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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종주의적이라는 비난에 극장에서 퇴출됐다

  • 강병진
  • 입력 2017.08.29 12:09
  • 수정 2017.08.29 12:13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0년대 당시 할리우드가 보여준 최고치의 엔터테인먼트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미국 남부의 한 여성이 겪게 되는 남북전쟁 이전과 이후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제1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8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헤티 맥디니얼은 역사상 최초의 흑인 아카데미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흥행성과 작품성, 규모와 이야기 면에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해온 영화 중 한편으로 기억되어 왔다. 그만큼 이 영화를 매년 일정 기간 상영하는 극장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극장가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8월 27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오피엄 극장은 그동안 매년 상영해 오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내년에는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이 영화를 상영한 후, 극장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비롯한 SNS에 이 영화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오피엄 극장은 지난 34년 동안 매년 여름이면 고전영화 프로그램 중 한 편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했다. 올해도 지난 8월 11일에 이 영화를 상영했다. 그런데 이날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후 SNS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노예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을 비롯해 과거 남부의 노예제도를 미화했다는 것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이어 8월 27일, 오피엄 극장의 극장주인 브렛 배터슨은 “우리 극장은 그동안 쏟아진 많은 의견을 검토했다”며 “우리는 지역사회의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에게 교육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조직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이 영화를 여름 상영작 목록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그는 “지역 인구의 상당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화를 상영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9년 당시에도 비슷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네이버 세계영화작품사전에 따르면, “남부중심주의적인 시각으로 노예제를 정당화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극중 흑인 노예들의 묘사를 두고 여러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브렛 배터슨 극장주는 ‘더 커머셜 어필’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할 때마다 그 부분을 지적하는 질문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소셜미디어에서 터진 폭풍이 이 사안을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비판과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함께 일고 있다. 한 편의 영화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영화가 상영될 기회도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피엄 극장의 발표 후 극장 페이스북에는 이번 결정에 대한 비난이 따르는 중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한 유저는 “당신들은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와 스텝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당신은 SAG(미국영화배우조합)과 1939년 이후 이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애써온 모든 기관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허프포스트에 따르면, 극장의 이번 결정이 “책을 불태우는 것이나 예술을 검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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