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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중소기업 우선입찰 정책이 부당한 이유

대기업은 안되고 중기업이 되는 것은 결국 기업규모가 유일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동일하게 기업규모를 논거로 중기업은 안되게 하고, 소기업만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 '생산성이 낮을수록 + 규모의 비경제'가 작동될수록 국가가 그것을 장려하고, 특혜를 주는 꼴이다. 이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비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된다. 경제를 망치려고 발버둥치는 꼴이다.

  • 최병천
  • 입력 2017.08.25 06:45
  • 수정 2017.08.25 06:57
ⓒChristianChan via Getty Images

박정희식 발전국가는 '선별적' 산업정책을 펼쳤다. 그 핵심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었다. 중화학공업 육성은 다른 부분의 자원을 '빼앗아' 중화학공업으로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선택과 집중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자원 몰아주기였다.

애초 박정희가 중화학공업을 육성한 이유는 방위산업 때문이었고, 방위산업을 육성했던 이유는 미국의 60년대~70년대 베트남 반전운동의 압력에 밀려, 베트남 철군을 공약으로 당선된 공화당 닉슨 대통령이 군비축소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7사단은 실제로 철수했고, 나머지 주한미군의 전면철수 조짐도 있었다.

그렇게 보면 '선별적 산업정책 =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 방위산업 육성 정책 = 냉전 체제하에서의 안보 정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매우 강력한 공익적 이유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안보정책 차원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박정희의 선별적 산업정책은 순기능이 더 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게 공공기관에 대한 우선 입찰권을 준다는 것은 '작은' 기업규모 육성 정책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정책은 정말이지 황당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 첫째, 박정희의 선별적 산업정책은 중화학공업(대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었는데, 중소기업에게 우선입찰권을 준다는 것은 '관치로 먹고사는, 중소기업 육성'을 정책목표로 하는 것과 같다. 황당한 정책 목표이다.

► 둘째, 대기업은 안되고 중기업이 되는 것은 결국 기업규모가 유일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동일하게 기업규모를 논거로 중기업은 안되게 하고, 소기업만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 '생산성이 낮을수록 + 규모의 비경제'가 작동될수록 국가가 그것을 장려하고, 특혜를 주는 꼴이다. 이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비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된다. 경제를 망치려고 발버둥치는 꼴이다.

► 셋째,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중소기업 우선입찰권은 경쟁생태계와 혁신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시장경제가 갖는 근본적인 장점은 혁신 역동성이며, 혁신 역동성은 경쟁생태계를 통한 보상-인센티브가 전제될 때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급식 산업에 A-중소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A-중소기업이 '혁신형' 중소기업이라고 가정해보자. A-중소기업이 혁신투자를 많이 해서, 수익이 많이 나고 덩달아서 기업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A-중소기업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즉, 공공입찰에서 배제된다. 요컨대,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공공기관 우선입찰권을 주는 것은 혁신을 하지 말라고 정부와 언론이 시그널을 주는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기사 〈"4천원짜리 급식까지 재벌이 진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의 논조는 관점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 넷째, 굳이 공공기관에 대한 우선입찰권을 준다면, ①명백하게 공공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 ②경제적 효율성이 증진되거나 혹은 경제적 효율성의 침해가 최소화되는 방법이어야 한다. ①+②번을 동시에 충족하는 해법은 '65세 이상 어르신 고용 + 경력 단절 여성 고용'을 평가 지표로 하는 '적극적인 차별시정'(Affirmative Action)과 연동하는 경우이다.

한국은 어르신 빈곤율과 어르신 자살률이 매우 심각한 나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약 50%이다. 한국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OECD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이유는 일-가정 양립이 안되는 것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면 '경력단절 여성'은 20대 말~30대 중반 나이에 몰려있다. (대략 28세~35세 사이)

예를 들어, 평가지표 100점 만점 중에서 '65세 이상 어르신 고용'은 65점 만점으로 반영하고, '28세~35세 아이가 있는,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35점 만점으로 반영하는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런 적극적 차별시정의 고용을 많이 하고 있는 기업에게, 그것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공공기관 입찰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면, ①공공성 극대화 ②경제적 효율성 극대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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