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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와 젊은이의 미래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 따라서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 맞다. 그런데 앞으로 노인은 천문학적 비용의 의료비를 부담 없이 '급속히' 쓰고 젊은이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 유지된 건강보험 흑자재정은 문재인 정권 5년 사이에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고갈될 것이고 문재인 정권이 끝나자마자 젊은이들의 어깨는 지금보다도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될 것이다. 문재인 케어에 박수를 치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 노환규
  • 입력 2017.08.16 07:48
  • 수정 2017.08.16 08:00
ⓒ뉴스1

2017년 올해는 노인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넘어서는 인구역전현상이 일어나는 해다. 동시에 내년 2018년으로 예상되었던 고령사회(인구중 만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서는 사회)가 한 해 앞당겨져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해다. 앞으로 약 8년 후면 만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반면 유소년 인구와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다.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1.21(둘이 결혼해서 평균 1.21명을 출산) 전세계 224개국 중 220위다.

노인은 크게 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듦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즉 젊은 사람들의 어깨가 크게 무거워지게 되었다.

불과 7년 전인 2010년, 현역(15~64세) 7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했다. 사실 그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13년 후인 2030년에는 3명의 현역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고 2050년에는 1명의 현역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노인에 대한 부양은 그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

노인이 쓰는 의료비를 젊은 세대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향후 의료비 추계를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2017.7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 재정전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급증하는 노인의료비에 의해 2020년에만 19조 적자, 2025년에 55억 적자, 2030년에는 한 해에 108조의 적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구결과도 내용이 유사하다. 65세 이상의 노인이 쓰는 의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2016.1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 지출 중장기 추계 연구'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노인의 의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나이의 증가에 따라 병이 증가하는데 그 노인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의료비의 보장성을 크게 올리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직접 발표하셨다. 앞으로 5년 내에 개인의 의료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일방적이고 선언적인 발표였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과 속도가 문제다. 재정을 감당할 방법, 지출을 줄이는 방법,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 등 전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선언해버렸다. 보장성 강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인이고 이를 책임질 이들은 현역에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다.

당장 문재인 케어로 인해 늘어나는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당장은 건강보험이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큰 폭의 적자로 전환될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던 국가공무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그리고 정부는 "흑자재정으로 건강보험료를 올리지 않고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라고 주장을 바꿨다.

(그런데 그들은 과거에는 다른 주장을 했다. 2015년 12월, 기재부는 2022년 건강보험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2017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중기 재정수지 전망 자료를 내놓으며 2019년부터 적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3월, 정부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의 적자가 시작되어 2023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모두 문재인 케어 발표 전이다.)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OECD 평균의 1/3보다도 낮다. 이 때문에 의료 이용률이 다른 OECD국가보다 2배가 많은데도(외래이용도 2배, 입원도 2배, 검사도 2배) 의료비 총계는 OECD 2/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의료비로 인해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발생비율은 34개 OECD국가 중 독보적인 1위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개인의 의료비를 공동체가 적게 부담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미뤘던 의료비 책임을 공동체가 다함께 감당하자는 의지는 좋다. 그러나 국민이 공감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 재원의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런 책임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감추고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더 많이 보장해주겠다"라고 선언했다. 책임은 노인의 몫이 아니다. 책임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 따라서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 맞다. 그런데 앞으로 노인은 천문학적 비용의 의료비를 부담 없이 '급속히' 쓰고 젊은이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 유지된 건강보험 흑자재정은 문재인 정권 5년 사이에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고갈될 것이고 문재인 정권이 끝나자마자 젊은이들의 어깨는 지금보다도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부모의 의료비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부모의 의료비도 부담을 해야 한다.

더 많은 혜택에는 그 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문재인 케어에 박수를 치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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