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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성공단 진상조사가 필요한가

먼저 폐쇄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닫은 것이 아니다. 4차 핵실험 후인 2016년 1월22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성공단은 유엔 제재 결의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18일 후 홍용표 전 장관이 정반대로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홍 전 장관의 말은 국회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대로 굳어졌다. 언젠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때, 우리는 유엔 제재위원회에 개성공단 임금의 용도를 설명해야 한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남북관계의 두 가지 입구를 제시했다. 하나는 군사회담이고, 다른 하나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이다. 이산가족은 언제나 남북관계의 첫 번째 입구이고, 군사회담은 항상 열어 놓아야 하는 문이다. 정세는 안갯속이지만 입구는 분명하다. 다만 세 번째 입구가 하나 더 있다. 남북 신뢰의 문턱을 넘는 입구 말이다. 바로 개성공단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개성공단이 남북관계다.

개성공단을 즉각 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재개의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먼저 폐쇄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닫은 것이 아니다. 4차 핵실험 후인 2016년 1월22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성공단은 유엔 제재 결의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18일 후 홍용표 전 장관이 정반대로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홍 전 장관의 말은 국회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대로 굳어졌다. 언젠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때, 우리는 유엔 제재위원회에 개성공단 임금의 용도를 설명해야 한다. 당장 2017년 제재이행보고서에 어떻게 쓸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승계하라고? 말이 안 된다. 어물쩍 덮고 갈 문제가 아니다.

왜 그렇게 서둘러 닫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작은 가게 문을 닫을 때도 청산 절차를 밟는다. 개성공단의 문을 갑자기 닫을 때, 기업들은 그달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거부했다. 기업들은 체불임금을 근거로 북한이 만약 공장 설비를 압수한다면, 정부가 책임질 것인지를 물었다. 최근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시설을 일부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분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상황 논리를 들어 변명하지만, 함경도 신포의 경수로 사업의 문을 닫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돌이켜보라. 어떤 나라의 공무원이 기밀이 담긴 문서와 컴퓨터를 그대로 둔 채, 내려올 수 있나.

통일부는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폐쇄 결정 자체가 통일부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데, 어떻게 자체 조사로 진실을 밝히겠는가? 물론 홍 전 장관의 발언 이후 통일부의 '진실 은폐' 행위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자체 조사로 밝힐 수 있을까? '개성공단 임금이 유엔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작성했던 바로 그 사람이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었다'는 문서를 작성했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었다'는 장관 답변을 작성했던 사람이 요직에 있다. 얼마 전까지도 기업들이 감사원에 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적법한 절차'라며 '상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통일부가 다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에 관여한 담당자가 한둘인가? 내부 조사는 불가능하다.

진상조사는 누구를 비판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직 개성공단의 닫힌 문을 열기 위해서다. 통일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책임을 묻자는 것도 아닌데, 상황 논리로 덮으려 한다. 박근혜 때처럼 남북관계의 문을 닫은 채, '통일국민협약' 같은 이벤트에 혈세를 낭비하려 한다. 개성공단의 문을 닫고, 어떻게 남북관계의 문을 열 수 있단 말인가? '열린 성'을 다시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진실뿐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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