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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북한: 승리자는 중국이다

China's President Xi Jinping drinks wine as he makes a toast during a banquet in Hong Kong, China June 30, 2017. REUTERS/Dale de la Rey/Pool
China's President Xi Jinping drinks wine as he makes a toast during a banquet in Hong Kong, China June 30, 2017. REUTERS/Dale de la Rey/Pool ⓒPOOL New / Reuters

자꾸 1962년 10월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생각난다. 무시무시했던 그 사건은 외교적 책략과 군사적 허세가 뒤엉킨 복잡한 게임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미국과 소련이 수소 폭탄을 주고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재앙에 가까웠던 그 상황은 현재 상태에 비해서 한 가지 크게 나은 점이 있다. 존 케네디, 니키타 흐루시초프, 피델 카스트로는 모두 제정신이고 이성적인 인간들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이 둘은 막상막하다.

미국은 트럼프가 위협했던 대로 북한에 화염과 분노를 가져다 줄 무기를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무기가 무력해지기 전에 남한인들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고, 이들은 곧 김정은의 인질이다. 제 아무리 트럼프라 해도 이런 제약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허세를 부려가며 점점 고조되는 이 게임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다. 북한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은 경제적 수단을 사용해 김정은을 물러나게 만들게 하려는 뜻을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복잡한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 솜씨는 트럼프보다 훨씬 능숙하다. 중국이 안보에 있어서 바라는 바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즉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북한 정권 교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경제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중국의 중상주의 체제에 있어 미국이 심각한 보복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

미 무역대표부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잘 뽑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을 이해한다. 레이건 정권에서 그는 강경한 무역 협상을 맡았고, 개인 변호사로서는 중국이 무역 규칙을 왜곡함에 따라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대표했다. 라이트하이저는 2주 전에 임명되었다. 중국이 체계적으로 미국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이 민감한 특허 기술을 강제로 공유해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것이 그가 맡은 일이다.

내 정보원에 의하면 이 항의는 마지막 순간에 뒷전으로 밀렸다고 한다. 미국이 북한 문제에 관해 중국의 협력을 더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특히 중국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U.N. 제재안을 지지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중국은 예상대로 제재안을 지지했고, 투표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 제재가 시행되고 나자 김정은은 위협 수위를 오히려 높였다.

트럼프는 무역에 관한 새로운 항의안을 통과시켰다. 지적 사항은 같지만 수위는 낮아졌다. 2주 전 계획처럼 실제로 항의를 하는 대신, 대통령은 무역 담당자들에게 이런 항의를 내야 할지 검토해 보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상당히 소심한 조치다. 시간은 좀 벌 수 있을 테고, 중국에게 북한을 더 밀어붙이라는 압력이 될 수도 있긴 할 것이다. 중국이 거부한다면 미국은 항의를 하면 된다.

중국이 대부분의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이 김정은을 설득해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다면, 트럼프는 미국에게 불리한 중국의 무역 관행을 거래의 일부로써 받아들이고 보복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무기를 계속 늘려갈 테고, 미국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과의 관계에서 나아질 게 없다.

트럼프는 충동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금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그와는 정반대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외교 및 군사적 자원을 주의깊게 사용해야 한다. 미국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해도, 미국 본토가 곧 북한의 핵무기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될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이 북핵의 발달을 막으려면 시진핑이 의도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개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김정은의 위협은 중국에겐 유용하다. 중국이 도와주는 대가로 미국에게서 더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헐값에 일찌감치 김정은을 막아줄 이유가 없다.

놀랍게도 핵전쟁의 가능성까지 대두된 지난 주에 트럼프는 휴가 중이었다. 골프를 쳐가며 매체를 상대로 한 언급, 전화 통화, 트윗으로 정책을 지휘했다. JFK가 요트를 타고 놀고 있는 걸 상상해 보라.

트럼프는 핵을 두고 허풍을 떨어댔지만, 북한과 끔찍한 전쟁을 피하려면 미국이 중국의 의존국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두 오만한 바보들이 핵을 두고 말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핵전쟁의 위기는 1962년 10월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U.S. vs North Korea: The Winner? Chin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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