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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보유세 인식' 어떻게 봐야 할까?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대선 캠프 인사와 집권 후 청와대 인사의 발언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음으로 보유세 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전강수
  • 입력 2017.08.18 14:38
  • 수정 2017.08.18 14:44
ⓒ뉴스1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선 후보 시절 발간한 책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GDP의 0.78%에서 OECD 평균 수준인 GDP의 1%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이후 처음이다.

"공평과세라든지 소득 재분배라든지 또는 더 추가적인 복지재원의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어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대선 캠프 인사와 집권 후 청와대 인사의 발언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음으로 보유세 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인식, 어떻게 봐야 할까?

부동산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보유세는 기본적으로 단기 시장 조절을 위한 규제 정책이 아니고, 부동산 시장의 틀을 정상화하는 장기 정책의 속성을 갖는다는 의미라면, 그 인식은 옳다. 실제로 부동산 보유세, 특히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여 부동산 특권을 해체하고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토지공개념을 실현하여 부동산 시장의 틀을 바로잡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로는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값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이라면, 그 인식은 틀렸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보유 비용이 올라가서 투기적 보유의 동기가 위축되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는 양도소득세가 동결효과(안 팔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안 팔고 버틴다는 말이다) 때문에 투기 억제 효과를 제한적으로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투기꾼들이 보유 부동산을 안 팔고 버틸 수가 없다.

보유세는 대한민국 최대 적폐를 해소할 핵심 정책

지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중대 과제는 무엇일까? 단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거복지를 확대하는 것뿐일까?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부동산과 관련한 특권과 적폐가 누적된 곳이다. 이 적폐를 해소하는 일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지 모른다. 부동산 보유세는 제대로 강화될 경우 부동산 불로소득의 근원을 말려버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 적폐 청산과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외쳐온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대 적폐를 해소할 핵심 정책 수단을 외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그것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발휘함에랴. 부동산 정책의 최종 목표가 가격 안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 나이브한 것인가, 아니면 문 대통령도 다른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처럼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그나마 공평과세, 소득 재분배, 복지 재원의 차원에서는 보유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은 다행이지만, 그 말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으니 참 답답하다. 공평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라는 촛불혁명의 요구만큼 확실한 사회적 합의가 어디 있겠는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0, 80%를 오르내리니 보유세 강화에 대한 지지율이 67.6%(리얼미터 조사), 77.6%(한국리서치 조사)로 나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인가?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의 깃발을 내걸고 끝까지 전진하시라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는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현행 종합부동산세보다 좋은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추가 세수를 전액 모든 국민에게 1/n씩 토지배당으로 나눠주자는 공약을 작성한 바 있다. 보유세를 기본소득과 결합한 것이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에만 부과하고(즉, 건물에는 과세하지 않고), 부동산 유형별 차등과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며, 전체 토지 보유자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종합부동산세보다 훨씬 우수한 세금이다. 이 세금으로 15.5조원을 확보하여 국민 1인당 연 30만원씩 지급할 경우 순수혜 가구가 얼마나 될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더니, 전체 가구의 95%가 순수혜 가구가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니 정치적 실현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감히 문재인 대통령께 권면한다.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여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진정 공정하고 공평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길은 활짝 열려 있다. 이 길은 노무현 대통령이 종부세의 깃발을 들고 가보려 했으나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끝까지 가지 못하고 좌절한 길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의 깃발을 들고 그 길 끝까지 걸어가시라. 그 길 끝에는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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