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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차표 판매 첫날 아침 서울역 상황(사진)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기차표를 살 수 있는 시대지만 명절 '민족대이동'을 앞둔 서울역의 풍경은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다.

29일 오전 8시쯤 서울역 매표소 앞은 추석연휴 승차권 예매를 기다리는 시민 210여명이 모여 진풍경을 이뤘다. 이들은 바닥에 지쳐 쓰러진 채 새우잠을 자기도 하고 함께 밤을 새우며 친해진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추석연휴(9월29일~10월9일) 승차권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역 창구 및 대리점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매가능한 표는 현장(30%) 보다 인터넷(70%)에 훨씬 많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서울역을 찾는다. 워낙 많은 예비 귀성객이 몰리는 탓에 인터넷으로 표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날 낮 3시부터 누적 대기자 210여명'의 사연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동규씨(65)는 승차권을 사려고 전날 오후 3시부터 줄을 서 18시간을 기다렸다. 정씨는 "동대구에 사는 형님네에 가서 차례를 모실 예정"이라며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꼭 구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오전 5시부터 기다린다는 김명길씨(48)는 "고사양 컴퓨터를 쓰지 않는 사람은 버퍼링 때문에 접속도 안 된다"며 "인터넷 예매에 실패한 후에 오면 늦으니까 차라리 여기 일찍 나오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지홍씨(20·여)는 "아침에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대기자가 1만263명이었다"며 "부산 본가로 가야하는데 인터넷 예매는 포기했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임모씨(46·여)도 "한 번도 인터넷 예매에 성공한 적이 없다"며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컴퓨터를 여러 대 구해 동시에 접속해야 표를 구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3세 손자와 함께 경남 창원에 있는 일가 친척집을 방문할 예정인 김석영씨(73)는 "아들은 인터넷 예매에 도전하고 나는 현장에 나와 가능한 방편으로 표를 구한다"며 "작년에는 아들이 표를 구해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오늘은 실패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임모씨(73·여)는 "우리는 그런 거(인터넷 예매) 할 줄도 모른다"며 손사레를 쳤다. 이어 "나이가 먹어 오랜 시간 화장실을 못 가는 버스는 힘들다"며 "차표를 못 끊을까봐 일찍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석영씨(73)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며 "인터넷을 잘 할 줄 모르고 종이통장이 익숙한 우리 세대는 아주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코레일 직원은 "지난 설이나 지난해 추석 때보단 사람이 꽤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 연휴 열차표 예매가 시작됐던 지난 1월10일에는 비슷한 시각 500여명의 시민이 대기했다.

서울역 근처에 사는 한 시민(70)은 "번호표를 나눠주고 각자 일을 보게 하면 좋을텐데 이렇게 붙들어 앉혀놓는 건 잘못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다른 시민은 "승차권 전쟁이 없어지려면 증차 밖에 답이 없지 않겠느냐"며 "수서발고속열차(SRT)가 생겨서 예전보단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29일 경부·경전·동해·충북선 등 승차권의, 30일 호남·전라·장항·중앙선 등 승차권의 예매를 받는다. 승차권 불법유통과 부당 확보를 방지하기 위해 1회에 최대 6매까지 예매 가능하며, 1인당 최대 12매로 제한된다. SRT 추석 승차권은 오는 9월5일부터 이틀간 SR 홈페이지와 지정된 역 창구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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