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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능 졸속안,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지운다

배점으로 보면 수학과 국어가 매우 중요해진다. 탐구과목은 점수 따기에 더 유리한 과목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전형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 특히 수학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나서 대학이나 사회에 나와 가장 쓸모가 적은 과목이 수학이란 점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소 알고 있다. 이런 과목으로 학생을 변별한다는 것은 수학에 있어 선천적으로 약한 머리를 타고 났거나 기초를 놓친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꺾고 진학을 얼마나 왜곡시키게 될지 생각해보라. 이는 너무나 불공정한 일이다.

ⓒ뉴스1

글 |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1안이 유력

한 조간신문(조선일보, 2017-8-28)에 "수능개편안 31일 발표: 여당·교육부 합의, 네 과목 절대평가 방안 유력"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만약 이 기사의 예측대로 결정된다면 교육부는 당초 내놓았던 두 가지 안 즉, 4과목만 절대평가하는 안(제1안), 전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제2안) 중 제1안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제1안, 제2안 모두 문제가 많다는 점에는 교육이해 당사자 및 당정청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본 신문기사에 따르면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할 경우, 2015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미뤄야 하고 이렇게 되면 이미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비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공부한 중3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을 금지한 교육부가 중3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보호해야 한다니! 변명도 해괴망측한 수준이다. 문제가 생겼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것이 더 상위기준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 없는 변명이다.

제1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문재인정부의 교육개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역량을 기르겠다던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도 무시하는 처사다. 주요과목(국어, 수학, 사회탐구 선택과목, 과학탐구 선택과목)이 여전히 상대평가여서 입시경쟁의 완화는 물론 학교교육 내실화도 기대할 수 없다. 정시에서 지원학과의 전공 적합도보다는 국어와 수학으로 변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제1안을 강행하겠다는 정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수업 파행 등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경을 왜하는가?

예견되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대실패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에 기대를 걸었다. 특히 수능절대평가 전환과 고교 학점제 도입은 제대로 하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2학년도까지 미룬 상태이다. 내신 절대평가의 도입도 여건상 가까운 시기에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후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오는 8월 31일 수능 시안 제1안으로 확정 발표할 경우 사교육의 대응전략이 나오고 이에 많은 학생들은 귀를 기울일 것이다. 우선 학원은 수학 및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한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이는 제1안을 선택했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의 일부일 뿐이다. 더 큰 부작용은 과학과목의 과소학습으로 인한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질 등이다. 이는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대비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상황이 위중하다!

한편 대학은 어떤 과목으로 변별할까? 배점으로 보면 수학과 국어가 매우 중요해진다. 탐구과목은 점수 따기에 더 유리한 과목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전형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 그래서 정시전형의 경우 전공 적합도를 기준으로 뽑기는 불가능해진다. 전공과 관련된 선택과목을 사회탐구 9과목 중 택1, 과학탐구 4과목 중 택1이라면 전공적합성이란 말이 대입 정시전형에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나서 대학이나 사회에 나와 가장 쓸모가 적은 과목이 수학이란 점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소 알고 있다. 이런 과목으로 학생을 변별한다는 것은 수학에 있어 선천적으로 약한 머리를 타고 났거나 기초를 놓친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꺾고 진학을 얼마나 왜곡시키게 될지 생각해보라. 이는 너무나 불공정한 일이다. 수학은 가형, 나형을 넘어 최소한 3~4단계로 더 세분화해야 한다. 과도한 수학 학습을 하는 시간에 각자의 강점을 살려 배우고 싶은 과목, 장래 전공하고 싶은 과목을 더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제1안으로 수능을 개편하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이러한 개편으로 인해 이제 왜곡이 왜곡을 부르고 졸속이 또 다른 졸속을 이어갈 것이다. 이처럼 첫 단추를 잘못 꿴다면 문재인 정부에게 교육에 대해 어떤 기대를 걸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인용한 신문기사 내용처럼 2021 수능체제를 제1안으로 확정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쩌면 한국의 입시제도와 교육제도를 가장 엉망으로 만든 정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5개정 교육과정, 역량은 왜 도입하고 강조했나?

21세기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식의 습득보다는 지식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판적 사고력 등이 중요하다. 21세기 사회는 타인과 팀을 이루어 일하는 능력 역시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그래서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범교과적 핵심역량 6가지를 총론에 명시적으로 도입하고 각 교과별로도 그 과목에 어울리는 역량을 키우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이런 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등사고력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논술형 문제나 별도 논술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 일본도 2020년부터 실시할 새로운 수능시험에서 장문의 논술을 포함시킨다. 한국의 경우, 이번 시안 논의에서 논술형 도입을 통해 사고력을 신장하자는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 한국은 내 조국이지만 참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지난 5월 스티븐 호킹이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길어야 100년이라 보고 "100년 내 지구를 떠나라!(Humans need to find a new planet to live on within 100 years if it is to survive.)"라는 경고를 했다. 만약 이달 말 수능이 제1안으로 확정된다면 필자는 "학생들이여, 학교가 여러분들의 장점을 찾아 키워주고 건강과 진정한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윤리적 성장을 보장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제 여러분들 각자가 타고난 강점과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을 찾아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상위권 대학의 강력한 변별력 요구, 아동청소년들의 삶과 건강, 그리고 진정한 배움의 환경 마련보다는 변별력 요구의 손을 우선적으로 들어주는 이런 한국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잔인한 어른들

2021 수능제체 시안 중 제2안(전과목 절대평가)은 변별력이 낮다는 점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듯하다. 수능은 타당성이 낮은 시험이다. 측정해야 할 것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낮은 평가도구란 뜻이다. 수능은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이런 시험이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런 이유로 수능은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이 옳다(단, 논술형 수능으로 대 변신을 하여 타당성이 높은 시험이라면 존치가 바람직함). 그것도 9등급이 아니라 최소 5등급 정도로 줄여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변별력 문제는 내신의 선택과목을 동시에 참고해서 해결해야 한다. 수능 같은 객관식 시험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한국은 객관식 표준화 시험 성적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런 시험으로 줄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어른들의 그룻된 믿음 때문에 학생들은 죽기살기로 암기를 하고 실수 않기 위해 무한 반복 문제풀이 연습을 한다. 교육적 가치도 작은 시험으로 학생들을 3년간이나 학대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잔인함 때문이 아니고 무엇인가?

다음은 고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부와 나"라는 제목으로 생각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을 때 나온 그림들이다.

이제 2021 수능체제가 제1안으로 확정될 경우, 위 그림 속 학생의 왼팔(수학)과 머리(국어)는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다가 정부나 수많은 어른들은 위 그림 속에 처한 학생의 아픔을 보고도 학생이 아닌 소(牛)들의 편을 들 수 있는 것일까? 한국 사회의 지성과 지혜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특히 어른들이 이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림2는 '공부=목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변별력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수능 내신 모두 9등급으로 줄 세우기를 위한 학교 평가 체제를 유지시키고자 하는 정부와 어른들, 너무 야속하다. 목에 걸린 밧줄을 벗겨줄 교육부, 상위권 대학, 언론 그리고 어른들은 언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창의적 교육을 말살하는 객관식 표준화 시험 성적으로 줄세우고 살인적 변별력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비인간성은 언제쯤 완화될 수 있는가? 성공적인 삶에 대한 정의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행복한 삶으로 바꾸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9등급으로 학생을 촘촘히 변별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한국 외에는 없다.

수능의 미래방향

수능의 미래방향은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하나는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해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접근이다. 현재 논란에 휩싸인 수능 제1, 2안 중 제1안보다는 제2안의 방향이 옳은 것은 바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이때 발생하는 변별력 문제는 내신과 학생부를 동시에 참고함으로써 해결하는 방향이 옳다. 이는 객관식 위주 수능시험만으로 대입전형을 하는 것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수능을 그 이름에 걸맞게 타당성이 높은 시험으로 개선해 평가의 질을 높이는 접근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그 이전까지는 수능의 타당성을 높여 이를 상호보완적 성격의 전형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형이나 별도의 공통 논술의 도입을 채점의 어려움 때문에 꺼리는 것은 구더기 때문에 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논술을 반영하는 수능은 2015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한 21세기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적극 검토해봐야 할 과제다. 학생들의 쓰기 능력을 내신을 통해 해결하자는 제안도 일리는 있으나 한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내신과 수능에서 동시에 쓰기를 강조하는 것이 바른 접근이라고 생각된다. 이로 인한 학습부담의 증가는 국영수 도구과목의 반영비율을 줄임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한편 논술 도입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이는 타당한 지적이다. 이 문제는 논술의 도입을 약 3년에 걸쳐 매우 낮은 수준부터 시작해서 학교가 논술지도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논술의 수준을 높여가면 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접근은 과도기적으로 두 번째 접근을 하다가 학종 등이 안정화되면 그 때 첫번째 접근처럼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졸속 수능 1, 2안밖에 만들지 못한 무능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위 두 그림 속 아동청소년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그리고 수능 두 시안은 즉각 폐기하고 2015개정 교육과정은 1~2년 유예한 다음 위 그림 속 위기의 아동들 생명 먼저 구출하라!! 아울러 상위권 대학의 무소불위의 욕심을 챙기기 위해 변별력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미래사회를 책임질 오늘의 아동·청소년의 건강과 삶을 희생시키고, 어른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심야 학원 영업 중단을 위한 법제화를 막는 어른들은 즉시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는 한 한국은 야만적 사회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린 후 이에 맞추어 향후 5년 동안의 교육개혁 과제를 제대로 재설정하기 바란다.

* 이 글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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