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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1995년에 그려봤던 미래의 '아이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박세회
  • 입력 2017.08.18 10:48
  • 수정 2017.08.18 10:56

By Adrienne LaFrance

10년쯤 전에는 휴대전화는 휴대전화였고 컴퓨터는 컴퓨터였다. 카메라는 카메라였으며 휴대용 음악 재생기는 음악 재생기였다. 컴퓨터의 미래가 전화기다, 혹은 전화기의 미래가 컴퓨터다, 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2007년에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것이 세상을 바꿔 놓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부정적이었던 어떤 사람은 “터치스크린 버튼? 나쁜 아이디어야. 이건 절대 안 먹힐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애플을 지켜봐왔던 사람들에겐 점점 작아지는 컴퓨터와 비디오폰은 늘 손에 닿을듯 말듯한 감질나는 거리에 있는 물건이었다. 언젠가는 우리를 찾아올 미래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그 언젠가는 대체 언제일까? 1995년 무렵 애플의 랩탑은 더욱 날씬해져 무게가 '3kg' 미만으로 떨어졌고, 인터넷의 힘이 세상을 바꾸리라는 사실은 점점 더 명확해져갔지만, 웹의 위대한 새 버전이 무엇일지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스마트폰이 몰고온 오늘날의 모바일 웹은 아직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미래를 짐작해보는 사람들은 있었다.

애플은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서 온 것 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상해내는 것을 즐기는 기업이다. 아이폰에 대한 루머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지만, 그보다 훨씬 전에도 아이폰의 조짐은 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10년도 더 전에 애플은 컴퓨터 잡지 맥월드에 데이터 교환이 가능한 비디오폰-PDA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때문에 PDA는 이제 쓸모없는 장비가 되어 버렸다.)

맥월드 1995년 5월호에 실린 아이폰의 프로토타입은 뉴튼과 아이폰 사이의 미싱 링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아이폰보다는 뉴튼에 더 가깝긴 하다.) 뉴튼은 애플이 아이폰이 나오기 20년 전인 1987년에 처음 선보인 PDA다. 뉴튼은 몇 가지 면에서는 시대를 앞서나갔지만, 너무 비싸고 성능이 썩 좋지 않아 실패했다.

맥월드에 실린 프로토타입은 PDA와 비디오폰을 합친 형태로, 핸드셋도 딸려 있다. 장비를 사용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미래를 보여준다. 물론 1995년이었다보니 이 컨셉에는 CD 드라이브와 스타일러스도 딸려 있다.

1995년 맥월드는 존 스컬리의 스캐치에 기반한 이 프로토 타입에 대해 'PDA와 비디오 폰이 결합한 모형'이라 표현했다.(Macworld / Internet Archive)

당시 맥월드는 "이런 디자인은 일부러 비용과 부품의 유용성 같은 현실적인 제약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간혹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최고 결정권자의 요청에 따라 반응하는 듯하다"라고 썼다.(Macworld / Internet Archive)

이 디자인은 다른 가상의 애플 제품들과 함께 맥월드에 공개되었다. 이제 와서 보면 매력적인 디자인인 동시에, 애플이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또한 깨닫게 해준다. 이번 주에 옛 맥월드를 뒤적이다 작년에 로버드 브런너와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브런너는 애플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산업 디자이너고, 지금은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디자인은 필요악으로 여겨졌다. 특히 테크놀로지와의 상관성 측면에서 그랬다. 갑자기 사람들이 디자인을 기업 정체성으로 보는 시기가 왔다. 마치 ‘우리 제품들은 전부 비슷하게 생겨야 돼’하는 식이 되었다. 1990년대 초에는 혁신을 위한 혁신만이 있었다. 그런데 변화가 찾아왔다. 애플도 이 변화에 상당히 기여했다. 사람들은 테크놀로지를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즉, 디자인은 그저 장비를 예뻐보이게, 혹은 어느 브랜드인지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미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인은 테크놀로지 작동의 핵심에 있다. 브런너는 이러한 문화적 변화에는 애플의 디자인 담당 최고 이사 조니 아이브와 그가 10년간 이끌어온 팀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조니와 조니의 팀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브런너가 내게 한 말이다.

"디자인은 기술을 삶에 적용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1995년에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컴퓨터가 '거대한 상자'라는 아이디어를 재고하기 시작했다. 당시 맥월드는 "대신 작아진 부품요소들 (평면 디스플레이, 무선 키보드, 내장형 CD롬, 오디오 CD를 재생하는 버튼)을 가지고 디자이너들은 컴퓨터를 스타일리시한 가구로 여기기 시작했다"라고 썼다. (Macworld / Internet Archive)

1995년 맥월드의 이미지들을 보면 이러한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컴퓨터를 ‘스타일리시한 가구’에 비교하고, 리처드 새퍼의 미니멀리스트적 카운터웨이트 티지오 램프를 ‘강력한 개인적 선언이 담긴’ 예술품에 비유했다.

다리 네 개 달린 받침대 위에서 회전할 수 있는 굴곡지고 다이나믹한 미래 컴퓨터 프로토타입 상상도면의 아래에는 “한쪽에는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가, 반대쪽에는 CD-ROM 드라이브가 달렸다”는 설명이 있다. 맥월드는 당시 디자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두었다. 당시에는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급진적 접근은 맥 자체가 아닌 당신과 맥의 관계를 강조한다.”

"마이크, 스피커, 적외선 트랜시버로 연결되는 키보드와 내장형 트랙패드가 디스플레이 프레임에 포함되어 있다."(Macworld / Internet Archive)

뉴튼의 새로운 컨셉도 맥월드에 등장했다. 애플은 다양한 컬러의 뉴튼을 제시했는데, 이 컨셉은 아이폰 5c 플라스틱 모델에서 구현되어 시장에 등장했다. “개인 장비로 쓰기엔 검은 뉴튼 메시지패드는 개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뉴튼은 디자인이 다양하다. 노란 스포츠 뉴튼은 소니의 스포츠 워크맨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움직이면서 보기 좋은, 견고하고 가시성이 좋은 뉴튼이다. 보라색 게임 프리크를 가지고 다닌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게임 마니아라는 걸 금세 알 것이다… 특정 기업을 위한 메시지패드 커스텀 디자인도 가능하다.” 맥월드가 1995년에 쓴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래의 컴퓨터 디자인 대부분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당시 소비자들에게 가능했던, 혹은 소비자들이 바랐던 영역에서 너무나 벗어나 있는, 혼란을 주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맥월드 기사 이후 20년, 아이폰 등장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애플의 스마트폰은 전자제품 디자인의 업계 표준을 완전히 바꿔놓았음이 분명하다. 키보드를 없애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중시한 것이 아이폰 성공의 비결이었다. 실패했던 뉴튼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아이폰에서 전화를 중시한 것도 기여했다. “나는 사람들이 이걸 컴퓨터라고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월에 아이폰을 소개할 때 뉴욕 타임스의 베테랑 테크놀로지 기고가 존 마코프에게 한 말이다. “나는 그가 전화를 다시 발명했다고 생각한다.”

1993년에 한 칼럼니스트가 뉴튼에 대해 '애플의 실패작들에는 늘 잠재력이 숨어있었다'고 묘사했듯이, 아이폰 역시 우아하고 과감하게 과거의 잠재력을 모두 실현시켰다. 사회 규범과 행동까지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방식, 일하고 쇼핑하고 정보를 찾는 방법, 테크놀로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생각도 모두 바뀌었다. 이제 멋진 디자인은 주류가 되었다.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이젠 보통 디자인도 꽤 괜찮지 않은가? 그러니 정말 좋은 것을 보고 싶으면 더욱 열심히 찾아야 한다.” 브런너의 말이었다.

“그저 다른 것을 본뜬 디자인이 아닌, 독창적이고 의미있는 디자인을 하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더욱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디자인 문화, 특히 실리콘 밸리 디자인 문화에는 독창성을 요구하는 독특한 면이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현재 상태를 넘어서는 뭔가 다른 것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1995년에도 애플의 미래주의적 컨셉은 앞으로 등장할 것들에 대한 암시가 되었다고 맥월드는 당시에 썼다. “이 프로토타입들이 실제 상품이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나오게 될 애플 제품들에 이런 요소들이 반영될 것이라고 예측해도 좋을 것”이라고 맥월드는 보도했다.

맥월드가 옳았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알다시피, 미래의 실제 제품들은 애플이 불과 22년 전에 꿈꿨던 것보다도 훨씬 좋았다.

*이 기사는 'TheAtlantic.com'에 최초로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허프포스트 US의 'What Apple Thought The iPhone Might Look Like In 1995'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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