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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무죄, 홍준표, 배신자, 손석희, 박정희, 태극기 : 뜨거웠던 대한애국당 창당대회 현장

  • 허완
  • 입력 2017.08.31 13:58

“원래는 새누리당 한뿌리였지... 근데 홍준표(대표)가 저기 해서…”

왼쪽 가슴에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배지를 달고 있던 한 70대 남성은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왜 대한애국당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꺼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론 이야기를 꺼냈다. “부모를 나가라고 하는 게 어딨어…”

그는 “지난 겨울(탄핵반대 집회)에 500만명이 모였다. 어렵겠지만 이제 창당하고 1000만이 모이면 박근혜 대통령 나오는 데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박 전 대통령이) 나와서 다시 대통령을 하겠어…그만 괴롭혀야지…” 그는 “오늘 창당대회 기사를 잘 좀 써달라”고 했다.

30일 오후 대한애국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앞은 이 남성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지를 달거나 태극기를 손에 든 이들로 가득했다. 체육관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층이었지만, 20~50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앞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이 2013년11월 영국에서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출력한 인쇄물이 놓여 있었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주군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써놓은 인쇄물이 태극기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30일 대한애국당 창당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앞에 놓인 게시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11월5일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2세 여왕과 찍은 기념사진에 “대한민국의 영원한 주군 박근혜 대통령님”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한겨레

박근혜 정권에서 친박근혜계 핵심이었던 조원진(3선·대구 달서병) 의원이 주도하는 대한애국당은 지난 7월8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경기 등 지역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어왔고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통해 정당의 형태를 갖게 됐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대한애국당은 조원진 의원과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을 만장일치로 공동대표로 추대하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을 정책위원회 의장에,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를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앞서 조 의원은 5·9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탈당, ‘태극기부대’가 결집해 창당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당 운영과 관련한 내부 갈등으로 지난달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흑역사’를 지우기 위해서였을까. 이날 창당대회 행사는 초대 가수의 노래, 대북 난타 공연, 비보이 공연 등이 이어지며 화려하게 진행됐다. 고령층의 참석자들이 많았지만 이들은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환호성을 보냈다. 행사도 이전의 ‘태극기 집회’와 달리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됐다. 장충체육관은 홍준표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곳이자, 지난 4월 새누리당이 창당대회를 한 곳 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 주최측은 1만5000여명(당원)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8000명 수용 가능한 장충체육관 좌석은 4분의 3 정도가 찼다)

시종일관 ‘잔치’ 분위기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과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홍보영상과 무대 위에 올라온 사람들의 발언에 체육관 안 분위기는 수시로 출렁댔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홍보영상에서 ‘최순실 게이트’ 폭로에 중요한 역할을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앵커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등장하자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30일 대한애국당 창당대회가 열린 장충체육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홍보물.

하지만 이들의 분노는 자신들이 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보수진영의 ‘배신자’들에게 더욱 폭발하는 듯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상에 나오자 체육관의 온도는 야유와 함성으로 급격히 올라갔다. 누군가 “김성태 잡아라”고 소리쳤다.

“국회의원 300명 있으면 뭐하나. 살아 있는 국회의원은 한 분이다”는 허평환 공동대표의 소개로 무대 위로 올라온 조원진 의원의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배신자’들이 등장하면 태극기는 크게 출렁였다. 조 의원이 “이 정권이 출범하고 약 100일 동안 대한민국이 망해가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정책과 사법, 인사 등 모든 분야에서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자 함성을 지르기 시작한 당원들은 조 의원이 ‘비겁한 우파정당’을 꾸짖는 대목에서 분노를 폭발시켰다.

“민중민주주의 세력과 종북좌파 세력들과 타협하고서 나라와 국민, 대통령도 버리고(탄핵), 또다시 등 뒤에 칼을 꽂는(자유한국당의 출당론) 저들을, 우리가 과연 대한민국의 우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용기없고, 비겁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우파정당은 이제 그 껍데기를 벗고 사라지기를 바란다”

조 의원의 ‘절규’에 체육관 안은 함성과 (배신자들을 향한) 야유로 가득 찼다. 체육관 바닥에는 ‘박근혜 출당론’을 제기한 홍준표 대표를 세월호 참사 때 먼저 탈출한 선장에 빗댄 홍보물이 떨어져 있었다. 이날 변희재 신임 정책위의장은 창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에 줄 선 보수팔이들이 창당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버스 두대를 동원하며 용팔이들을 보낸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실제 몸싸움이나 난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 의원이 행사 막바지에 “박근혜 대통령님의 무죄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 박 대통령님에 대한 인권유린을 멈춰달라”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은 한참 동안 ‘조원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대한애국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조 의원은 당 대표답게 당원들의 뜨거운 반응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박정희 각하가 하신 말이 생각 난다. 자유는 처절하게 투쟁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고 평화는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고 말한 그는 “대한애국당에 들어오신 것을 자랑합시다. 당당하게 이야기합시다”라고 소리쳤고, 당원들은 “네”라고 소리치며 화답했다.

연설 마지막 대목에 이르자 조 의원이 외쳤다. “가시밭길로 나아가라, 고통의 칼날에서 동지들이여 두려워 말라!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체육관 안 청중들은 “가시밭길로 나아가라”를 ‘떼창’했다. ‘우리는 자유대한을 수호하는 진정한 진보우파’라고 쓰인 무대 앞으로 태극기 물결이 크게 출렁였다.

이들은 창당대회 행사를 마친 뒤 ‘가시밭길’로 나아갔다. 수천명이 오후 5시께 종로 5가까지 약 2.4km를 행진하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퇴근 시간대 서울 중심가를 행진해 교통정체가 발생했고, 눈살을 찌푸린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불만을 표시하거나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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