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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요청했다(성명서)

  • 강병진
  • 입력 2017.08.07 13:16
  • 수정 2017.08.07 13:39

8월 7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 직원에 의해 작성된 이 성명서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요청했다. 또한 한국영화계 및 해외영화인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들이 이러한 공개 성명을 내놓은 배경에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조직위원장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듯 보인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직원들은 기대를 걸고 그의 뜻에 묵묵히 따르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취임 이후 지금껏 보여 온,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대한 소통의 단절과 독단적 행보는 도가 지나치며, 사무국 직원들은 물론 외부로부터 심각한 우려와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보이콧사태 해결을 위해 영화인 및 지역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하여 영화제의 정상화에 힘써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무국 직원들은 최근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자가 “복무규정 위반사례와 직원들로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해 지탄을 받아왔음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그를 변호하고 사실을 덮으려 하여 직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며 “ 결국 김동호 이사장에게 진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마저도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8월 6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됐던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보직 사임했다”가 이후 “아예 사표를 냈다.”

이 성명서에 대해 연명에 참여한 한 사무국 직원은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번 영화제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행위원장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영화제가 직원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위원장의 복귀가 있어야만 영화제를 보이콧 했던 단체들도 돌아고 영화제도 정상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만 넘기자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좀더 원론적인 해결이 되어야 한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최근 2심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2심 결과가 나온 지난 7월 21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1심 재판 결과에 비해 경감된 벌금형이 선고된 점은 다행스럽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본다"며 또한 "이와 별개로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또한 이때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지난 2015년 7월,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취임했었다.

한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최근 영화전문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와 관련해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김동호 이사장이 잘못하고 있다. 1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물러나야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전직원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전직원 일동은 영화제 정상화와 제22회 영화제의 올바르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 사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그리고 국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박근혜정부를 위시한 정치권력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했습니다. 국정농단을 일삼은 세력과 부역자들은 촛불혁명과 특검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 단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에 대해서는, 가해자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명예회복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사무국 직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다이빙벨> 상영 직후부터 시작된 부산시와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감사는 거의 1년동안 융단폭격처럼 영화제사무국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자료제출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협박과 회유, 먼지털이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금을 절반으로 삭감하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여 영화제로부터 내쫓았습니다. 현재까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힘겹게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직원들은 기대를 걸고 그의 뜻에 묵묵히 따르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취임 이후 지금껏 보여 온,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대한 소통의 단절과 독단적 행보는 도가 지나치며, 사무국 직원들은 물론 외부로부터 심각한 우려와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장본인이자, ‘당신이 물러나면 영화제는 건들지 않겠다’는 비겁한 조건을 달아 전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보이콧사태 해결을 위해 영화인 및 지역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하여 영화제의 정상화에 힘써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영화제를 개최하는 동안 실무자에 대한 불통과 불신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그가 최근 독단적으로 부집행위원장에 임명한 자의 복무규정 위반사례와 직원들로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해 지탄을 받아왔음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그를 변호하고 사실을 덮으려 하여 직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다년간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온 동료 몇 명은 분노와 좌절 끝에 희망을 잃고 사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우리 직원 일동은 더 이상 망가지는 영화제를 좌시할 수 없어 단체행동을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집행위원장을 향하여 합리적인 의견개진과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그는 논점흐리기와 책임전가로 일관하며 대화와 소통에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동호 이사장에게 진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마저도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우리 전직원 일동은, 영화제의 정상화와 금년 영화제의 오롯한 개최를 위해,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고 목소리를 높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

서병수 시장은 박근혜정부 문화계 농단사태의 직접 실행자로 부산국제영화제 파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은 서병수 시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과 함께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조속한 복귀를 요청합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부로 복귀해 올해 제22회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영화제 탄압사태의 직접적 피해자로서 그 피해와 훼손된 명예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셋, 한국영화계 및 해외영화인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몰락은 한국영화는 물론 아시아영화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든든한 버팀목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영화제의 모든 직원은 엄중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무너진 영화제를 복원하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 어떤 일에도 힘껏 싸울 것입니다. 한국영화계와 세계 각국 영화인들은 위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나아가 보이콧을 철회하는 것과 더불어 영화제가 순항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영화제의 존재 근거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이며, 영화예술을 통한 문화다양성의 수호입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기적인 조작이나 정치적인 간섭이 허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조작과 간섭의 잔재를 청산하고, 영화인과 시민이 돌아와야만 이 생태계가 다시 이전과 같은 활력과 생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7. 8. 7.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전직원 일동

강다희, 강석균, 강정룡, 권상용, 금새별, 김광호, 김성한, 김수현, 김정윤, 김태림, 김현민, 김현진

김형래, 류종현, 문 웅, 문현정, 박가언, 박세리, 박소정, 이효진, 임고은, 장복성, 장은석, 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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