 일화를 언급하며 펑펑 울었습니다. 파업 이후 현재는 복막암 투병 중이십니다. 많은 MBC 구성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민식이 그 녀석은 울보가 되가지고 말이야(웃음). 앞장서서 싸워야 할 사람이 자꾸 울고 그러면 어떻게 돼요. 앞장서서 싸우는 사람은 설령 울음이 나와도 참아야 해요. 그만큼. 음. 굉장히 단호하고 이길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민식이가 이번에 굉장히 열심히 했고요. 굉장히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요. 민식이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함께 떨쳐 일어난 수많은 조합원, 정말 감격스러운 모습이죠. 아마 이런 힘이 기반이 되서 이번 파업 투쟁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투쟁이 될 거예요. 아마 가장 빨리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싸움이 될 거라고 봐요. MBC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수많은 파업을 해왔는데요, 사실은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어요(웃음). 사람들은 MBC 노동조합이 파업 많이 했다, 강성이다 이런 얘기 많이 하지만요. 사장 퇴진 투쟁을 해서도 이긴 적이 없고요, 다른 요구 사항을 내세워서도 이긴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노동조합이라는 역할이라는 것은요 대응하는 역할이지 적극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아니거든요. 회사의 대응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반응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가자 하는 거죠. 이렇게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거둘 거에요. 자신감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의 기대와 바람이 이뤄질 거로 봅니다.

2012년 6월7일, 해고되기 전 파업투쟁이 한창이던 때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던 이용마 기자 그리고 김민식 PD.

=원성윤 에디터

사진=윤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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