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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이 남부연합군 사령관과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해설자를 교체한 사건의 전말

  • 허완
  • 입력 2017.08.23 12:43
  • 수정 2017.08.23 12:44
A member of the Ku Klux Klan looks on during a rally, calling for the protection of Southern Confederate monuments, in Charlottesville, Virginia on July 8, 2017.The afternoon rally in this quiet university town has been authorized by officials in Virginia and stirred heated debate in America, where critics say the far right has been energized by Donald Trump's election to the presidency. / AFP PHOTO / ANDREW CABALLERO-REYNOLDS        (Photo credit should read ANDREW CABALLERO-REYNOLDS/AFP/Getty
A member of the Ku Klux Klan looks on during a rally, calling for the protection of Southern Confederate monuments, in Charlottesville, Virginia on July 8, 2017.The afternoon rally in this quiet university town has been authorized by officials in Virginia and stirred heated debate in America, where critics say the far right has been energized by Donald Trump's election to the presidency. / AFP PHOTO / ANDREW CABALLERO-REYNOLDS (Photo credit should read ANDREW CABALLERO-REYNOLDS/AFP/Getty ⓒANDREW CABALLERO-REYNOLDS via Getty Images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다음달 열릴 버지니아대학교 미식축구 경기 담당 해설자를 교체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총사령관과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ESPN은 22일(현지시간) 아나운서 로버트 리가 다음달 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릴 경기의 중계방송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샬러츠빌은 최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와 반대 시위대 사이의 충돌이 빚어졌던 곳이다. 당시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차량을 몰고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1명이 숨졌다.

이날 시위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네오나치들이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는 시 당국의 계획에 반발하며 벌인 것이었다.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통하는 남부연합기는 로버트 리 장군이 이끌던 북버지니아군의 깃발이기도 하다. 이 깃발에는 노예제도에 찬성했던 남부연합 소속 13개 주를 뜻하는 13개의 별이 그려져 있다.

샬러츠빌 사건 이후 미국 곳곳에서는 로버트 리 장군을 비롯한 남부연합군 관련 동상을 철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남부연합기는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한 사건 이후 퇴출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이 사건 희생자 추도식에서 그 유명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ESPN은 성명에서 "우리는 샬러츠빌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짐에 따라 중계일정을 조정하기로 로버트와 함께 결정을 내렸다. 그저 우연히도 이름이 똑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게 대화의 주제가 된다는 것부터 애석한 일이며, 미식축구 중계를 해오던 인물이 (이 문제로) 이슈로 떠오른 데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버지니아 캐벌리어스의 시즌 첫 번째 경기 중계를 맡을 예정이던 로버트 리는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주립대 경기를 중계하게 됐다.

애초 ESPN는 내부적으로만 이런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아웃킥커버리지'의 클레이 트레비스가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결국 공식 입장까지 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폭스스포츠 해설가이기도 한 그는 '리버럴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ESPN을 꾸준히 공격해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ESPN 측은 경기 장소가 장소인 만큼 로버트 리 아나운서가 '트위터 밈'이나 '전국적 놀림거리'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ESPN 고위 관계자는 리 아나운서에게 혹시 중계 일정을 조정하는 게 더 편할 것인지 물었으며, 본인이 원하면 예정대로 중계를 맡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가 일정 조정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명해 결국 그렇게 했다는 것.

USA투데이는 "ESPN은 조롱을 당하거나 곤란을 겪을 가능성에 대비해 직원을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클레이의 폭로 때문에) 사소한 문제가 거대하게 커져버렸으며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고 전했다. 내부적 결정으로만 끝났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갔을 법한 일이지만, 고스란히 이 내용이 공개되는 바람에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

뉴욕타임스는 "ESPN의 대응은 온라인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들은 이번 결정이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하는 한편 '정치적올바름'이 미쳐 날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사회가 150년도 넘게 지난 "로버트 E 리"와 아시아계 스포츠캐스터 "로버트 리"의 차이를 말하지 못할 정도라면 정말 문제가 많다.

@espn 만약 로버트 리라는 이름의 선수가 출전하면 그 경기도 안 보여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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