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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개편이 수능 개편보다 먼저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공정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누구누구가 경시대회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학원을 다니더니 상을 휩쓸어가더라, 학교에서 '될 놈들'에게 학생부를 잘 써주더라, 친구가 3백만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논문을 쓰더니 상을 받거나(논문경시대회) 교과 세특(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재되더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주는 데 얼마라더라 등등.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체험하고 목격하는 일이기 때문에 체감되는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흑색선전 정도로 폄하하거나 매도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범
  • 입력 2017.08.16 06:55
  • 수정 2017.08.16 07:00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수능뿐만 아니라 학종도 개편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공약집 214쪽 '대학입시 단순화' 항목에 "학생부 종합전형, 학생부 교과전형, 수능 전형 3가지로 단순화"라고 하여 논술과 특기자전형 폐지를 천명하고, 바로 다음 문장에 "사교육 유발하는 수시전형 대폭 개선"이라고 명시하여 사실상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을 개편할 뜻을 밝혔다. 실제로 대선 캠프에서 학종 개편을 위한 내부 토론이 있었고 내부 리포트도 여러 건 있었다(나도 한 건을 썼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학종 개편' 논의는 보이지 않고 '수능 개편'이 급박하게 대두되었다.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지만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2008학년도 대입)에 일부 정원외 전형에 도입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입 자율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어 입학사정관제를 급속히 확대시켰고, 특히 서울대가 2013학년도 대입에 전체 정원의 80%(수시전형 정원의 100%)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불이 붙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교외 스펙의 활용을 금지하는 등의 부분적인 규제와 함께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계속 확대했다. 올해 고3(2018학년도 대입) 기준 학종 정원은 전국 4년제대학 전체 평균의 23.7%이지만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 10~15개로 한정하면 전체 정원의 40%를 넘고 특히 서울대는 계속 80%에 가까운 비율로 학종 '대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학종의 첫 번째 문제점은 여러 가지 전형요소를 동시에 준비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부담감과 사교육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난이도, 복잡성, 복합성의 세가지이다. 이중에 '복합성'이란 얼마나 여러 전형요소를 합산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역대 대입에서 복합성이 높았던 경우로는 1994~96학년도의 수능+내신+본고사, 2008학년도 정시전형의 수능+내신+논술('죽음의 트라이앵글') 등을 들 수 있다. 나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입학사정관제(학종)에 반대했고 당시 그 이유를 내 저서에도 명시해 놓았는데, 첫손 꼽은 이유가 바로 전형요소의 복합성이다. 학종은 내신성적+동아리+봉사활동+경시대회+소논문+독서+자기소개서+면접... 등 복합성이 매우 높은 전형이다. 전세계에서 대입제도가 가장 난해한 미국을 벤치마킹한 탓이다. 미국에서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내신성적, SAT, AP, 각종 비교과활동, 에세이(자기소개서) 등 워낙 여러 가지를 동시에 챙겨야 하기 때문에 학생과 부모에게 부담이 크다.

학종의 두 번째 문제점은 '비교과' 반영으로 인한 불공정성에 있다. 나는 종종 "교과와 비교과 가운데 어느 쪽에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부모도, 교사도, 심지어 교육학자들도 다들 '비교과'라고 답한다. 실증적 근거는 없다. 왜냐하면 교과는 내신성적으로 계량화되지만 비교과는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들 직관적으로 '비교과'에 부모의 양육방식과 문화자본과 직접적인 도움(사교육 및 매니저 역할)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비교과를 반영하지 않는다. 대입시험성적만 활용하는 프랑스, 내신성적만 활용하는 캐나다, 내신성적과 대입시험성적을 합산 활용하는 독일, 학생이 내신성적과 대입시험성적 중 택일하여 활용하는 스웨덴 등. 유일하게 영국이 비교과를 반영하지만 반영 정도는 미국과 달리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학생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공정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누구누구가 경시대회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학원을 다니더니 상을 휩쓸어가더라, 학교에서 '될 놈들'에게 학생부를 잘 써주더라, 친구가 3백만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논문을 쓰더니 상을 받거나(논문경시대회) 교과 세특(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재되더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주는 데 얼마라더라 등등. 물론 수능성적도 대략 부모 소득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나 있다. 따라서 나는 수능이 더 공정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수능에 비해 학종의 불공정 요인은 훨씬 '가시적'임에 주의해야 한다. 흔히 학종의 불투명함을 지적하는데, 불투명함 자체는 정성평가의 특징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학종의 불공정함은 역설적이게도 수능보다 훨씬 '투명하게' 드러난다.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체험하고 목격하는 일이기 때문에 체감되는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흑색선전 정도로 폄하하거나 매도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아들 사건이 학종의 불공정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하나고에서 기숙사에 여학생을 출입시킨 일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구제된 뒤 학종으로 서울대를 갔다는 스토리는 학종에 대한 부정적 의구심을 높이기 충분했다. 사실 학폭위가 아니라 선도위에서 처분받은 결과는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아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버지의 탄원서에 의해 징계 수위가 퇴학에서 2주간 특별교육으로 현저하게 낮아졌고, 남자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학생이 여지없이 퇴학 처분된 것과 대비해볼 때 이러한 처분은 매우 불공정해 보인다.

안경환 아들 사건의 경우 하나고가 잘못했을지언정 엄밀히 서울대가 잘못했다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하윤수 부산교대 교수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그의 딸이 부산교대에 학종으로 입학한 것과 관련된 파문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시 전형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이 12%에 불과했음이 밝혀졌는데 이는 입시전문가들이 놀랄 정도로 낮은 수준이고, 합격자 내신성적 평균이 1.88등급이었는데 그의 딸은 합격자 중 최하위 수준으로 추정되는 내신성적 3등급대였다. 이 사건은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다가 그나마 부산교대 내에서 의혹을 제기한 교수를 하윤수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서 일부 언론에 겨우 보도되었을 뿐이다. 왜 이렇게 보도량이 적을까?... 참고로 하윤수 교수는 2016년 6월에 한국 교총 회장에 당선되어 재임중이다.

교육계가 학종에 호의적인 첫 번째 이유는 학종이 서열화를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계는 진보든 보수든 '성적순 선발'이 가진 문제점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성적이 그 학생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충분한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학종이 도입되면서 입학서열이 다소 흐트러진 것은 사실이다. 연고대에 떨어진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수시에 어디든 합격하면 정시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시 합격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러한 서열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학생들이 지원할 때 고려하는 '선호도'는 스카이 서성한 중경외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완화되지 않은 가운데 '입학 서열'만 흐트러뜨리는 것은 그 효과가 미미한 것이다. 또 하나는 서열 완화를 위해 성적에다가 비교과를 덧붙이는 것은 부모 영향력을 키워 불공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성적순 선발'을 채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국가의 대표 격인 핀란드·스웨덴·독일 등도 지원자가 모집정원보다 많으면 성적순으로 줄세워서 합격 여부를 가린다(다만 그 성적을 매기는 시험이 객관식이 아니라 논술형 및 수행평가라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교육계가 학종에 가지는 긍정적 기대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교육계가 보수든 진보든 다분히 미국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계가 학종에 호의적인 두 번째 이유는 학종이 일반고에 유리하거나 적어도 불리하지 않다는 통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4학년도 이후 입학자 중 일반고+자공고 비율과 특목고+자사고 비율은 대략 50:50이다. (자공고는 고입선발 및 학교유형상 특목고·자사고보다 일반고에 가까우므로 일반고와 함께 분류한다.) 그런데 수능(정시)도 대략 50:50이고, 학종(수시)도 대략 50:50이다. 그러니 학종이 일반고에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지역 주요 10개대학의 경우를 봐도 비슷하다. 2017학년도 입학자 가운데 학종의 일반고+자공고 비율이 68.0%인데 수능(정시)의 일반고+자공고 비율이 66.2%로 거의 같다.(서울 소재 10개 사립대학 입학처장단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심포지엄, 2017년 3월 30일)

그런데 이러한 해석에는 중요한 맹점이 있다. 무엇보다 수시에서 지역균형선발을 제외하면 일반고 비율이 낮아진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 정원의 1/4 가량인 지역균형선발을 빼고 수시 정원의 3/4를 차지하는 일반전형만 보면 일반고+자공고 비율이 38% 정도로 확 떨어지고 특목고+자사고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진다. 즉 일반고 비율이 수시 일반전형(학종)은 38%이고 정시 일반전형(수능)은 50%이니 일반고생에게 학종이 수능보다 불리하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왜 학종 통계를 볼 때 지역균형선발을 제외해야 하는가? 지역균형선발은 학종(입학사정관제)이 도입되기 전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내신은 상대평가이므로 내신 반영비율이 높을수록 자연히 일반고에 유리한데, 지역균형선발은 예나 지금이나 내신 반영비율이 매우 높아 일반고+자공고 비율이 90%를 넘는다. 이런 전형을 학종으로 편입하니, 전체 학종 중에서 일반고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학종 도입의 효과, 즉 학종 도입 이전에 비해 이후에 일반고가 유리해졌나를 살펴보려면 학종 이전부터 존재하던 지역균형선발이나 정원외 특별전형(농어촌, 기회균형 등)을 제외하고 '추가된 학종 정원'으로 한정해 봐야 한다. 그러면 학종의 도입으로 인해 일반고가 유리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서울대가 아닌 다른 상위권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학종이 저소득층과 지방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근거로 종종 언급되는 연구가 〈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한국교육학연구 제22권 제1호, 2016)인데, 이는 학종 비율이 전국 평균 9.9%에 불과했던 2011학년도 입학자 기준 연구이다. 학종은 초창기 지역균형선발이나 정원외 특별전형(농어촌, 기회균형 등)이 주축이었으므로 당연히 저소득층과 지방 중소도시 출신자 비율이 높게 나온다. 이렇듯 학종 관련 통계를 볼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지어 학종이 일반고·지방·중소도시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취지의 기사에서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학생부 전형'이라고 뭉뚱그려서 근거자료로 인용하는 황당한 경우도 종종 보인다.

교육계가 학종에 호의적인 세 번째 이유는 고교 교육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을 만나보면 '학종 때문에 교육과정을 난생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었다'는 분들이 꽤 있다. 예전에는 시작종 치면 책 들고 교실에 들어가 수업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수업과 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학생부에 의미 있는 얘기를 한 줄이라도 더 써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긍정적인 일이며 수능으로는 일으키기 힘든 효과다. 학생들도 동아리 활동에 다들 참여하고, 진로교육이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였으며, 예전에는 특목고에서나 볼 수 있던 프로젝트(과제연구)수업을 개설하는 일반고도 늘었다. 혁신학교 교육과의 친화성도 수능보다 학종이 더 높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입학사정관제를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회균형전형'에 국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학종이 확대되고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면서 학종을 버릴 수 없게 되었다. '교육계가 학종에 호의적인 이유'로 언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비판적으로 고찰되어야 마땅하지만, 세 번째 이유는 부정하기 어렵다. 학종은 우리나라 대입제도 변천사에서 유례없는 효과, 즉 고등학교 교육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킨 전형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제로 베이스에서 대입제도를 설계하라고 하면 유럽처럼 과목별 논술형 대입시험을 도입할 것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고교 교육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대입시험(수능)이 논술형으로 변화한다면 사교육이 급팽창할 것이다. 논술형은 객관식보다 체감 난이도가 높고, 개별 교육이 필요하므로 학교보다 학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일 것이다. 미국의 SAT처럼 객관식이라 할지라도 2~3년간 여러번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하여 수능을 학교교육과 구조적으로 분리시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역시 수능 사교육이 급팽창할 것이다. 대학 서열격차가 매우 큰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을 이용해서 한 칸이라도 높은 대학에 가려는 열망은 정책 결정자에게 엄청난 제약이다.

결국 진보든 보수든 집권세력의 입장에서는 유럽식 대입시험도, 미국식 대입시험도 도입하지 못한다. 대학서열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학체계 혁신에 도달하기 전에는 수능도 고쳐서 써야 하고, 학종도 고쳐서 써야 한다. 절대선/절대악 논리는 금기다. 수능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는 〈김상곤 수능 개편,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학종을 고치는 방법은 자명하다. 학종의 부정적 측면을 축소하고, 긍정적 측면을 확대하는 것이다.

학종의 부정적 측면을 축소하려면 학생부에서 경시대회와 자격증·인증 기재란을 폐지하고, 소논문은 금지하거나 정밀하게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많은 학생부 기재 요소를 줄여 교사 부담을 줄여야 한다. 학종 초기에는 지원자가 많지 않아 교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지원자가 늘어 교사 업무가 과중한 상태이다. 김상곤 교육부총리 측이 면접과 자기소개서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는데, 만일 학종의 문제점을 면접과 자기소개서 정도로 국한해서 이해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다.

학종의 긍정적 측면을 확장하려면 교과영역의 비중을 높이고 수업·평가 혁신을 위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가 신학년 1주일 전에야 담당 학년·과목을 배정받는 어처구니없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래서는 수업과 평가를 제대로 '기획'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공립고보다 사립고를 선호하는 원인을 잘 살펴보면 상당수 사립고에서 신학년 2~3개월 전에 담당 학년·과목을 배정하여 준비한다는 배경을 볼 수 있다. 아울러 교사의 교권과 자율성의 수준을 높이는 내신 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 교과서 선택권/집필권 부여 등을 추진하여 수업·평가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고교학점제를 보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교과영역으로 상당 부분 입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면 관련 과목(지리, 문화, 외국어 등)을 많이 선택하여 이수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교과가 획일적이어서 이를 모두 비교과로 입증해야 하므로 미국보다 오히려 비교과를 통한 입증 부담이 큰 구조이다. 그런데 요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고교학점제가 대선공약 파기 1호가 될 조짐이 보인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논하도록 하겠다.

최근 학종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진보/보수언론 모두 여러 차례 기획기사와 사설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EBS의 〈대학입시의 진실〉(5월 방영 6부작), KBS의 〈학교 2017〉(방영중) 등에서 학종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송기석 의원(국민의당)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2016년 8월과 2017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학종은 사교육 경감에 기여하지 못하고(1차 66.3% 2차 64.7%) 공정한 전형이 아니며(1차 75.4% 2차 74.8%) 상류층에 유리하다는(1차 77.6% 2차 75.1%) 결과가 나왔다.

여태까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왔다. 한겨레신문이 외뢰하여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취임 100일 여론조사를 보면 부동산정책,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정책 모두 7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학종 개편 없이 수능 개편을 성급하게 밀어붙인다면 최초로 지지율이 50%를 밑도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지금 교육부와 청와대 양쪽 모두 '대입 전형'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전략과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 협소한 수능 개편 결정을 잠깐 미루고, 강력한 학종 개편안과 수능 절대평가로 인한 변별력 논란에 대응하는 종합 대책을 시급히 수립하기를 촉구한다.

알림) 8월 21일 오전10시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더미래 연구소 주최로 '공정한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교육개혁' 토론회가 열립니다. 필자가 발제자로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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