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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계란 먹을까? 말까?

"앞으로 나는 계란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으로 살아볼 거야!" 정도가 아니라면 계란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지금부터 모두 보이콧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그렇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계란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은 계란을 넣어서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다만 계란이 현대영양학에서 찬양하는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내 건강을 위하여 먹는다는 착각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되겠죠.

  • 이덕희
  • 입력 2017.08.21 11:47
  • 수정 2017.08.21 11:49

드디어 오늘 기사에 계란에서 DDT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제가 사실 계란에서 검출되었던 피프로닐이니 비펜트린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죠. 뭘 그걸 가지고 그러냐? 검사해보면 DDT도 나올 걸?

혹자는 이번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들을 먹거리 안전과 관련된 아주 큰 사건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냥 소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듯 합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비단 계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장형 축산업을 통하여 생산되는 수많은 동물성식품들, 그리고 이에 기반한 가공식품들에 다 해당하는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인간들이 경제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공장형 축산업을 통하여 먹거리를 공급받으면서 시작된 일이기도 하구요. 현재는 승인된 살충제냐? 아니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아래 DDT이야기를 읽어보시면 별 의미 없는 구분이라는 것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DDT는 환경운동가들의 필독서인 레이첼 카슨이 1962년도에 쓴 "침묵의 봄" 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살충제죠. DDT와 같은 살충제 때문에 봄이 와도 더 이상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 이 책은 엄청난 정치,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로 많은 국가에서 DDT 사용을 금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혹시 아시나요? DDT를 살충제로 개발한 Paul Müller 라는 연구자는 그 공로로 194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까지 했어요. 그 당시에는 DDT를 인체에는 무해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해충들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기적의 살충제로 평가했거든요. 그런데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용금지가 되는 걸 보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과학지식들의 유효기간이 대충 그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이 DDT를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 전부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살충제라고 적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도 이 DDT를 사용하는 상당수 나라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바로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입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죽이는데 아직 DDT만큼 효과적인 살충제를 인간이 개발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에서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아직 DDT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놓았어요.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유행지역은 적도를 중심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요 아시아권만을 본다면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권의 대부분 나라들이 말라리아 유행지역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곳이 있으니 당연히 생산하는 곳도 있겠죠.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나라들입니다. 중국, 북한, 그리고 인도라고 보고되고 있죠.

DDT와 같은 유기염소계 화학물질들은 지용성이 강하면서 환경 내에서 분해가 되지 않으면서 먹이사슬을 통하여 농축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대상으로 DDT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생산된 농작물, 축산물, 수산물은 다 DDT에 오염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그 특성상 지구 어느 곳에선가 사용하면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 결국에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까지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과 같이 사람이 먹는 식품이든 동물의 사료든 각종 먹거리의 이동이 전 세계를 무대로 이루어지게 되면 그 속도가 더 빠를 수 밖에 없고요. 계란에서 검출된 DDT를 보고 망연자실해 할 농식품부 관계자에게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 자란 닭이 낳은 계란에서 DDT가 검출되었다면 닭의 사료를 일차적으로 의심해보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동물 사료의 원재료 중 상당수가 현재 DDT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수입되거든요.

즉, 지금 계란에서 검출되었다는 DDT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예요. DDT를 포함하여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금지된 화학물질들이 현재 우리가 먹는 다양한 먹거리 속에 초극미량이지만 광범위하게 존재하거든요. 특히 지용성이 강하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먹이사슬 위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지방 안에 많이 축적되어있죠. 그리고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방 조직 내에도 상당량이 축적되어 있어요. 뭐 그뿐인가요? 신성불가침의 식품이라고 믿고 있는 모유 안에서도 검출이 됩니다. 인간이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먹거리가 바로 모유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모유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먹이사슬 최상층부에 있는 식품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2015년 3월 EBS 하나뿐인 지구라는 환경프로그램에서 "모유잔혹사"라는 쇼킹한 제목의 다큐를 방송했는데요 이 모유를 가지고 지구의 먹이사슬을 오염시키는 화학물질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대한민국 아기엄마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고 결국에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태까지 갔었죠.

그런데 이런 이슈가 문제가 되면 늘 등장하는 숫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허용기준치이란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소수점 이하 몇 자리까지 언급하면서 하루에 몇 개까지는 안전하다고 대중들을 안심시킵니다. 물론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낮은 농도에 장기간 노출될 때 일어나는 일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퍼부어서 연구해 봐도 누구나 동의하는 증거를 내놓기가 아주 어려워요. 항상 결론은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일 겁니다. 저는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갇혀 있는 이 허용기준치라는 패러다임으로부터 깨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문제의 진실을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지금 사용되고 있는 허용기준치라는 것이 나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순진한 바람일 뿐입니다.

살충제 계란이 나오게 된 배경이 알려지면서 다시 공장형 축산업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이 뜨겁습니다. 예전에 공장형 축산업을 다룬 한 TV 다큐의 제목이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뜻 감성적으로 들릴 지 모르겠으나 문제를 직시하는 아주 통찰력있는 제목이라고 봅니다. 동물을 어떻게 키우는가는 단순히 동물의 권리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 문제와 결국 맞닿아 있죠.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DDT 는 한 차원 높은 문제의 복잡성을 이야기해주고 있죠. 말라리아라는 치사율이 높은 감염성 질환을 관리하기 위하여 DDT를 사용하고 있고 이 DDT가 가진 물리화학적 특성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른 생명체들이 다시 DDT에 노출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또한 이 문제는 지구온난화와도 직결됩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면 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서식지가 더 넓어지고 그러면 전 지구적으로 이 DDT의 사용량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거든요.

문제의 실체를 대충이라도 파악하고 나면 왜 제가 이 글을 시작할 때 살충제 계란 소동이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가셨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다음 던져보아야 할 질문은 모든 것이 오염되었고 허용기준치도 믿을 수 없다면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입니다.

살충제 계란보도가 나가면서 마트의 계란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는 계란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으로 살아볼 거야!" 정도가 아니라면 계란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지금부터 모두 보이콧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그렇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금 복잡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런 유해화학물질은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반드시 더 해로워지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계란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은 계란을 넣어서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다만 계란이 현대영양학에서 찬양하는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내 건강을 위하여 먹는다는 착각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되겠죠.

그럼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살고 싶은 대로 살다가 죽을까요? 그럴 수야 있나요? 이러한 화학물질들에 대한 장기적 노출이 현대사회에서 증가하는 수많은 질병들의 발생에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런데 급성독성과는 달리 DDT를 포함하여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는 아주 서서히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만 하면 그래도 나름 대책을 세울 수가 있어요. 즉, 노출 피하기는 이 지구상에서 사는 이상은 큰 의미가 없으니 일상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할 정도로만 적당히 하시고, 일단 인체로 들어온 다음 바로 생명체가 원래부터 가진 다양한 능력을 이용하여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배출을 증가시키고, 화학물질들이 세포수준에서 일으키는 각종 문제들을 가능한 한 빨리 파악해서 교정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을 도와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거죠.

어떤 방법으로요? 바로 운동과 배출에 집중하는 식습관이 핵심입니다. 이 결론은 제가 앞서 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 각종 생활용품에 들어있다는 환경호르몬, 방사선에 오염된 일본산 고등어에 대하여 글을 올릴 때에도 반복적으로 드렸던 이야기죠. 계란 하나 맛있게 삶아 드시고 땀내면서 운동하는 것이 슈퍼 갈 때마다 계란에 찍힌 숫자와 생산자 확인하고, 고등어 원산지 속을까 봐 불안해 하고, 생활용품 성분표에 적힌 깨알 같은 화학물질들 일일이 검색해가면서 사는 삶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이 될 것이라는데 100만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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