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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있다는 특별한 능력?

사람들이 시각장애인들을 보는 관점 중 하나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이다. 악기연주를 엄청나게 잘하거나 보지 않고도 길을 찾고 뭔가 특별한 것을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냥 말 그대로 오해일 뿐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도 천재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절대음감 가진 아이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그냥 악기를 잘하는데 눈이 안 보이는 것이다. 시력의 부재와 음악성과의 상관이 있다고 말하기엔 우리 학교의 적지 않은 음치 아이들이 걸린다.

  • 안승준
  • 입력 2017.08.04 12:20
  • 수정 2017.08.04 12:52
ⓒmattjeacock via Getty Images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 꽤나 신기한가 보다.

시각적 기억이 청각적인 그것에 비해 탁월한 각인효과가 있다는 논문이라도 본듯 어떻게 보는 사람보다 더 빨리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냐는 감탄을 쏟아내곤 한다.

목소리 변조까지 하고 나타나서는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도 하는데 그때마저 신분을 들키고 나면 초능력이라도 보는듯 어쩔 줄을 몰라하기까지 한다.

내가 기타라도 치면 "역시 시각장애인들음 음감이 발달했어!"라고 말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을 때는 특별히 발달했을 거라 믿어지는 나의 미각에 특별한 의지의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조물주의 공평하심을 굳게 믿는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각의 손상은 다른 감각기관들의 초인간적 발달로 연결된다고 생각들을 갖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믿음과는 정 반대로 나의 청각과 음감과 미각은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다.

그냥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목소리들을 알아보는 것이고 기타는 연습한 만큼 치는 것이고 미각은 더더군다나 둔해서 웬만한 음식은 자비롭게 흡입하는 편이다.

다만 목소리로 사람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집중해서 듣게 되는 무의식적 반응일 수는 있겠다.

보통의 사람들이 라디오를 들을 때의 느낌이라고 한다면 조금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외모에 집중하느라 놓치게 되는 말투나 억양들에 대해서 나의 기억들은 조금 더 예민한 촉수를 세우기는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학생들에게 존댓말로 인사하고 선생님들에게 반말하고 일행 아닌 엉뚱한 사람의 팔을 붙잡기도 하는 것을 보면 시각 아닌 나의 기관들도 특별히 발달된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이 시각장애인들을 보는 관점 중 하나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이다.

악기연주를 엄청나게 잘하거나 보지 않고도 길을 찾고 뭔가 특별한 것을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냥 말 그대로 오해일 뿐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도 천재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절대음감을 가진 아이들이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그냥 악기를 잘하는데 눈이 안 보이는 것이다.

시력의 부재와 음악성과의 상관이 있다고 말하기엔 우리 학교의 적지 않은 음치 아이들이 걸린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자전거 타는 시각장애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겁이 많아서 혼자서는 몇 걸음 떼어 놓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기인들을 소개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몇몇 특출난 아이들을 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들이 TV에 소개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경우가 매우 특별한 상황이라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살다 보면 적응을 위해 눈이 하던 일을 손이나 귀가 나름 능숙하게 대신할 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한석봉 어머니가 불 끄고 떡을 썰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 손으로 운전하듯 오랜시간 동안의 자연스런 적응일 뿐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무언가 특별한 달란트를 가졌다면 그것은 그냥 그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그의 장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과소평가에 기인한 동정적 자세도 잘못된 것이지만 과도한 능력을 가졌다는 오해 또한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의 근원은 소수를 나와는 뭔가 다른 집단으로 구별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 불을 끄고 당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한 번 해 보자!

기타리스트는 여전히 기타를 잘 칠 것이고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밥의 물을 귀신처럼 맞춰내실 것이다.

우리 대부분의 능력은 생각 외로 시력의 변화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오늘도 수화기의 목소리를 맞추지 못해서 핀잔을 들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면서도 예민하지 못한 귀를 가진 나를 탓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그나 나나 비슷한 청력을 가진 두 개의 귀를 가졌을 뿐이다.

내가 당신의 목소리를 유난히 빠르게 기억한다면 그것은 내가 당신에게 특별한 호감을 가졌거나 당신의 목소리가 매우 특별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당신이 수화기의 음성만으로 나를 알아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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