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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갑자기 '통합'을 강조하며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다

  • 허완
  • 입력 2017.08.24 11:37
  • 수정 2017.08.24 11: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통합"을 호소하며 하루 전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리노에서 개최된 재향군인회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피부 색깔이나 소득, 정치적 성향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훌륭한 나라의 시민과 우리 가슴을 채우고 있는 사랑, 우리가 공유하는 인류애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너무 깊어서 치유할 수 없는 분열이나 너무 강해서 뛰어넘을 수 없는 적이라는 건 우리에게 없다"며 "우리를 분열시킨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공통 가치에 기초해 새롭게 단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프롬프터를 보며 천천히, 근엄한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날 저녁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있었던 지지자 집회에서 트럼프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폭력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비판하는 언론을 맹비난했다. 자신의 발언을 언론들이 왜곡하고 있다는 것. 트럼프는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로비 도구로 쓰이는 워싱턴포스트", "한심한 CNN" 등을 거론했다.

이어 트럼프는 "솔직히 그들은 매우, 매우,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또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우리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가 주요 언론을 비난한 게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조금 달랐다. 언론이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언론이 일부러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ABC뉴스 기자는 "이번 연설은 좀 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트럼프는 지지자 집회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악명 높은 조 아르페이오 전 경찰국장에 대한 사면을 시사하는가 하면,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을 의회가 대시 않으면 '정부 셧다운'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NYT는 트럼프의 '변신'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며 그가 '텔레프롬프터 트럼프'와 '언플러그드 트럼프' 사이를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설문이 준비됐을 때의 트럼프와 그렇지 않을 때의 트럼프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NYT는 "피닉스에서 한 트럼프의 분노에 찬 연설이 진짜 도널드 트럼프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많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볼 때, 텔레프롬프터와 어떤 식으로든 미리 준비된 연설이야말로 오랫동안 자신의 적(enemy)이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연설이 그런 것들 없이 나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2015년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그는 거의 즉각 준비된 대본을 던져버린 채 이민, 수탈 당하는 미국, "최우수의 멕시코인들"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는 멕시코를 거의 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비판했다.

"그들은 (미국에) 범죄를 늘리고 있다. 그들은 강간범들이다."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일부" 멕시코인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덧봍였다. (뉴욕타임스 8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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