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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여성들이 '안전한 생리대' 위해 싸우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릴리안’ 생리대를 비롯해 각종 일회용 생리용품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국 제품을 ‘직구’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하지만 생리용품의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성환경·소비자단체 등이 ‘생리용품의 전성분 공개 및 안전성 검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탐폰으로 인한 ‘독성쇼크신드롬’(TSS) 논란이 불거진 1980년대부터 여성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생리용품 성분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미국에서 생리용품은 콘돔, 치실 등과 함께 식품의약국(FDA)이 관리하는 ‘의료기기’에 포함되는데, 의료기기는 모든 성분 공개 의무가 없다. 생리용품의 전성분 공개 의무화 등을 담은 법안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0차례 의회에 제출됐지만, 매번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생리용품의 유해물질을 먼저 조사한 곳도 정부기관이 아닌 여성환경단체였다.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가 2014년 8월 미국에서 생리용품 점유율 44%를 차지하는 피앤지(P&G)사의 제품 가운데 생리대 브랜드인 ‘올웨이스’ 4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스타이렌,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이렌은 세계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분류했으며,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역시 발암·생식 능력 저하를 유발하는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자리한 피앤지(P&G) 본사 앞에서 여성환경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 회원들이 생리용품의 전성분 공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생리용품을 기저귀·치실 등과 함께 생활용품으로 분류하는데, 역시 전성분 공개 의무가 없다. 유럽에서 생리용품의 안전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곳은 프랑스 소비자 잡지인 '6천만명의 소비자'였다. 이 잡지는 지난해 2월 11개 생리용품의 유해성분을 자체적으로 검사했는데, 이 중 5개 제품에서 다이옥신과 살충제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피앤지’의 ‘올웨이스’ 생리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오비’와 ‘넷’의 생리대에서도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이탈리아의 생리용품 제조업체인 ‘코르만’(콜만)사는 자체 성분분석 결과 유기농 순면 팬티라이너 제품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발견돼 3100상자를 전량 회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처럼 생리용품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자 지난 5월 프랑스 경제부 산하기관인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은 시판 중인 생리용품 27종에 대한 성분검사를 진행했다. 모두 20종에서 화학첨가제인 프탈레이트나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그러나 경쟁·소비·부정방지국은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검출된 화학물질에 대한 허용 최대치 등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에 안전성 검사를 요구했다”며 “검출된 유해물질은 극히 소량으로, 심각하거나 즉각적인 위험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6천만명의 소비자>는 “소량의 유해물질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충분히 위험하다”며 “정부는 보고서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명조차 밝히지 않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 ‘피리어드 이쿼티’ 등의 여성환경단체들은 △생리용품의 전성분 공개 의무화 △생리용품의 유해물질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피리어드 이쿼티’의 로라 스트로스펠드 대표는 지난 3월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의 원료 공개가 불투명하고, 여성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는 것 또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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