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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과 동물복지를 지지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식품안전을 보장할 순 없다

방목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다. 살이 잘 안 찐다. 살이 안 찌면 비용이 더 든다. 바깥에 나와 있으면 돼지가 마냥 행복할 것만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질병과 오염물질에 더 심하게 노출된다. DDT 살충제 농장도 복지 방목 농장이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벌레, 먹이 등을 주워 먹다 보니, 오염된 토양이 체내에 들어간 것이다. 들짐승의 배설물, 들짐승의 공격, 뜨거운 햇볕... 집 없는 신세도 그리 썩 좋진 않다. 방목 닭? AI는 닭이 야외 날짐승으로부터 옮는 병이다.

  • 문정훈
  • 입력 2017.08.28 12:07
  • 수정 2017.08.28 13:54
ⓒtaxzi via Getty Images

링크한 영상에 나오는 이도헌 대표님의 성우농장은 내가 가봤던 그 어떤 농장들 보다 깨끗하고, 쾌적하였으며, 농장주의 돼지에 대한 고마움과 존중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2년 전 나와 함께 스페인의 방목 이베리코 돼지 농장을 다녀 오신 후, 농장 한 켠에 방목장을 만들고 일부 돼지를 방목해 키우기 시작하였다. 이 방목을 이제는 마을로 확산하고 있다. 마을의 농사짓기 힘든 노인들이 자기 집 앞마당이나 노는 경작지에 풀어 놓은 돼지에 밥만 주면, 수익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마을과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다.

솔직히 이 방법이 생산성이 좋을 리가 없다. 왜 이런 공유 가치 창출 모델을 도입하였느냐고 여쭈니 '마을 사람들에게 죄송스럽고 고마워서'라고 답을 하신다. 돼지 농장은 흔히 기피되는 시설이다. '더럽고 냄새난다'라는 선입견이 있고, 실제 다수의 돼지 농장이 그러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성우농장은 다하고자 하며, 마을 주민들과 협업하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하고 있다.

방목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다. 살이 잘 안 찐다. 살이 안 찌면 비용이 더 든다. 바깥에 나와 있으면 돼지가 마냥 행복할 것만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질병과 오염물질에 더 심하게 노출된다. DDT 살충제 농장도 복지 방목 농장이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벌레, 먹이 등을 주워 먹다 보니, 오염된 토양이 체내에 들어간 것이다. 들짐승의 배설물, 들짐승의 공격, 뜨거운 햇볕... 집 없는 신세도 그리 썩 좋진 않다. 방목 닭? AI는 닭이 야외 날짐승으로부터 옮는 병이다.

인간의 건강을 위한 축산물 안전을 '복지 농장'에서 찾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복지 농장의 방향은 동물의 잘 살아야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고, 기존의 공장형 축산이 가질 수 있는 미래불확실성과 한계 - 즉, 지속가능한 생산에 대한 여러 대안 중의 하나이지, 방목과 동물복지가 먹거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게다가 가격이 얼마나 오르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상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성우농장이 방목을 2년 전부터 시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돼지들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지 않을까?' '이런 방목 돼지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또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순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성우농장은 처음에는 앞마당에 큰 팬스를 두르고 돼지들이 편하게 뛰어 놀 수 있도록 황토를 깔았다. 하지만 돼지들은 뙤약볕을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돼지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땅굴을 만들어 주자고 제안했고, 성우농장은 방목한 지 1년여 만에 황토땅을 파고 위를 덮어 토굴 형태의 '축사 아닌 축사'를 만들어 준다.

이게 동물복지 규정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나는 모른다. 이도헌 대표도 정부로부터 '동물인증'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돼지들에게 '선의'로 토굴을 만들어 준다. 그냥 걔네가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프면 항생제 주사를 놓는 게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닌가? 아파 죽어가는데도 항생제를 못 맞게 하는 게 복지는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이 돼지들이 어떻게 자라나 보는 거다. 상업적 농장은 자선 사업장이 아니다. 방목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는 언제나, 지금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어떤 지상파의 한 아침 간판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와서, 먹거리 안전을 위해 공장형 축산을 하지 말고 복지형 농장을 하자는 취지로 방목 복지 농장들을 섭외해 두었으니 이에 대한 인터뷰를 부탁한다고 했다. 왜 동물복지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거절했다.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지만, 동물복지가 대안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미 담당 작가의 머릿속엔 이미 공식이 딱 들어 앉아 있었고, '그럼 대안을 이야기해 달라'고 이야기 했다.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아... 대안을 어떻게 이야기 했어야 했을까?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생산자가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원칙을 지키면 된다'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비웃음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 말곤 답을 모르겠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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