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맥마스터는 '아프가니스탄 추가파병'을 설득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이런 사진을 보여줬다

  • 허완
  • 입력 2017.08.23 10:18
  • 수정 2017.08.23 10: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초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에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꽤 오래 전부터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생명과 돈을 허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철군 번복을 맹비난했다.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에서 트럼프가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같은 맥락이다.

2011년 10월7일 :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는 데 우리 돈을 낭비하는 걸 대체 언제 그만둘 것인가? 우리 나라를 먼저 재건해야 한다.

2012년 2월27일 :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올 때다. 우리를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도로와 학교를 지어주고 있다. 이건 국익에 맞지 않다.

2013년 1월11일 :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자. 우리 군대는 우리가 훈련시켜준 아프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고 우리는 엄청난 돈을 낭비했다. 넌센스다! 미국을 재건하자.

2013년 1월14일 :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에 동의한다. 우리는 빨리 철군해야 한다. 왜 우리 돈을 계속 낭비하는가. 미국을 재건하자!

2013년 11월21일 : 우리는 엄청난 생명과 재산을 낭비했다. 아프간 정부는 하나도 고마운 줄을 모른다. 그곳에서 나오자!

2014년 12월1일 : 이제는 오바마가 우리 군인들을 아프가니스탄에 최소 1년 더 두겠다고 한다. 두 개의 전쟁에서 동시에 패배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이데올로그였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경질됐고, '개입주의자'들이 살아 남았다. 트럼프가 참모들과 캠프데이비드에서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논의하던 날, 배넌은 짐을 싸야 했다.

트럼프 본인 역시 취임 이후 여러 옵션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더 정확하게는, '다른 옵션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똑같이 겪었던 일이다.

아프간에서의 전쟁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를 설득했다.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면 탈레반 반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활개를 치게될 것이며, 더 나아가 서남아시아와 중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다. 결국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과정의 내막을 소개했다. 정부 당국자와 외곽의 트럼프 측근 1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특정한 외교 정책 독트린에 매여있지 않은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스스로 강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보일 수만 있다면 (다른 의견에) 설득당할 의사가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의 (추가파병) 결정 징후는 그와 그의 팀이 잔뜩 점잔을 뺀 포즈를 취한 모습이 찍힌 사진을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린 것이었다. (사진에는) 나무패널로 장식된 방에서, 트럼프는 사나운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고 측근 13명이 그의 뒤에 서 있다. 이들은 모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를 응시하고 있다. 5개 군 깃발이 뒷 배경을 채웠다. 트럼프에게, 이것은 바로 힘(strength)의 이미지다. (워싱턴포스트 8월21일)

이 기사에는 맥마스터 보좌관이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썼던 방법 중 하나도 등장한다. "'서구적 규범(Western norms)'이 아프간에 존재했으며,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카불을 걷고 있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아프간 여성이 찍힌 1972년 흑백사진을 트럼프에게 보여줬다"는 것.

사진은 소련 점령 당시였던 1981년, 아프간 학생들이 카불에서 컴퓨터 수업을 듣는 모습. ⓒAFP?Gettyimages

1978년 6월,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이 카불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Gettyimages

1967년 11월3일, 카불 공항 앞. ⓒGettyimages

아프가니스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근대화와 세속화를 지향하는 국가였다. 여성에게는 교육의 권리가 보장됐고, 투표권도 주어졌다. 모든 여성이 '서구식' 복장을 한 건 아니지만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1990년대 이후 여성들은 온 몸을 가린 부르카를 입어야만 했으며, 여성들은 상당수 권리를 박탈 당했다. 탈레반 정부가 붕괴한 이후 지금까지도 여성 인권에 대한 탄압은 이어지고 있다.

맥마스터가 트럼프에게 보여줬다는 사진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의 결정에 그 사진이 얼만큼 영향을 미친 것인지 역시 분명하지는 않다.

다만 분명한 건 트럼프 정부 내 '개입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추가 파병 결정이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도널드 트럼프 #허버트 맥마스터 #존 켈리 #제임스 매티스 #아프가니스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