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자리로 돌리는 계기"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여성의 정치참여확대와 직결된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과소 대표성을 보완하고 가부장적 사회 관행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들의 정치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제'라는 적극적 조치로 발전해 왔다. 이런 조치로 인해 미약하지만, 우리나라 20대 국회의원 여성 비율 17%. 지방의원 여성 비율 22.9%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농민, 노동자, 청년, 성 소수자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비례대표의석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지난 8월 8일 저녁 제주시청 앞에 촛불이 다시 등장했다. 촛불을 든 제주도민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지난겨울의 촛불이 중앙 정치를 바꿨다면 무더운 이 여름의 촛불은 지역 정치를 바꾸기 위한 불꽃이 될 것이라고. 이들이 촛불을 든 이유는 최근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도의원 비례대표 축소 발표 때문이었다.

앞선 7월 20일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당 국회의원이 합작해서 제주도 의회 41명 중 7명이던 비례대표 의석을 5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도민 여론 수렴 과정은 고사하고 정치 개혁 흐름에 역행하는 뜨악할 만한 발표였다. 제주도민은 다시 모여 촛불을 들었고 전국적인 비판도 거세게 일어났다. 결국, 그들은 축소 법안 발의를 철회하게 되었다.

내년 2018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든 제주도의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인터뷰 출장을 빌미로 직접 제주도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물리적 여건이 녹록하지 않았다(눈물). 그래서 연대 발언으로 이번 제주도 촛불의 자리에 불을 지핀 제주여민회 상임대표 이경선 님께 서면 인터뷰를 청해봤다.

제주시청 앞에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며 모인 제주도민 ⓒ윤슬

일단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이번 제주도 촛불에서도 제주여민회 상임대표 이름으로 발언하셨다고 들었는데 제주여민회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제주여민회는 올해 창립 30주년이 된다. 그동안 제주지역 여성운동 단체로 활동하면서 성·인권 이슈와 여성 관련 제반 이슈를 다뤄왔다. 현재 주요하게 활동는 영역은 가부장 문화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여성주의 문화 운동과 여성 정책, 성평등 교육 분야이다.

대표적인 문화 운동으로는 올해 18회째를 맞고 있는 제주여성영화제가 있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영화'를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삶의 현장에 있는 다양한 세대의 제주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성평등 이슈를 도출하기 위해 '제주 여성 100인 원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원탁회의에 참석한 여성들은 여성차별이 가장 심한 영역으로 '사회적 인식'을 들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상화되어 거부할 수 없는 남성 우월 풍습' 즉, '가부장 문화'라고 답했다. 돌봄, 문화, 경제, 안전, 정치 5가지 의제를 가지고 토론했는데 결국 모든 의제에 여성차별이 발생하는 근간은 가부장 문화였다.

활발한 여성운동의 성과로 여성에게 불평등한 법·제도를 많이 바꾸어 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도민의 성평등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또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제주특별자치도청이 제주도의회 지역구를 늘리기 위해 비례대표 정수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논란 끝에 사실상 의원 입법 추진이 중단된 사태가 있었다. 제주도의회의 비례대표 정수를 두고 어떤 점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가?

제주도는 최근 유례없는 인구유입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선거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몇몇 지역구는 인구증가로 인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시·도의원 선거구의 경우, 선거구 간 인구 편차는 의원 1명당 평균인구의 상하 60%(상한 인구수와 하한 인구수의 비율은 4:1)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제주도 선거구 중 두 개 지역이 인구증가로 인해 이 기준에서 벗어나게 됐다. 선거구획정위는 기존선거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선거구를 조정하려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제주도의회는 41명(지역구의원 29명, 교육의원 5명, 비례대표의원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획정위는 두 개의 지역구를 분구하기로 하고, 분구되는 지역구 의원 2명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면서 세 가지 안을 놓고 저울질을 했다. 그 방안이란 '교육의원제도 폐지', '비례대표의원 축소', '도의원 정수 증원'인데, 쉽게 결정이 나지 않아 공청회와 도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결국 도의원 정수를 증원하는 안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했다. 즉, 41명의 도의원 정수에서 분구되는 지역구 2명을 더 증원하여 43명으로 정수 증원하는 내용으로 특별법 개정을 권고한 것이다.

이런 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서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법에 의해 교육의원제도(다른 지역은 2014년 일몰제로 폐지됨)가 있고, 비례대표비율도 의원정수의 100분의 20이상(다른 지방은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여 100분의 10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주도가 비례대표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초자치 단체가 폐지된 상황을 감안한다면 인구대비 제주도 의원정수는 전국평균보다 오히려 적은 편이다.

획정위가 이러한 안을 권고한 것이 2월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7월에서야 도의원 증원은 국회를 설득하기 어렵다며 도지사, 도의회 의장, 3명의 지역 국회의원 3자가 합의하여 위의 세 가지 안을 가지고 다시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선거구조정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 밖(?)으로 '비례대표 정수 축소'가 제일 높게 나왔다. 어쩌면 이 3자는 다른 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도민여론조사를 방패 삼아 비례대표의원 수를 줄이고 분구된 2개 지역에 지역구 의원 2명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즉각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제주의 시민사회단체, 여성단체, 정당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각계각층의 비판여론에 밀려 이 안은 철회했다. 결국, 원점으로 재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국회의원들은 현재의 선거제도를 적극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보다는 손쉬운 선택지를 찾아 주판알을 굴리다 지금 같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제주 시민사회의의 요구와 입장은 무엇인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4월에 제주특별자치도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가 있다. 이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선거구획정위의 활동에 대해 지역구 분구와 분구된 지역구 증원방안에 대해서만 협소하게 논의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었다. 차제에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선거제도를 고민하자며 도의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었다. 비례대표축소 논란 이후 선거제도 개혁과 제주도에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요구들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촛불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는 제주여민회 상임대표 이경선 님 ⓒ윤슬

8월 8일 제주도 의회 비례대표 정수 축소에 맞서 제주도민들이 촛불을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선거제도 개혁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을 외치는 전국 최초의 촛불이 아니었나 싶다. 현장에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람들이 모였는지, 그때 어떤 내용의 발언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정치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해 있으며 부패한 정치 권력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경험했다. 정치인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정치를 대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우리 모두를 대변하거나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선거제도는 어떤가? 돈과 권력, 조직을 동원할 수 없는 사람들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인가? 비례대표제는 진입장벽이 높은 현재의 지역구 소선거구제에서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의 정치진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의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또한,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여성의 정치참여확대와 직결된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과소 대표성을 보완하고 가부장적 사회 관행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들의 정치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제'라는 적극적 조치로 발전해 왔다. 이런 조치로 인해 미약하지만, 우리나라 20대 국회의원 여성 비율 17%. 지방의원 여성 비율 22.9%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례대표 정수 축소를 내용으로 선거제도를 개정하는 것은 그동안 여성의 대표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정면 배치된다.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농민, 노동자, 청년, 성 소수자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비례대표의석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의 지역구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의 병립형이 아닌 독일식 정당명부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지방선거와 관련해 제주 시민사회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제주에도 <정치개혁 제주행동>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는 있었다. 이번 비례대표 축소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개혁에 대한 공동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단체들이 8월 16일 모여서 간담회를 하고 <정치개혁 제주행동>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정치개혁 제주행동>은 30여 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정치개혁을 위한 지역 차원의 공동행동'과 '제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동실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활동계획으로는 당장 시급한 제주지역의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입법운동을 하기로 했다. 도민들에게 이를 알려내기 위해서 1인 시위, 집중선전, 정치광장, 도민결의대회 등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할 것이다.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면서 국회 혹은 지방의회와 접촉할 일도 있겠다. 국회에 대한 이미지나 인상이 일반 유권자와 사뭇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제주여민회는 그동안 전국의 여성단체들과 연대해서 여성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를 개선하고 제정하는데 같이 해 왔다. 입법과정에 뜻을 같이하는 국회의원들의 역할도 컸다. 지역 여성정책과 관련해서는 제주도 여성 정책을 감시, 비판하고, 정책제안 활동을 한다. 전국적인 사안인 경우는 지역 국회의원과 만나고 제주지역 사안인 경우는 도의원과 만나서 여성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관철될 수 있도록 압박을 하거나 부탁을 한다.

국회의원 또는 도의원이 우리와 통(?)하는 의원일 경우 훨씬 수월하게 풀린다. 그래서 '나가고 싶은 사람 말고, 내보내고 싶은 사람을 정치인으로 만들자'라는 구호에 동의한다. 우리의 대표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을수록 우리의 정책적 요구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다면... ⓒ윤슬

앞서 지방의회를 포함해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비례대표제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해주셨는데.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 1등을 제외한 나머지의 표심은 전부 사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지역구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병립형이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뽑고 소수의 비례대표의석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1인 2표제를 통해 1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1표는 정당에 투표함으로써 25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의 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들의 표는 사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자에게 전략적으로 투표를 기피하는 등 선거 과정에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 어렵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정당명부식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고, 단순 다수대표제를 통해 결정된 지역구 당선자로 먼저 의석을 채운 다음 잔여 의석을 정당 명부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는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제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정확히 배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으로써 소선거구제가 가지는 사표 문제를 해소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의회에 진출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그대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 ⓒ윤슬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가 개혁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지?

여성, 장애인, 노동자,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의 원내진출 가능성을 높여 국회의 국민 대표성에 기여하고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의 정치참여비율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과 운영에 대한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주도의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축소안이 높게 나온 것도 거대정당의 비례대표 선출과정에 대한 잡음과 비례대표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다. 거대 양당이 독식했던 국회가 다양한 정강을 표방하는 소수정당들이 원내로 진출함으로써 다양한 정책들이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정당의 책임성이 강화되고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기대되는 다양한 변화 중 여성 참정권 확대나 여성들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서 기대하는 변화가 있는가?

여전히 여성의 대표성이 낮은 상황에서 여성 할당은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정치참여비율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비례대표의원으로 의정활동 했던 여성의원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구에 도전할 수 있는 내공을 쌓을 수 있다.

제주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제주도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참여율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 제주도는 1991년 지방선거 부활 이후 20여 년 동안 선출직 여성의원은 시의원, 도의원이 없었다. 비례대표제로 선출된 여성의원도 1~2명에 불과했다. 제주여민회는 1994년부터 선출직 여성의원 0%의 도전을 내걸며 여성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벌여왔다.

비록 비례대표이지만 여성의원이 증가한 계기는 2006년 지방선거에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과 교호 순번제가 도입되면서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지고 제주도의원 정수가 41명이 되었다. 비례대표 7명 중에 여성의원이 5명이 선출되었다. 2010년에도 5명(비례대표). 2014년에 드디어 지역구에서 2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되었다. 현재 여성의원이 7명(지역구 2명, 비례대표 5명)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17%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2명의 여성의원은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해서 의정활동을 통해 검증을 받은 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비례의석수가 늘어나고 여성 50% 할당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연히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 지역에서도 남성들과 겨루어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자리로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직과 인맥이 약한 여성은 지역구 선거에서 경선을 뚫고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역구 30% 여성 할당이 요구되는 것이다.

2018 지방선거부터 시작하자! ⓒ윤슬

다소 추상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정치란 한정된 자원이 정의롭게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것도, 현재의 선거제도 시스템이 기득권의 이익에 복무하는 정치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약자, 소수정당들이 진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만큼 정치환경이 기득권만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자원이 고루 나누어지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삶의 가장 큰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요즘의 화두는 건강하게 살기이다. 몸 건강과 마음 건강. 몇 년 전 40대 후반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선배들을 보며 스트레스의 무서움에 대해 생각했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연세 든 부모님들의 노환, 병원 신세, 요양시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나를 보면서 다시금 '건강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 제주여민회 30주년 기념사업으로 주말 없이 일한다. 제주도에 사는데 오름 한번 올라갈 여유가 없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쌓여있는 과제, 해야 할 일들이 밀려있어 짬을 낼 겨를이 없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그래 30주년이니까. 내년에는 일을 줄이자. 나만이 아니라 활동가들이 좀 여유를 갖고 일할 수 있게. '왜 이렇게 살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지 않게.

재구성 l 복코(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정당 #선거 #투표 #연동형비례대표제 #100인인터뷰 #비례민주주의연대 #제주여민회 #여성할당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