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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쌍둥이 씻김굿'으로 5억6천만원 챙겼다는 무속인이 무죄인 까닭

  • 박세회
  • 입력 2017.08.30 08:30
  • 수정 2017.08.30 09:59

자료사진.

재판부가 '낙태한 쌍둥이의 혼령을 위로한다'는 취지의 씻김굿을 제공하고 5억6천만원을 챙긴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45·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씻김굿은 꽤 오랜 시간 한 달에 두 번이 넘는 꼴로 지속해서 진행됐다.

연합뉴스는 서울 강서구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A씨가 남편의 사업 문제로 찾아온 B씨에게 "낙태한 쌍둥이의 혼을 계속 위로해주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속여 201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33차례 씻김굿을 해주고 총 5천6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무속인 A씨는 B씨에게 마치 자신에게 혼령이 빙의한 듯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A씨가 쌍둥이들의 영혼에 ‘승억’, ‘승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들의 영혼이 자신에게 빙의된 것처럼 '엄마 마음 알앙(알아). 속상해 하지망(속상해 하지마). 엄마 사랑해', '꼬기(고기) 승억이 승옥이 마이마이 먹었쪄요(많이많이 먹었어요). 너무너무 조아요(좋아요)' 등 어린아이 말투를 흉내 낸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여러 차례 보낸 것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통상 1~3회 하는 씻김굿을 수년에 걸쳐 1백 번 넘게 치르고, 빙의한 듯한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점을 근거로 A씨가 B씨를 속여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재판부는 "무속 행위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도 무속인이 요청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2억원 정도만 받았다는 A씨 주장과 피해금이 5억6천여만원이라는 검찰의 주장 중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재판부는 "B씨 인출내역만으로 그 돈 전부가 굿 대금으로 지불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돈의 일부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찾은 돈이 A씨에게 모두 전달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한편 이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무속 신상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엇으로 규정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 문장을 다시 읽어보자.

"무속 행위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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